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학력제 시행 놓고 체육계 '노심초사'
인정 일수 제한탓 방학때 경기 몰려
세계대회 출전 국대들은 '무단 결석'
법 개정 움직임… 정부도 개선 논의
학생 권리보장 현장 맞춤 제도 필요
학부모들의 강렬한 반대에 부딪히는 최저학력제를 비롯해 학력 제고를 위해 만들어진 현행 제도들이 결국 학생 선수들이 운동도, 공부도 포기하게 되는 제도가 될 것이란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엘리트 체육 활성화를 위해선 학생 선수가 중심이 되는 현장 맞춤형 제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현재 운동과 학습을 병행하는 학생 선수들은 대회·훈련 등에 참가하기 위해 수업을 빠질 때 출석으로 인정되는 일수가 제한돼 있다.
학생 선수가 운동만 한다면 향후 진로 선택이 제한되기 때문에 공부도 병행해 다양한 길을 열어두라는 취지다.
이에 출석 인정 일수는 초등학생은 20일, 중학생은 35일, 고등학생은 50일이다.
현행 출석 허용 일수는 이전보다 늘어난 수치지만 현장에선 현행 제도들이 아직도 지장이 크다고 토로한다.
출석 허용 일수가 인위적으로 제한돼 있다 보니 주말과 방학에 경기가 몰려 학생 선수들의 피로도가 크다는 것이다.
특히 세계 대회에 자주 출전하는 국가대표 선수들의 경우엔 출석 일수를 맞추기 어려워 무단결석까지 감행하고 있다는 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실제 2024 파리 올림픽에서 동메달 2개를 거머쥐며 한국 탁구의 위용을 뽐낸 신유빈(20·대한항공)도 2020년 고교 진학을 포기하고 실업팀에 입단했다.
당시 중학생이던 신유빈이 최저학력제에 걸려 1년 동안 대회에 출전하지 못했고, 출석 허용 일수 제한으로 운동에 전념하기 어려워 내린 선택이었다.
학생 선수의 학업을 증진하기 위한 제도가 오히려 학업을 포기하게 만든 사례였다.
경기북부 지역 소재 한 고등학교에서 사이클 선수로 활동하고 있는 A(18)군은 "경기도에서 대회가 열리면 괜찮은데 지방에서 열리면 최소 이틀 이상은 잡아야 한다. 그런데 수업을 빼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 항상 촉박하게 움직여야 하고 그러다 보니 대회에서 제 컨디션을 발휘하기도 어렵다"며 "학기 중에 대회를 여는 게 제한돼서 방학 동안에 대회가 많이 열린다. 이번 달에만 3개 대회를 연달아 출전하고 있는데 그만큼 부상 위험이 커 몸 관리에 신경쓰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이에 제도 보완과 엘리트 체육 활성화를 위해 정치권도 대책 마련에 나섰다.
국민의힘 서지영(국·부산 동래구) 의원은 학교체육 진흥법 개정안 등 모두 3건의 법안을 대표 발의했다.
최저학력에 미달한 학생 선수가 자퇴하는 등 공교육 이탈을 방지하고 기초학력보장 프로그램을 이수한 학생 선수의 경기대회 참가를 허용하기 위해서다.
강득구(민·안양만안) 의원과 황대호(민·수원3) 도의회 문화체육관광위원장도 각각 최저학력제 개정 관련 토론회를 개최하며 의견을 수렴했다.
올림픽 메달리스트인 한 체육계 관계자는 "우리 모두 학창시절 공부를 해봤지만 공부는 스스로 해야 효과가 난다. 운동에 꿈이 있는 학생 선수에게 강제로 시키면 결국 공부도 운동도 포기하는 선수가 나올 것"이라며 "물론 학생 선수도 학생인 만큼 교육이 필요하다. 하지만 이번 올림픽의 선전을 앞으로도 이어가고, 엘리트 체육 활성화를 위해선 유연한 현장 맞춤형 제도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교육부와 문화체육관광부도 최저학력제와 대회·훈련 참가를 위한 출석 허용 일수 등과 관련해 개선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경기도교육청 관계자는 "지난주에 교육부와 협의하는 자리에서 경기도교육청은 (최저학력제를) 개정해달라고 의견을 개진한 상태다. 국회 차원에서도 법안 발의를 앞두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그렇기 때문에 아직 구제 방안은 별도로 없다. 피해 최소화를 위해 꾸준히 최저학력제 시행에 대해 안내해왔다"고 밝혔다.
/김동한기자 dong@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