단 한 명의 학생 위한 식단 "건강 성장 돕는 게 제 일"


어머니 부탁에… 2년간 '전용 식사'
"부담 컸지만 실무사분들 도와주셔"
市교육청도 다양한 지원 사업 시작


이승연 영양교사
인천용학초등학교 이승연 영양교사. /이승연 영양교사 제공

"1형 당뇨를 비롯해 각종 질병이나 알레르기를 가진 학생들까지 걱정 없이 식사하고 건강하게 성장하도록 돕는 것이 제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인천용학초등학교에서 영양교사로 근무한 지 4년차가 된 이승연(28) 교사의 말이다. 이 교사는 1형 당뇨에 대한 인식이 부족했던 2년여 전, 한 학생의 어머니가 찾아와 자녀의 1형 당뇨 진단 사실을 알렸을 때의 기억이 난다고 했다. 당시 어머니는 "아이가 학교 급식을 원하는데, 선생님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했다.

1형 당뇨는 체내 인슐린을 생성하는 세포가 알 수 없는 원인으로 파괴돼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자가면역질환이다. 뚜렷한 치료법이 없어 혈당 수치에 맞춰 수시로 인슐린을 투여하는 등 꾸준한 관리가 필수다. 인천용학초에는 1형 당뇨 진단을 받은 학생 1명이 다닌다.

1형 당뇨 학생이 학교생활에서 가장 어려움을 겪는 부분 중 하나는 급식이다. 식사 후 혈당 수치가 급격히 높아지지 않도록 끼니마다 탄수화물 용량까지 세밀히 신경 써야 하는데, 대부분 학교가 단체 급식을 진행하기 때문에 누군가의 도움 없이는 관리가 힘들다.

이 교사는 "어머니께서 조심스럽게 '탄수화물만 70g으로 맞춰달라'고 요청을 하셨다"며 "밥이 아닌 떡볶이 등 탄수화물 위주의 식단인 날은 어머니와 아침에 전화로 배식 방법을 상의했다. 다행히 지금까지 문제가 없었고, 2년 정도 같이 노력하다보니 이제 자리가 잡힌 것 같다"고 웃었다.

이 교사는 해당 학생 학년의 배식이 시작되기 10분 정도 전에 미리 나와 그날 반찬과 밥, 후식 등의 영양분석표를 확인한다. 이후 탄수화물 비율에 맞게 식재료 무게를 저울에 재서 음식을 따로 담아둔다. 그러면 그 학생은 이 교사가 준비한 식판만 가져가서 식사하면 된다.

이 교사는 "사실 처음에는 부담이 컸다. 혹시라도 중량을 잘못 재거나 영양분석을 놓치면 학생이 잘못되지는 않을까 걱정도 됐다"며 "하지만 바쁠 때는 급식실에서 함께 일하는 실무사 분들이 먼저 나서서 도와주신 덕분에 지금까지 문제 없이 잘 해올 수 있었다"고 웃었다.

최근 인천시교육청 등 관계기관에서는 1형 당뇨 학생들의 학습권 보장을 위한 다양한 지원을 시작했다. 이 교사는 얼마 전 1형 당뇨 학생이 재학 중인 학교 교사와 학부모 등을 대상으로 시교육청이 진행한 역량 강화 연수에도 참석하는 등 1형 당뇨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자 노력 중이다.

이 교사는 "친한 선생님도 학교에 1형 당뇨 학생이 있다고 해서 (식단 등을) 얘기한 적이 있다. 우리 학교 보건선생님은 학생의 혈당이 떨어질 것에 대비해 음료 등을 미리 달라고 하는 등 신경쓰고 있다"며 "더 많은 사례가 공유되고 관련 체계가 갖춰져서 학생들이 안심하고 학교에 다닐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김희연기자 khy@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