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 7월 31일은 인천 SSG 랜더스 팬들에게 오랫동안 기억될 것으로 보인다. 이 경기를 비롯해 다섯 곳에서 치러진 경기에서 모두 109득점이 쏟아진 이날은 KBO리그 역사에도 남을 날이다.
SSG는 31일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롯데 자이언츠와 경기에서 12회 연장 접전 끝에 12-11의 대역전극을 쓰며 승리했다.
SSG는 경기 초반 선발 투수 오원석이 3과3분의1이닝 동안 5실점으로 무너지면서 어려운 경기를 했다. 이 경기 직전까지 4연승으로 상승세를 탔던 SSG는 이날도 4회말 2점을 보태며 5-5 동점을 만드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불펜진도 롯데 타선을 막아내는데 어려움을 겪었다. 5회 4점, 7회 1점을 내주며 5-10으로 끌려갔다. 정규이닝 마지막 공격이었던 9회말 SSG는 롯데 마무리 김원중을 상대로 에레디아의 3점 홈런을 포함한 안타 5개와 4구 1개를 집중시키며 10-10 동점을 만들었다.
연장전에서도 먼저 앞서나간 팀은 롯데였다. 롯데는 12초 공격 1사 만루에서 정훈의 희생플라이로 11점째를 올렸다.
경기에서 끝내 웃은 팀은 SSG였다. 12회말 공격에서 SSG는 무사 1, 2루 기회를 잡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김민식의 잘 맞은 직선 타구가 투수 글러브에 빨려 들어가면서 2루 주자까지 더블아웃됐다. 무사 1, 2루 기회가 2사 1루로 바뀌는 순간이었다. 이때 타석에 들어선 오태곤이 현도훈의 5구째 슬라이더를 걷어올렸다. 타구는 좌측 팬스를 훌쩍 넘겼다. 오태곤의 끝내기 2점 홈런으로 SSG는 5시간에 달한 경기를 승리로 마무리했다.
SSG는 ‘끝날 때까지 끝난 것이 아니다’라는 야구계의 격언을 증명했다.

이날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와 KIA 타이거즈의 경기에선 두산이 무려 30점을 뽑아내며 30-6으로 승리했다. 두산은 역대 한 경기 최다 득점, 한 경기 최다 득점 차 승리 신기록을 세웠다.
수원케이티위즈파크에선 한화 이글스가 홈팀 kt wiz를 18-7로 완파했다. 서울 잠실에선 LG 트윈스가 삼성을 11-5로 꺾었고, 고척스카이돔에선 NC-다이노스가 홈팀 키움 히어로즈에 9-0으로 승리했다.
이로써 5개 구장에서 도합 109점이 쏟아졌다. 종전 하루 최다 득점인 1999년 6월 13일의 106점을 넘어섰다. 1999년 당시엔 더블헤더를 포함해 7경기가 열렸는데, 이번엔 5경기에서 해당 기록을 뛰어넘었다.
올해 KBO리그는 극단적인 타고투저 현상을 보인다. 여기에 7월 31일은 전국이 높은 습도와 폭염에 시달렸다. 날씨는 타자보다 투수들의 컨디션과 직접적인 연관이 있는데, 올 시즌 30도 이상을 보인 날의 KBO리그 평균자책점은 5.07, 20~29도인 날은 4.87, 10~19도일 때는 4.79를 기록했다.
8월에도 무더위가 이어질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불펜진의 과부하’ 여부가 순위 싸움이 관건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