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주 운정호수와 소리천이 심각한 오염에 시달리고 있어 준설 등 대책이 요구되고 있다. /파주시 제공
파주 운정호수와 소리천이 심각한 오염에 시달리고 있어 준설 등 대책이 요구되고 있다. /파주시 제공

호우에 떠오른 퇴적물이 원인, 준설한 적 없어

주민 “오래 전부터 악취 민원 제기, 개선 안돼”

공사장·식당 오·폐수도 문제… 시는 미온적 입장

“폭우 때 심한 악취가 풍기고, 팔뚝만 한 잉어가 죽어 둥둥 떠내려갔어요.”

파주 운정신도시 주민들의 운동 및 휴식공간인 운정호수와 소리천이 심각한 오염에 시달리고 있어 대책이 요구된다.

특히 소리천 주변 공사장과 식당 등지에서 발생한 하수 일부가 소리천으로 흘러들면서 또 다른 오염원으로 지적돼 하상 준설과 함께 하수 유입 근절대책도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9일 운정신도시 주민 등에 따르면 올여름 전국적으로 쏟아진 극한 호우로 인해 파주 운정신도시 홍수예방 기능(저류지)을 하고 있는 운정호수와 호수 유입수를 공릉천으로 배출하는 소리천에 시커먼 급류가 흐르면서 심한 악취가 발생했다.

2022년 4월 친수공간 조성사업 당시 물 빠진 소리천 바닥에 썩은 퇴적토가 가득 쌓여있다. /경인일보DB
2022년 4월 친수공간 조성사업 당시 물 빠진 소리천 바닥에 썩은 퇴적토가 가득 쌓여있다. /경인일보DB

이 같은 현상은 호수와 하천의 바닥이 급류에 패이고 뒤집어지면서 두텁게 쌓여 있던 썩은 퇴적물이 물 위로 떠올라 심한 악취와 함께 흑색 물빛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2005년 조성 이후 현재까지 한 번도 준설 한 적이 없는 호수와 소리천은 그동안 켜켜이 쌓인 퇴적물이 여름철 수온 상승으로 부영양화가 가속되면서 용존산소 부족으로 더욱 썩어가는 등 악순환이 되풀이되고 있다.

이 결과 호수와 소리천은 팔뚝만 한 잉어들이 산소 부족으로 죽어 떠오르거나, 숨을 쉬기 위해 떼 지어 물 위에 입을 내놓고 ‘뻐끔’ 거리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주민 이모 씨는 “운정호수와 소리천은 오래전부터 악취가 난다는 민원이 제기됐지만, 개선되지 않고 있다”면서 “지난 폭우 때는 잉어 등 물고기들이 하얗게 배를 드러내며 떠올라 둥둥 떠내려가고 또 물 밖으로 입을 내놓고 숨을 쉬는 현상이 발생했다”고 말했다.

소리천 인근 공사장과 식당 등에서 흘러드는 오·폐수도 수질 오염에 한몫하고 있다. 지난해 8월 소리천 옆 공사장에서 회색빛 폐수가 흘러들고 있다. /독자 제공
소리천 인근 공사장과 식당 등에서 흘러드는 오·폐수도 수질 오염에 한몫하고 있다. 지난해 8월 소리천 옆 공사장에서 회색빛 폐수가 흘러들고 있다. /독자 제공

이 같은 혼탁 속에 소리천 인근 공사장과 식당 등에서 흘러드는 오·폐수도 수질 오염에 한몫하고 있어 오염원 단속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수질환경업계 한 전문가는 “물이 고여 있다 보니 여름철 수온이 상승하게되면 부영양화가 심해지면서 용존산소 부족으로 녹조와 물고기 집단폐사가 나타날 수 있다”며 “이 같은 문제의 해소방안으로 구간별 바닥 준설을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시 관계자는 이에 대해 “하천 바닥을 걷어낼 필요성은 인정하지만, 많은 종류의 어류가 살고 있어 준설 시 용존산소 부족으로 인한 심각한 피해 발생이 우려되고, 특히 예산확보 어려움 등으로 당장 시행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미온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시가 예산과 준설방식 문제로 시간을 허비하는 사이 호수공원과 소리천은 계속 썩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