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양주 초교 6학년 절반 신고 당해
학교·교육당국, 중립이유 소극행정
신고자, 허위 아냐… 취재 거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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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양주의 한 초등학교 학부모 수십여명이 21일 진건읍 A초교 앞에서 '허위 학교폭력 신고에 시달리고 있다'며 대책을 촉구하고 있다. 2024.8.21 남양주/하지은기자 zee@kyeongin.com

"옷깃만 스쳤는데 학폭 신고가 접수됐어요. 근처에만 있어도 학폭인가요?"

남양주의 한 초등학교 학부모 수십여 명이 '허위 학교폭력 신고에 시달리고 있다'고 주장하며 학교와 교육당국의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나섰다.

이 학교 6학년 학생들 중 절반가량이 학폭으로 경찰과 학교 등에 신고됐기 때문인데, 학교 측이 현행법에 따라 심사가 진행 중인 사건에 일일이 대응하지 못하면서 학부모들의 불만이 거세지고 있다.

남양주 A초 재학생 학부모 20여 명은 21일 오전 남양주시 진건읍에 위치한 초등학교 정문 앞에서 학생들의 학습권 보장을 요구하는 집회를 개최했다.

학부모들은 "지난해부터 한 학생의 허위신고로 한 학년 절반이 학폭 가해자로 몰리고 있다. 많은 학생이 학폭 신고 후 교칙에 따라 1주일간 분리 조치돼 수업을 듣지 못하고 있는데, 돌아오면 또 신고를 당해 분리조치 되는 등 반복된 행위로 학습권·정신적 피해를 입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형사 고소 역시 학생 이름으로 하고 있어 '혐의 없음' 처분을 받더라도 (학생이) 촉법소년에 해당돼 무고죄가 안 된다. 반복된 공격만 받을 뿐 법적 책임을 물을 방법이 없어 답답한 심정"이라며 "아이들의 억울함과 이런 악습이 반복되지 않도록 학교·교육지원청에 방안을 요구하고 있지만 중립을 이유로 수차례 면담도 거부하는 등 규정 뒤에 숨은 소극행정을 벌이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현재 이 학교 전체 학생수는 161명(남 87명·여 74명, 2024년 기준)으로 문제가 되고 있는 6학년 전체 2개반 학생수 41명 가운데 20명이 '학교폭력'으로 46건이 접수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학부모들은 교육당국에 지속적으로 개선을 요구한 뒤에도 해결의 기미가 보이지 않자 결국 지난 20일부터 6학년 전체 학생들의 등교거부를 감행하면서 집회를 통해 대책 마련을 호소하고 있다.

이에 교육당국은 '어쩔 수 없는 조치'라고 해명하며 현행법 개선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A학교 측은 "학폭은 심의위원회를 개최하고 사건이 판명돼야 가부를 말할 수 있다. 심의가 진행 중인 사건에 최대한 중립을 지켜야 하고, 기밀누설 금지 조항에 따라 진위 여부를 발설할 수 없다"면서 "우리 학교뿐만 아니라 타 학교도 마찬가지다. 현행법이 이렇다는 게 근본적인 고민"이라고 밝혔다.

교육청 관계자는 "신고 학부모 측에선 허위가 아니다. 괴롭힌 게 맞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며 "학부모분들이 대화의 자리를 요구하고 있지만 (상대측) 부동의로 대화를 강제로 끌고 올 수 없어 안타까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편 경인일보는 학교폭력 신고 학부모 측에 전화 연락을 시도했으나 "학부모들 주장만 취재하라"며 답변을 거부했다.

남양주/하지은기자 zee@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