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예방 조례 제정' 생수나눔 가능
해당 조례 없을시 '기부행위' 해당
관련 근거 불명확 지자체 지원 주춤
연일 폭염이 이어지자 온열질환 대응에 나서는 일선 지자체들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물을 많이 마시는 게 중요한 조치이지만, 지자체 상황에 따라 무료로 생수를 제공하는 일이 자칫 공직선거법에 저촉될 수 있어 '주춤'하는 것이다.
7일 경기도 등에 따르면 최근 도내 한 지자체는 무더위에 시달리는 주민들에게 생수를 무료로 나눠주는 방안을 검토했다.
그러나 지역 선거관리위원회에 문의한 결과 관련 조례를 제정하지 않은 채 생수를 불특정 다수에게 무상으로 제공하면 공직선거법에서 금지하는 기부행위에 해당할 수 있다는 답변을 받아 지급하지 않기로 했다. 경기도 역시 폭염 대응책의 일환으로 도민들에 생수 제공이 가능한지 살피던 과정에서 해당 지자체 사례를 전달받은 후 일선 시·군들에 공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직선거법은 선거 출마자가 유권자 등에 금전, 물품 등을 제공하는 행위를 기부행위로 통틀어 금지하고 있다. 법에서 규정한 통상적인 정당 활동이나 일부 의례적 행위, 직무상 행위 등은 예외적으로 허용한다. 지자체가 폭염 시 주민들에 생수를 제공하는 행위의 경우 지자체 조례에 의해 자체 사업 계획과 예산을 토대로 진행하면 가능하다.
자치법규시스템에 따르면 폭염 피해 예방 조례를 제정한 도내 지자체는 하남·여주·수원·의정부시 등 11곳이다. 일례로 2020년 관련 조례를 만든 하남시는 2021년부터 유동인구가 많은 관내 6곳에 냉장고를 설치해 시민 누구나 더울 때 마실 수 있도록 생수를 비치하고 있다. 하루 9천~1만2천개의 생수를 공급하는데, 날이 더울 땐 금세 동이 난다는 게 시의 설명이다.
시 관계자는 "시민들의 호응이 커서 수년째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마찬가지로 2019년 조례를 제정한 여주시도 관내 6곳에 아이스박스를 설치한 후 식수를 제공하고 있다.
반면 조례가 없거나 관련 근거 조항이 불명확한 지자체에선 지원에 한계가 있다.
도내 한 지자체 관계자는 "조례상 근거가 분명치 않은데 경기도에서 최근 공직선거법에 저촉될 수 있다는 검토 사례를 전달받았다. 이런 점에 따라 생수 제공을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했다.
도와 각 지역 선거관리위원회에서도 "생수가 제공되는 사례와 대상, 주체 등을 모두 살펴봐야 한다"면서도 "관련 질의가 있을 때마다 해당 공직선거법 내용을 상세히 안내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종찬·강기정기자 kanggj@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