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년만의 파리 올림픽
206개국 1만500명 선수와 반가운 인사
레이디가가·셀린디온 무대 수놓아
흐린 날씨 위로 올림픽의 다채로운 색감 빛났다
‘모두에게 열린 올림픽.’
프랑스 파리의 회색빛 센강이 오륜기와 세계 각국의 국기로 물들었다. 스마일 점퍼 우상혁(육상·용인시청)과 김서영(수영·경북도청)을 비롯한 한국 대표단은 힘차게 태극기를 흔들며 배를 타고 센강 위를 유유히 가로질렀다.
100년 만에 프랑스 파리에서 열리는 2024 파리 올림픽 개막식이 26일(현지시간) 오후 7시30분 성대하게 열렸다. 206개국 NOC(국가올림픽위원회)를 대표하는 선수 1만500여 명이 배 위에서 전 세계인들을 맞이했다.
이날 파리 올림픽 개막식은 올림픽 역사상 처음으로 물 위에서 배를 타고 행진하는 퍼레이드 형식으로 진행됐다. 파리의 식물원 근처 오스테를리츠 다리를 출발해 에펠탑 인근 트로카데로 광장에서 마무리하는 6㎞ 코스로, 센강을 따라 루브르 박물관과 개선문 등 주요 역사적 명소를 순항했다.
한국 선수단은 프랑스 알파벳 순서에 따라 48번째로 입장했다. 기수를 맡은 우상혁과 김서영은 태극기를 붙잡고 전 세계인을 향해 손을 흔들며 센강을 지났다.
개막식의 하이라이트인 성화 봉송 최종 주자는 돌고돌아 프랑스의 유도 선수 테디 리네르와 은퇴한 프랑스의 육상 선수 마리 조제 페레크가 맡아 올림픽의 시작을 알리는 불을 밝혔다.
미국 가수 레이디 가가는 개막식 첫 공연의 주인공으로 나서며 깃털 장식을 활용한 다채로운 무대를 보여줬다. 개막식 마지막 공연은 캐나다 가수 셀린 디온의 목소리로 아름답게 장식했다. 100년 전인 1924년 파리 올림픽을 비롯해 역대 올림픽의 주요 영상과 현재를 교차 편집해 보여주는 방식도 돋보였다.
개막식을 앞두고 나오던 테러 위협과 악천우 우려는 기우였다. 센강 인근 곳곳에 배치된 경찰이 디지털패스 확인은 물론, 가방 검사를 철저하게 실시했다.
아울러 이날 비가 쏟아지기는 했으나 빗물과 개막식 공연의 색다른 조합은 오히려 매력적이었다. 구름 낀 흐린 날씨였지만 개막식이 선사하는 화려한 볼거리에 전 세계인들이 호응하면서 현장은 즐거움으로 가득했다.
스페인 출신의 독일인 윌리엄(37)씨는 에스파냐 국기를 등에 두르고 센강을 활보하며 축제를 만끽했다. 그는 “아내가 임신을 했는데 함께 파리에서 올림픽 개막식을 볼 수 있어 행복하다”며 웃어보였다.
파리 올림픽 개최 초기부터 강하게 불만을 표출하던 파리지앵들도 이날만큼은 냉정한 비판을 거두고 자부심을 뽐냈다.
프랑스인 에마뉘엘 브리도노(60)씨는 “며칠간 경찰이 거리를 막았다. 날이 어두워 하늘이 도와주진 않았지만, 개막식은 아름다웠다. 불만이 있어도 우리는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완전히 개방된 대회(Games Wide Open)’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시작하는 파리 올림픽은 다음 달 11일까지 총 17일간의 열전을 펼친다. 206개국의 선수들이 32개 종목에서 329개의 금메달을 놓고 결투를 벌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