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도자기가 파리지앵의 피사체가 됐다. 2024 파리올림픽이 어느덧 중반에 접어든 가운데, 한국의 고전적인 아름다움을 한데 압축한 도예 작품이 전 세계인의 눈을 사로잡고 있다. 고전과 현대, 전통과 다양성이 조화롭게 어우러진 ‘K-도자기’는 그렇게 예술의 도시 파리를 물들였다.
프랑스 파리 14구의 메종 드 라 쉬미에 위치한 코리아 하우스 3층에서는 지난 1일(현지시간) 한국 도예가들의 작품을 선보이는 한국도자재단의 기획전 ‘멀고도 가까운 이야기_한국도예’가 열리고 있었다. 윤호준, 맹욱재, 심다운, 홍근영, 고우정 등 경기도와 인천 지역 출신 다섯 작가의 도자 작품이 이번 올림픽 폐막식인 오는 11일까지 펼쳐진다.
가장 눈에 띄는 점은 외국인들의 통념을 비껴갔다는 것이다. 흔히 ‘한국 도자기’하면 쉽게 떠올리는 전형적인 호리병 형태의 작품이 아닌, 고전을 재해석한 도예 작품이 관람객들을 맞이했다.
윤호준 작가의 ‘토탈출 칠보 투각 향로(2021)’는 국보 ‘청자 투각칠보문뚜껑 향로(고려시대)’를 오마주한 작품으로, 독특한 상상력이 돋보인다. 작가가 새롭게 만든 어린아이처럼 보이는 캐릭터 ‘아’와 전통 도예가 어우러지며 관람객의 상상력을 자극한다.
스토리텔링을 더한 점도 작품 관람의 즐거움을 더한다. ‘청자 투각칠보문뚜껑 향로’의 하단을 천 년가량 받치고 있던 토끼는 잠시 휴식을 취하고, 그 자리를 대신해 ‘아’가 향로를 떠받드는 재밌는 상황을 연출했다.
파리 현지에서 만난 윤호준 작가는 “원작이 존재하는 한국 고유의 도자기로부터 뻗어온 작품이다. 파리에 온 각국의 사람들이 해당 작품을 보고서 원작이 무엇인지, 한국의 옛 도자기들은 어떤 것들이 있는지를 찾아보면 굉장히 뜻깊을 것 같다”고 말했다.
고우정 작가의 ‘나의 기도, 너를 위한 기도(2022-2024)’에서는 평화와 다양성 등 올림픽 정신을 엿볼 수 있었다. 여러 색상과 다양한 오브제를 활용한 도자기는 각국의 문화와 공동체의 가치를 담아내고 있었다.
한국도자재단 수장고에서 어렵사리 공수해온 작품도 관람객을 맞이했다. 맹욱재 작가의 ‘비밀의 숲(2015-2019)’은 백자를 활용해 양가적인 현대 사회의 모습을 표현했다. 멀리서 보면 평화로운 숲에서 살아가는 동물들을 표현한 듯 보이나, 가까이서 살펴보면 새의 머리가 두 개이거나 인간의 귀가 달린 풀 등이 모습을 드러낸다.
이외에도 분쇄된 폐도자를 흙과 섞어 만든 심다은 작가의 ‘인간의 암석(2023-2024)’과 가정과 사회에서 여성의 역할에 대한 고민이 묻어나는 홍근영 작가의 ‘동반자(2023)’가 전시실에 자리한다.
최리지 한국도자재단 학예사는 “올림픽 무대에 서기 위해 선수들이 뼈를 깎는 노력을 하듯이 예술가도 마찬가지로 수많은 고난을 거치며 특유의 조형 세계를 구축한다. 이번 전시는 도자 예술의 국가대표가 나선 것”이라며 “올림픽 기간 전 세계인들이 아름다운 한국의 도자 예술을 즐겼으면 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