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들 현장감각… 즐겁게 작품 쌓고파"
지난해 동아연극상 '신인 연출상'
새로운 시도, 극단에 신선함 선사
"어떻게 관계하는지에 달라지는 가족상 고민됐으면"
이달 31일부터 내달 8일까지 경기아트센터 소극장
지난해 제60회 동아연극상 '신인 연출상'을 수상하는 등 연극계의 주목을 받고 있는 박주영 연출이 경기도극단 상임연출로 첫발을 내딛는다. 오는 31일부터 경기아트센터 무대에 오르는 연극 '매달린 집'이 첫 작품이다.
배우로 시작해 극을 직접 만드는 연출의 길로 들어선 박 연출은 경기도극단에서 '최대한 다정하고 친절한' 작품으로 '다양한' 관객을 만나고 싶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었다. 그가 상임연출에 지원했을 때 강조한 부분도 "연극계의 가장 최전방에 있는, 가장 동시대성을 가진 연출"이었다. 활발하게 새로운 것을 시도하고, 시대의 예민한 부분에 대한 감각과 그 너머의 이야기를 생각하고 있는 박 연출은 경기도극단에도 신선함으로 다가왔다.
박 연출은 "경기도극단 배우들은 쉬지 않고 오랜시간 작업해오며 굉장한 현장 감각을 갖고 있다"며 "제안하는 방식과 만드는 과정을 열린 마음으로 받아주고, 수준 높은 연기력도 갖추고 있어 작업을 상상하는 데 큰 도움이 되고 있다"고 전했다.
박 연출은 일상에서 느끼는 귀한 순간, 드문 감정을 느끼고 기억하고 있다가 작품을 만들 때 그 감정과 같은 지점을 만나게 되는 순간 마음에서 폭죽이 터진다고 했다. 박 연출은 "연습하는 순간순간이 즐겁고, 매번 새로운 것을 찾는 과정들을 쌓아 무대에서 보여주는 것이 내가 하고 싶은 연극"이라고 말했다.
그런 그가 경기도극단과 선보일 연극 '매달린 집'은 캐나다 퀘벡주에 사는 가족의 드라마틱한 삶을 그린 작품이다. 1910년, 1950년, 1990년 각기 다른 시대에 존재했던 가족들의 이야기는 대가족 중심의 가족이 해체되는 과정에서 생겨난 정체성의 혼란과 삶의 문제가 녹아있다.
약 30년 전에 나온 작품은 이미 다양한 가족의 형태를 인정하고 있다. 그런 캐나다 가족의 이야기는 우리나라의 가족상과 얼마나 닮아있을까.
박 연출은 "캐나다에서 가족을 생각하는 것은 한국과 다르지 않았다. 뿌리를 찾고, 가족 안에서 안정감을 찾으려는 마음이 같아 신기했다"며 "가족의 모양이 다르다기보다 시대에서 오는 차이가 있는 것 같다. 예민한 지점에 대한 감각의 차이 정도가 느껴질 뿐 가족의 모습은 비슷하다"고 설명했다.
박 연출은 작품이 가지는 동시대성에 대해 다양한 형태의 가족상을 기본값으로 놓고 그 위에 개인들이 가진 욕망과 결핍, 주고받는 감정과 갈등을 섬세하게 표현하고자 했다.
박 연출은 "집이 매달려 있다는 것 자체가 굉장히 불안정한 느낌이지만, 그럼에도 그곳이 집이라는 이야기를 하고 있다"며 "완벽한 모습의 가족이 아니더라도 그 안에 사람들이 어떻게 관계하느냐에 따라 가족이 만들어진다는 것을 말하는 작품"이라고 했다.
이를 위해 박 연출은 인물들이 부딪히는 집 한 채라는 공간과 그 안에서 사람들이 어떻게 움직이고 관계하는지를 무대에 구현하는 것을 고민하고 있다. 또 인물들이 느끼는 감정의 변화를 연극적인 표현으로 어떻게 관객들에게 전달할 수 있을지, 각기 다른 세대를 구분해 보여주고 이를 설득시키는 부분을 어떻게 만들어 나갈지 생각하고 있다고.
박 연출은 "극도 희곡도 가족에 대해 강하게 이야기 한다. 우리가 가족이라면 어떻게 해야 할 지, 가족으로서 어떻게 함께할 수 있을지에 대해 짚어보는 작품"이라며 "우리가 생각하는 가족과 내가 바라는 가족이 무엇인지에 대해 고민해볼 수 있는 연극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연극 '매달린 집'은 이달 31일부터 9월 8일까지 경기아트센터 소극장에서 만날 수 있다.
/구민주기자 kumj@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