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천 원미지구, 3주째 미개봉

후보 2명, 상대방 부정 의혹 제기
"LH 캐스팅보트, 입맛대로 가능"
주민들, 선관위 구성 문제도 지적
개입설 부정 LH "이달 중순 정리"


전국 최초로 추진되는 '부천 원미 도심공공주택 복합사업'이 주민대표 선출부터 진흙탕 싸움으로 빠져들며 난항을 겪고 있다.

주민대표를 노리는 후보들의 부정선거 의혹 제기가 잇따른 데다, 시행자와 주민 간 갈등까지 확산하면서 사업이 초반부터 꼬여가는 모습이다.

1일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에 따르면 부천 원미 도심공공주택 복합사업 주민대표 선출을 위한 선거가 지난 6월17일부터 7월8일까지 진행됐지만, 선거를 마감한 지 한 달이 다 돼가도록 투표함조차 열지 못하고 있다. 주민대표로 나선 두 명의 후보 모두 상대방의 부정선거 의혹을 제기한 데 따른 것이다.

앞서 이들 후보는 지난 6월5일 선출업무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 규정을 토대로 선거운동 방법에 합의했다. 합의 내용에는 선거 운동 기간을 6월24~30일 7일간으로 하고 시간은 오전 8시~10시, 오후 5시~7시 등 1일 2회로, 장소는 사업지구 내로 한정했다.

아울러 선거 가능 인원은 단 2명, 선거운동 홍보물은 어깨띠와 명함 사용만 가능하도록 규정했다. 사실상 투표권자인 '토지등소유자'들에게 전화 연락이나 방문을 통한 지지 호소 조차 못하도록 제약을 건 것이다.

이후 A 후보는 B 후보가 토지등소유자를 상대로 전화 연락을 하는 등 부정 선거를 했다며 선관위에 고발했고, B 후보 역시 같은 이유로 A 후보를 고발하는 등 맞불 작전을 놓으면서 선거가 이전투구 양상으로 치달았다.

익명을 요구한 한 주민은 "주민대표 선출과정에 이 같은 엉터리 합의문이 도저히 이해되지 않는다"며 "누가 봐도 기존 인물이 유리할 수밖에 없는 선거라 '특정후보 밀어주기' 의혹이 나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주민들은 선관위 구성을 놓고도 LH를 향해 날을 세우고 있다. 선관위는 각 후보 측에서 2명씩 참여하고, LH 측 인사 1인을 더해 총 5명으로 꾸려졌다. 이 때문에 주민 일각에선 다수결의 원칙에서 1표를 보유한 LH가 '캐스팅보트' 역할을 하며 자신들에게 유리한 결론을 도출할 수 있게 됐다는 주장이 나온다.

또 다른 주민은 "선관위는 공정성이 요구되는데, 사실상 LH의 입맛에 맞는 후보를 LH가 선택할 수 있는 구조가 됐다"며 "이 때문에 주민들 사이에서는 LH의 과도한 개입이 일을 더 꼬이게 한다는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고 강조했다.

반면 LH는 선관위 규정과 회의 결과에 따른 결정일 뿐, LH 개입설은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이다. LH 관계자는 "회의록이나 의결서가 있고, 향후에는 이를 주민들이 열람할 수 있게 된다. LH는 규정을 지키며 일을 진행해 왔다"면서 "투표함 미개표의 경우, 여러 건의 이의제기가 있어 선관위 차원에서 사실 여부를 조사했고, 8월 중순께 정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반박했다.

한편 부천 원미 도심공공주택 복합사업은 원미동 166-1 일원 6만5천450㎡에 공동주택 1천628호와 근린생활시설 및 복리시설 등을 조성하는 사업으로 오는 2029년 입주를 목표로 추진되고 있다.

부천/김연태기자 kyt@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