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사는 이야기] 정순옥 시흥 시화병원 영양팀장


복지사각 이웃 영양 공급 재능기부
매년 상·하반기 각각 20가구 지원
병원 관두더라도 계속 이어가고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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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들에게 맞춤형 식단을 짜고 먹거리 재활을 돕는 시흥 시화병원 영양팀장 정순옥(50)씨의 이웃사랑 재능기부가 화제다.

시흥시 정왕3동 지역사회보장협의회 소속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정씨는 지난 2018년부터 7년째 지역내 홀몸 어르신과 돌봄이 필요한 복지사각지대 이웃들에게 신선한 식재료 키트를 짜서 사랑의 영양소를 공급하는 일명 '드림키트 숨은 천사'로 알려져 있다.

정씨는 지난 1998년 시화병원에 입사해 시흥과 인연을 맺었다. 병원 환자들의 먹거리를 책임지는 영양사로 근무하다 가정일로 그만둔 뒤 2014년 영양팀장으로 재입사해 1천200여 명에 이르는 병원 환자와 의료진들의 안전한 먹거리를 책임지고 있다.

지역사회 봉사는 직장 동료의 소개로 재능기부 요청을 받아 흔쾌히 수락했다. 정씨와 함께 활동하는 30여 명의 지역 봉사자들은 홀몸 어르신들과 장애인 등 취약계층에게 도시락을 제공하거나 요구르트 배달봉사를 하며 안부묻기, 생필품 전달 등 찾아가는 선행을 해오다 정씨가 드림키트 아이디어를 내놓았다.

"이왕 먹거리를 제공할 경우 완성품 보다는 매주 식단을 짜서 원재료를 공급해 직접 만들어 먹을 수 있는 식재료 키트를 드리는 게 받는 분들에게 더 큰 감동을 주고 꼭 필요한 영양소 제공에도 도움이 된다고 생각해 시작했는데 반응이 좋아서 다행이에요."

정씨의 재능기부로 동료 영양사들도 덩달아 바빠졌다. 매주 수요일 지역 취약계층에게 보낼 먹거리 키트 식단회의를 하고 재료를 구입해 포장하는 일까지 정씨를 도와야 하기 때문이다. 물론 환자들의 식단을 책임지는 본업이 중요하기 때문에 짬을 내 봉사하는 것이지만 시화병원 최병철 이사장의 배려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라고 정씨는 강조한다.

드림키트 재원은 정왕 3동 행정복지센터와 지역사회보장협의회에서 기부금 등을 통해 마련한 수익금으로 제공되고 있으며 매년 상반기(4~6월)와 하반기(9~11월) 각각 취약계층 20여 가구를 발굴해 3개월씩 지원하고 있다.

정씨는 다소 생소하거나 만들기 어려울 수 있는 식단을 짤 경우 드림 키트내에 상세한 레시피까지 만들어 요리방법을 제공하고 재료 보관방법 등에 대한 세심함도 잊지 않고 있다.

그는 이어 "드림 키트의 풍성함을 위해 음식 알레르기 조사나 꼭 먹고싶은 음식 등의 수요조사도 해 볼 계획"이라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정씨는 "큰 뜻 없이 시작한 재능기부가 멈출 수 없는 제 인생의 소망이 될 줄은 몰랐다"며 "병원을 그만두더라도 시흥을 떠나지 않는 한 계속 이어가고 싶다"고 말했다.

시흥/김성규기자 seongkyu@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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