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선 느낄 수 없던 '여유'… 시골살이, 영감으로
협동조합 청풍 덕에 부평서 이주 결정
자연과 가까이하며 삶 만족도 높아져
전국 돌며 지역색 담은 음악 만들기 꿈

인천 부평구에서 나고 자란 청년이 어느 날 갑자기 시골인 인천 강화군에 정착했다. 싱어송라이터 고윤슬(31)씨가 강화군으로 온 건 지난 2021년 6월이다.
고씨가 도시로 나가는 대중교통도 적고, 장보기조차 쉽지 않은 시골살이를 결정하게 된 이유는 '협동조합 청풍' 때문이다. 청풍은 강화군 토박이 청년과 비(非) 강화군 출신 청년들이 함께 2013년 강화풍물시장에서 화덕피자를 구워 팔기 위해 설립한 단체로, 현재까지 강화군에서 커뮤니티를 형성하며 지내고 있다.
고씨는 "2020년 청풍에서 한 달 살기 프로그램을 진행했는데, 그때 강화의 인상이 좋게 남았었다"며 "이후 청풍에서 진행하는 '강화청년만들기'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되면서 강화군으로 이주하게 됐다"고 했다.
고씨는 강화군으로 이주하고 나서부터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할 수 있는 여유가 생겼다"고 말한다. 고씨는 "평생을 아파트에서만 살았는데, 강화군으로 온 후 텃밭을 가꾸는 등 자연과 가깝게 지내고 있다"며 "덕분에 삶의 만족도가 높아졌다"고 미소를 지었다.
이런 여유는 고씨의 창작활동에도 큰 도움을 줬다. 그는 강화군에서의 삶에서 영감을 받아 지난해 3월 '강화읍 궁골길'이라는 노래를 만들기도 했다. 다음은 고씨가 작곡한 강화읍 궁골길의 한 구절이다.
'강화읍 궁골길. 초록색 대문이 열리면 그날의 조각들이 새어나와. 누가 머물다 갔나요. 무얼 남기고 갔나요'.
물론 강화 생활에 '슬럼프'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고씨는 "2년 전 겨울 공연 등 외부 활동에 불편함도 있었고, 여러 가지 이유로 강화에서의 생활을 마무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었다"며 "자동차를 사면서 외부 활동이 편해졌고, 이웃들도 응원을 보내줘 극복할 수 있었다"고 당시를 기억했다.
고씨의 생활은 인천을 기반으로 잡지 '스펙타클' 등 콘텐츠를 만들고 있는 출판사·문화기획사 스펙타클워크가 지난 6월 출간한 '골라골라 나 같은 집'에 소개되기도 했다. 골라골라 나 같은 집은 취향을 담은 집에 살기 위한 청년들의 분투기를 다룬 단행본이다.
고씨의 올해 목표는 전국을 돌며 그 지역의 색을 담은 음악을 만드는 것이다. 그는 "올해 벌써 통영, 서산, 함안, 합천, 단양 등 여러 지역을 여행했다"며 "강화를 베이스캠프 삼아 전국을 돌면서 지역에서 느낀 감정과 그 풍경을 음악과 영상으로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변민철기자 bmc0502@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