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설, 한국을 말하다┃장강명 외 20명 지음. 은행나무 펴냄. 248쪽. 1만6천800원

소설 한국을 말하다
중견부터 신진까지, 널리 알려진 소설가들이 쓴 21편의 4천자 내외 '초단편' 소설집이다. 한국 문학에서 가장 활발하고 꾸준하게 글을 쓰고 있는 작가들이 '현재의 한국 사회'를 주제로 보여주는 한국 사회의 축소판이다.

거지방, 고물가, 오픈런, 번아웃, 중독, 새벽 배송 등 열쇳말을 통해 현재 한국 사회가 어떤 위치에 있는지, 어디를 향해가고 있는지, 그 방향이 우리를 어디로 이끌 것인지에 대한 첨예하고 날선 질문들을 던진다.

만반의 준비를 마치고 학원 강사 면접을 보러 갔다가 어처구니 없는 질문 세례만 받고 온 취업준비생 성규(이기호 '너희는 자라서'), 재벌 목숨 한 번 구한 썰로 일약 스타 강연자가 된 셀럽(김동식 '돈'), AI 시대에 맞춰 작가들을 위해 만들어진 '문장 생성사 자격면허 시험'(곽재식 '제42회 문장 생성사 자격면허 시험'), 타투 도안을 자유롭게 시술하고 지울 수 있는 기계를 사용했다가 극심한 부작용을 겪지만, 그보다 더한 편견에 맞서게 된 피해자들(정보라 '낙인') 등의 이야기가 한국 사회의 아이러니를 그린다.

노동, 일상, 관계 등을 열쇳말로 한 소설을 읽다 보면, '이거 내 얘기네'라는 생각이 절로 들 정도로 생생하게 현실을 반영한 소설이 대부분이다. 혹은 아직 접해보지 못한 세상을 경험해보게 한다.

문화일보가 지난해 가을부터 올해 봄까지 기사가 아닌 '이야기'를 통해 한국 사회를 들여다보자는 취지로 연재한 시리즈를 책으로 엮어냈다.

기획의 말에서는 "어떤 사실은 그대로 보여주는 것보다 이야기로 만들어졌을 때 더 명징해진다"며 "애초 인간과 사회를 탐구하며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는 게 소설이 하는 일 중 하나고, 소설가들은 늘 인간의 마음을 유영하고 있기에"라고 했다.

참여 작가는 장강명, 곽재식, 구병모, 이서수, 이기호, 김화진, 조경란, 김영민, 김멜라, 정보라, 구효서, 손원평, 이경란, 천선란, 백가흠, 정이현, 정진영, 김혜진, 강화길, 김동식, 최진영이다.

/박경호기자 pkhh@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