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어컨 없고 영양소 충분치 않은 식사 나와… 생활여건 불만 곳곳
명분 좋지만 국가 재정따라 환경 '천차만별'… 한국팀 사비로 대응
'40℃의 무더위에 에어컨 없는 숙소'.
2024 파리 올림픽을 앞두고 세계 곳곳에서 터져 나오던 우려가 다행히도 기우에 머물 전망이다. 한국과 달리 프랑스 파리는 습도가 낮은 데다, 개막식날 내린 비 덕분에 폭염이 어느 정도 누그러지면서다.
하지만 선수촌에서 나오는 채식 위주의 부실한 식사 등은 여전히 개선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29일(현지시간) 파리의 한낮 최고 기온은 31℃로, 온도로만 따진다면 한국과 다르지 않다. 그러나 한국과 달리 파리는 습도가 현저하게 낮다. 이날 오후 5시 기준 파리의 습도는 45%가량이다. 저녁에 건조대에 빨래를 널고 자면 얼추 다 마르는 수준이다.
한국 대표팀 선수들은 에어컨이 없는 등 숙소 여건에 대해서는 크게 문제삼지 않았다. A선수는 "걱정했던 것보다는 지낼 만하다"며 "파리는 저녁에 조금 쌀쌀한 것 같다. 에어컨을 굳이 틀지 않아도 지내기에 괜찮다"고 이야기했다.
또 다른 B선수는 "버스 창문을 열지 못하게 하는 것이 맞다. 그래도 (찜통버스) 문제가 알려지고 나서 (선수촌에서 경기장을 오갈 때) 에어컨을 조금씩 틀어주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다만 올림픽 선수촌에서 나오는 식사는 선수들이 영양소를 충분히 보충하기에는 부족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어 B선수는 "삼시세끼 다 똑같은 음식으로 나오는데, (음식의 수준이) 너무 별로다. 고기가 있기는 하지만 채소와 빵으로 구성됐다"며 "한국 선수단에서 따로 도시락을 줘서 선수촌 밥 대신 이걸 먹는다"고 말했다.
파리 올림픽 조직위원회의 부실한 대응은 이른바 '친환경 올림픽'을 내세우면서 시작됐다. 탄소발자국을 줄이기 위해 에어컨을 틀지 않는 것이다. 명분은 좋지만, 문제는 국가별 재정 여건에 따라 선수들의 생활 수준이 달라진다는 점이다.
'친환경 올림픽'이 무색하게 이미 자비를 들여 휴대용 에어컨을 설치한 국가도 있다. 미국, 영국, 캐나다 등이 대표적이다. 특히 미국 농구 대표팀은 고급 호텔을 통째로 빌려 화제가 됐다. 비용은 208억원이다. 선수단에 막대한 예산을 쓰기 어려운 국가와 종목은 언감생심인 일이다.
한편, 한국 대표팀에서는 사비를 들여 대응책을 마련한 종목도 있다. 유승민 IOC 위원은 후배들을 위해 선수촌과 경기장을 이동하는 별도의 차량과 경기장 인근에 쉴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 주기도 했다.
파리/유혜연기자 pi@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