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울한 일이 없도록… 법이 먼저 사람을 지켜야"
초심 유지 원칙 가슴 새기고 행동
신대동 토박이… 아버지 인연 끈끈
대학생·어르신 기본법률 강의도
'어떤 상황에서도 초심을 잃지 않는다'.
수원지방법원 평택지원 고상교(사시 43회·연수원 33기) 부장판사가 늘 가슴에 새기고 행동하는 원칙이다.
고 부장판사의 고향은 평택시 신대동. 그의 아버지는 아직도 이곳에서 농사를 지으며 생활하고 있다. 그는 "2017년 어머니가 세상을 떠나시고, 혼자되신 아버지가 농사일을 계속 하고 있어 시간이 날 때마다 거들고 있다"며 "아버지가 외롭지 않음을 느끼게 해 드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고 부장판사는 농사일 외에도 아버지와 함께 한라산, 백두산, 몽골, 하와이 등을 여행하는가 하면 전주지방법원 재직 당시에는 아버지와 네팔의 히말라야를 트레킹할 정도로 끈끈한 부자간의 인연을 보여주고 있다.
그는 "아버지가 평생 농사일로 다져진 체력 덕분인지 고령임에도 여행을 좋아하셨다. 히말라야의 눈 덮인 안나푸르나 정상에서 아버지와 함께 일출과 일몰을 감상한 것은 내 생애에 가장 큰 감동이었다"고 기억했다.
처음부터 법조인이 될 생각이 없었던 고 부장판사는 고교 재학 당시 아버지가 억울하게 사기를 당해 살던 집이 가압류되는 등 큰 어려움을 겪자 이과대 진로를 포기하고 사법고시를 준비했다.
"아버지처럼 억울하고, 부당한 일을 당해 좌절하고, 아파하는 우리 이웃들에게 힘이 돼 주고 싶었다"는 고 부장판사는 그 결과 신한고등학교 최초 사법고시 합격의 영예를 얻었다.
그는 "판사 임관 당시 '억울한 일이 없게 해야 한다'고 수백 번 다짐했다"며 "그때 초심을 잃지 말자는 원칙이 세워진 것"이라고 했다.
고 부장판사는 "하지만 판사의 길은 결코 만만치 않았다. 이리저리 얽혀있는 복잡한 사건을 다뤄야 하는 것은 물론 방대한 분량의 서류 속에서 거짓과 진실, 억울함을 가려내고, 찾는 일은 긴장의 연속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분쟁은 조금씩 양보하면 1심에서 끝낼 수 있는데, 3심 재판까지 가면 수년간 마음을 졸여야 한다"며 "분쟁을 빨리 매듭짓고 일상으로 복귀할 수 있도록 조정을 권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올해 6월1일~7월22일 민사 재판부 실질 조정 화해율은 전국 지법 26.4%, 전국 시·군 법원 24.4%, 평택지원 27.9%인 반면 고 부장판사가 맡고 있는 민사4 단독은 51.6%의 조정 화해율을 보였다.
그는 최근 '농사일 거들기(평택농협 조합원)', '아버지와 여행하기' 외에도 대학생과 어르신들을 상대로 '기본 법률 소양'과 재산 관련, 유산으로 인한 가족 간 분쟁 예방 강의를 하며 시민들과 눈높이를 맞추고 있다.
고 부장판사는 "사람이 법을 지키기에 앞서 법이 사람을 지켜야 한다. 그래서 법은 상식적이어야 한다"며 "미래 세대들이 사소한 실수로 꿈이 포기되는 일이 없도록 관심을 기울이고, 예방 활동에 나서겠다"고 강조했다.
평택/김종호기자 kikjh@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