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를 넘어 희망을 쏜다'.

한국 장애인사격의 간판스타 한태호(38·부천시 중동)가 경기도종합사격장에서 열리는 2002세계장애인사격선수권대회(4~11일)에 출전해 기량을 뽐낸다.

지난 89년 군복무 시절 불의의 사고를 당한 그는 척수장애로 두 다리를 쓰지 못하는 장애인이 됐다. 한 선수는 사회로 돌아와선 실의와 절망의 나날이 계속됐다. 그러나 그에게 사격이 삶의 새로운 희망과 용기를 주었고 마침내 '제2의 인생'을 열게 됐다.

사고전 군에서도 명사수로 통할만큼 사격에 자신이 있었던 그는 절망의 3년을 지낸 92년, 바르셀로나 장애인올림픽을 지켜보면서 사격에 관심을 가지며 총을 잡게 됐다.

당시 총쏘는 것만큼은 일반인들을 충분히 능가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으며 지금도 그때의 마음을 잊지 않고 있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94년 북경아시아선수권대회에서 처음으로 국제무대에 이름을 알린 그는 95년 핀란드 세계선수권에서 금 1개와 은 1개를 따내 두각을 나타냈다. 이후 96년 애틀랜타 장애인올림픽 공기소총에서 당당히 금메달을 목에 걸었으며 99년 전국장애인체육대회에선 본선기록 590점을 쏴 비공인 세계기록(588점)을 경신하는 쾌거를 이루며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

그 순간 좌절과 실의로 보낸 그동안의 생활이 주마등처럼 뇌리를 스쳐간 것이다.

“사고를 당한뒤 아무것도 할 수 없을 것이라는 생각뿐이었는데 올림픽에서 1위를 차지하니 세상은 넓고 정말 할 일이 많다는 것을 절실하게 깨달았다”고 당시를 회고했다.

“지금까지 열심히 했다고 자부해요. 사격은 노력한만큼 결과가 나오지요. 한계가 있는 것 같은데 노력하면 한계는 조금씩 밀려나게 되죠. 이게 바로 사격의 매력이죠.”

이번 대회에 공기소총 복사와 소총 소구경 3자세등 2종목에 출전하는 그는 최선을 다해 좋은 성적을 거두겠다는 소박한 소망을 밝혔다.

장애인 사격을 경기로 인정하지 않고 호기심의 대상으로만 여기는 일반인들의 편견이 가장 안타깝다고 말하는 그는 자가와의 싸움을 통해 한계라고 여긴 벽을 조금씩 밀어낼때 마다 표현할 수 없는 기쁨을 느낀다고 환한 웃음을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