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해진 아이들, 더 귀해지는 소아응급 "진료 마지노선 고군분투"


인력난·경영난·높은 사법리스크에 기피진료과 낙인… 운영 위기
한달 평균 1500명 돌봐… "우리 병원 사라지면 서울까지 원정가야"
"의료진 유입 환경·원활한 시스템 구축… 정부의 적극 개입 필요"

인터뷰공감-백소현 센터장3
백소현 분당차여성병원 소아응급센터장은 "유일한 경기도 소아 지킴이로 책임을 다하려고 한다.저희 병원이 없어지면 서울까지 진료를 보러 가야하는 상황이기에 진료 마지노선으로 막아주고 싶다"고 전했다.

대한민국 제1호 소아응급센터인 순천향대천안병원 소아응급센터가 최근 문을 닫았다. '소아과 오픈런'이라는 신조어도 등장했다. 소아응급 위기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들이다.

경기도에서 유일하게 24시간 운영되는 차의과대학교 분당차여성병원 소아응급센터는 그래서 더욱더 소중하고 고마운 존재다. 이곳은 성인과 분리돼 운영되며 질환과 외상 모두 진료가 가능하다. 그러다보니 하루평균 60명 정도, 주말에는 100명에서 많게는 180명가량의 소아응급 환자들이 찾는다.

백소현 센터장은 이런 소아응급 현장을 3년째 지키고 있다. 원래 아이들을 좋아하고 관심도 많았던 백 센터장은 서울대병원에서 의사생활을 하던 중 소아전문센터가 있는 분당차여성병원으로 스스로 자리를 옮겼다. 부센터장을 2년 했고 지난해 6월부터 센터장으로 소아응급을 총괄하고 있다.

백 센터장은 "경기도뿐 아니라 충청, 강원도 등 다른 지역에서 오는 환아들의 비중도 점차 커지고 있다. 119 역시 경기도에서 50% 이상을 저희 병원에서 수용하고 있다. 한 달 평균 1천500명 정도를 진료하는데 주말엔 환자가 너무 많아서 식사도 할 수 없고, 화장실도 갈 수가 없다. 진료가 끝나면 목소리가 나오지 않을 정도다. 생활도 거의 당직실에서 한다"고 말했다.

백 센터장은 "소아과 하는 사람들은 아이들이 좋고 이뻐서 일종의 소명감으로 일한다. 아이들을 보면서 느끼는 감정이나 보람이 크다"며 "경련을 일으켜 119로 멀리 강원도에서 온 아이가 있었는데 인공호흡기에 심폐소생술을 해야 했다. 기도하는 마음으로 최선을 다했는데 다음날 깨어나 집에 갈 수 있었다. 다급한 시점에 아이들을 살려낼 때, 응급실 처치를 잘해 좋아진 모습으로 집에 갈 때 큰 보람을 느낀다. 그래서 이 일을 하는 것이기도 하다"고 미소지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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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소명감 하나만으로 일하기에는 소아응급의 현실이 너무 각박하다.

분당차여성병원은 2006년 개원 당시부터 소아응급센터를 개설했고 현재도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의료 현실과 맞물려 다른 소아응급센터와 마찬가지로 여러 어려운 상황에 처해있다.

백 센터장은 이곳저곳 지원을 요청했고 경기도도 찾아갔다. 도는 도움을 주기위해 지난 2월 공모를 거쳐 24시간 소아응급환자를 위한 응급실을 갖춘 소아응급 책임의료기관 4곳을 권역별로 지정했다. 응급실 운영을 위해 소아청소년과나 응급의학과 전문의를 채용하는 조건으로 지원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인력난에다 소아진료 구조에 따른 경영난 등이 겹치며 3곳은 계획대로 소아응급실 진료를 개시하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분당차여성병원 1곳만이 경기도에서 유일하게 소아전문응급의료센터를 운영하게 됐다.

백 센터장은 "우리 센터는 지난 한 해 경기도에서 가장 많은 소아응급환자를 진료하며 소아 진료 인프라를 구축했고, 교수 전원이 '소아응급의학 세부전문의' 자격을 취득해 '소아응급의학 세부전문의 수련병원' 인증도 획득했다"며 "그나마 우리 센터는 보건복지부와 경기도의 지원을 받으며 24시간 소아응급센터를 운영하고 있지만 여전히 소아청소년과 전공의 부족 등의 어려운 환경이 이어지면서 많은 응급환자나 중증도 높은 환자를 받기에 어려운 상황"이라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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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 센터장은 그러면서 "소아응급은 특수한 부서다. 응급실이라는 특수한 환경에서 치료 대상이 소아이기 때문"이라며 "소아는 성인처럼 어디가 아프다고 알려 주지 않고 보호자가 이야기하는 것과 환아의 상태를 직접 확인하고 검사를 할지 말지 바로 결정해야 한다. 또 방사선에 취약하고, 잦은 피검사가 환아에게 트라우마를 남길 수 있기 때문에 성인처럼 피검사 및 CT 검사를 일반적으로 할 수가 없다. 특히 적절한 검사를 선택하고 검사가 필요한 시점을 찾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즉, 소아응급에 경험이 많은 의료진의 결정이 필수적"이라고 설명했다.

백 센터장은 "그러나 소아 응급실 및 소아 관련 배후 진료과는 진료가 힘들고 환자, 보호자 소송 등의 사법 리스크가 높아지면서 대표적 '기피 진료과'로 여겨지고 있다. 이러한 현상에서 소아응급실 운영의 위기는 심각해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백 센터장은 "전문의들이 소아응급실을 떠나고 새로운 전문의의 유입이 이뤄지지 않는다. 신규 의료진 유입이 되지 않으면 결국 소아응급실이 유지될 수 없다. 현재 전국적으로 소아응급센터는 모두 같은 어려움을 겪고 있고 몇몇의 인원이 그만두면 문을 닫을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다"고 말했다.

백 센터장은 "응급환자의 신속하고 적절한 대처를 위해서는 추가적인 의료 인력과 의료 자원이 필수적이며 소아응급을 하기 위한 환경이 만들어진다면 배우려는 전문의가 생길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출산율이 저하되고 소아 인구가 줄고 있다. 그렇기에 더 소중한 아이들 한 명, 한 명을 지켜내기 위해서라도 복지부나 지자체가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하고 국가적 소아응급 시스템을 잘 구축해놓아야 하지 않겠느냐"고 되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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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 센터장의 얼굴에는 현실과 희망 사이의 고단함이 어쩔 수 없이 피어올랐다. 하지만 목소리에는 '내가 여기에서 포기할 수 없다. 아이들을 위해서 이 일을 포기해선 안 된다'는 '일종의 결기'같은 울림이 있었다.

백 센터장은 "병원을 찾는 아이들은 늘어가고 특히, 너무 멀리서 와서 빨리 처치하면 호전될 상황인데 늦어져 중환이 되는 경우나 경증인데도 멀리서 와서 진료만 보고 약을 받아 가야 하는 상황이 많다. 그런 아이들을 보면 의사로서 위기를 느끼고 걱정이 앞선다"고 말했다.

백 센터장은 그러면서 "저희 전문의들은 소아환자의 안전한 진료를 해주고 싶은 마음뿐이다. 유일한 경기도 소아 지킴이로 책임을 다하려고 한다. 생각하고 싶지 않지만, 저희 병원이 없어지면 서울까지 진료를 보러 가야하는 상황이 된다. 진료 마지노선으로 막아주고 싶다"고 힘을 줬다.

글/김순기기자 ksg2011@kyeongin.com, 사진/최은성기자 ces7198@kyeongin.com

■백소현 센터장은?

▲1981년생
▲경상대학교 의학전문대학원 석사
▲강원대학교 의학박사 수료
▲서울대병원 인턴(2010년 3월~2011년 2월)
▲서울대병원 전공의(2011년 3월~2015년 2월)

■주요 경력

▲서울대병원 응급의학과 소아응급 임상강사(2015년 3월~2017년 2월)
▲서울대병원 소아응급센터 진료교수(2017년 3월~2018년 2월)
▲차 의과학대학교 분당차병원 응급의학과 교수(2018년 3월~현재)
▲차 의과학대학교 분당차여성병원 소아전문응급의료센터 부센터장(2019년 3월~2023년 5월)
▲차 의과학대학교 분당차여성병원 소아전문응급의료센터 센터장(2023년 6월~현재)
▲대한응급의학회 정회원
▲대한소아응급의학회 편집위원
▲대한소아응급의학회 및 대한응급중환자영상학회 초음파강사
▲대한소아응급의학회 홍보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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