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 50만명 달성 명운… 양주시, 구도심 도시재생
남면 신산리 1990년대 서부 중심지 역할
市 자체 예산 투입… 주민 아이디어 봇물
아무걱정 없이 신산리서 노는 '신산놀음'
'가가호호 오픈 정원페스타' 방문객 발길
서울우유·25사단 상생협약 축제도 지원
전통주 개발 등 지역특성 살린 사업 추진
양주시는 현재 급격한 인구 증가 현상을 맞고 있다. 지난해는 우리나라에서 인구 증가 속도가 가장 빠른 도시로 조사되기도 했다. 접경지 도시 인구의 격감 추세를 나홀로 역주행하고 있어 부러움을 사고는 있지만, 여기에는 원치 않는 부작용도 따른다. 바로 구도심의 쇠퇴다. 사람들이 신도시로만 몰리고 있기 때문이다.
시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5년 전부터 도시재생사업에 불을 지폈다. 낙후하는 구도심의 도시기능을 회복해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겠다는 계획이다. 사실 도시재생사업에 앞으로 인구 50만명 달성의 명운을 건 분위기다.
현재 양주지역에는 덕정동, 남면 신산리, 산북동 3곳에서 도시재생사업이 눈에 띄는 성과를 내고 있다. 이 가운데 신산리 도시재생사업은 최근 '경기 더 드림 재생사업'에 선정되며 강력한 추진력을 얻게 됐다.
텅 비어가는 거리와 손님이 사라진 상가로 점점 활기를 잃어가는 도시를 어떻게 되살릴지 이들 사업을 중심으로 살펴본다.
■ 동서 불균형 심화
지난해 말 기준 양주시의 인구는 26만8천여명으로 27만명에 육박하고 있다. 2년만에 13.4%가 증가하며 조만간 인구 30만명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하지만 이 기적적인 수치 이면에는 어두운 현실이 숨어 있다. 인구 증가가 대부분 전철 1호선을 기준으로 신도시 개발이 한창인 동부권에 쏠려 있다는 것이다.
같은 기간 구도심이 많은 서부권은 0세부터 6세까지 영유아는 24.4%, 7세부터 12세까지 아동은 13.7% 줄어 미래를 어둡게 하고 있다.
생활 여건도 동부와 비교해 떨어지고 있다. 인구 100명당 버스 이용건수만 보더라도 동부권은 23.9%인데 반해 서부권인 백석·광적읍은 20.5%, 은현·남면이 15.6%에 머문다.
무엇보다 사업체와 종사자 수가 감소하고 있는 점이 이 지역 주민들을 더욱 불안하게 하고 있다. 도시를 움직일 동력이 갈수록 고갈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시는 이에 대한 해법으로 구도심의 기능을 회복해 인구를 되돌리는 도시재생사업에 희망을 걸기로 했다. 서울과 대도시에서 이미 성과가 증명되고 있어 위험 부담이 적은 것도 한몫했다.
문제는 재정이 넉넉지 않은 상황에서 만만치 않은 예산을 어떻게 마련하느냐는 것이었다. 그 해결책으로 예산을 최대한 줄일 수 있는 정부와 경기도 공모사업으로 눈을 돌렸다.
■ 도시재생으로 과거 영화 되살려
양주시 남면 신산리는 1990년대까지만 하더라도 남면뿐 아니라 파주 적성까지 아우르는 서부지역 중심지 역할을 해왔다. 인근에는 군부대까지 있어 작은 마을이지만 당시 유동인구의 가늠자였던 다방이 골목마다 늘어서 있었다. 지금으로 따지면 사람들로 북적이는 카페거리가 형성된 셈이다.
서점도 2곳이나 돼 학생까지 들끓던 이곳에 사람의 발길이 뜸해지기 시작한 건 2000년대 들어서면서부터다. 이때부터 주민들이 일자리를 찾아 서울이나 인근 대도시로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동부지역의 2기 신도시 개발은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신산리의 쇠퇴는 신산리에만 머물지 않고 주변 남면 전체에 타격을 주면서 시는 더욱 고심에 빠졌다. 대책으로 2020년 도시·주거환경정비 기본계획에 정비예정구역으로 지정했으나 사업이 미뤄지며 자동 해제됐다.
지역 쇠퇴를 더는 방치할 수 없어 2022년부터는 전액 시 자체 예산으로 '양주형 도시재생사업'을 추진하게 됐다. 사업이 주민 중심으로 운영되자 신선한 아이디어 사업이 쏟아졌다. 신산리와 신선놀음을 합성한 '신산놀음'이 대표적인 사업이다.
신산놀음이란 '아무 걱정 없이 신산에서 놀이에 열중한다'는 말로 "신산리를 방문하는 사람들이 오롯이 신산에서 즐기다 가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는 게 이곳 도시재생주민협의체의 설명이다.
상가 내 빈 점포를 마을의 시그니처 메뉴를 개발하는 레시피 연구소로 활용하거나 문화소외계층을 위한 실내 스포츠 레저공간을 조성하는 것 등은 모두 신산놀음으로 탄생한 아이디어 사업이다.
이들 사업은 이번 경기 더 드림 재생사업에 선정되면서 날개를 달게 됐다. 내년부터 2028년까지 4년간 도비 36억원을 포함해 총 73억원이 투입될 예정이기 때문이다.
현재 신산리 주민들은 마을을 상징하는 색을 노랑으로 정하고 골목길마다 개나리 조명을 설치하고 정원을 가꿔 '가가호호 오픈 정원페스타'를 열어 방문객들에게 색다른 경험을 제공한다는 계획을 실행 중이다. 또 마을에 방문객들이 피크닉을 즐기며 배달음식을 주문해 먹을 수 있는 잔디광장도 조성할 계획이다.
이곳 도시재생사업의 특이한 점이라면 지역 기업과 군부대도 동참하고 있다는 것이다. 서울우유와 25사단은 주민협의체와 상생협약을 맺고 골목축제 등을 지원하기로 했다.
경기 더 드림 재생사업 공모사업 심사에 참여한 한 평가위원은 신산리를 두고 "실행되는 것을 지켜보고 싶고, 어떻게 될지가 기대되는 곳"이라고 평했다.
■ 전문조직·협력체계 구축이 성공 열쇠
전문가들은 도시재생사업이 성공하려면 공공과 민간의 협력이 원활해야 한다고 공통으로 주문한다.
양주시에서는 2019년부터 도시재생지원센터가 공공과 민간을 연결하는 가교 역할을 해오고 있다.
도시재생지원센터는 도시재생사업이 진행되는 지역마다 현장지원센터를 두고 전문조직을 운영하고 있다. 관련 교육을 받은 전문조직은 주민들의 의견과 아이디어를 모아 시에 전달하고 실현 방안을 모색하는 역할을 한다.
올해 2월에는 도시재생사업 전반에 자문을 제공하는 자문위원도 구성돼 전문조직이 더욱 보강됐다.
또 협력 체계를 구축하기 위해 여러 기관과도 손잡고 있다. 서울우유와 같은 민간 기업은 물론 군부대에 이어 최근에는 지역에 캠퍼스를 두고 있는 대학들도 잇달아 참여하고 있다. 서정대나 예원예술대와 같이 시와 업무협약을 맺고 상권 활성화와 청년층 참여 등 사업의 중추적 역할을 담당하는 대학도 나오고 있다.
이처럼 도시재생사업에 여러 기관이 참여하면서 과거 골목상권에만 집중하던 것에서 벗어나 일자리 창출이나 지역특화 프로그램 등 주민 전체에 혜택이 돌아가는 사업이 활발해지고 있다. 도시재생사업의 영역이 더욱 폭넓어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마을에서 전통주를 개발하거나 나눔마켓, 이동 빨래방, 친환경 제품 체험 프로그램 등을 운영하는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들 사업은 '행복마을관리소'라는 공동조직이 지역 특성을 살린 특화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다.
시 관계자는 "일정 수준 안정궤도에 정착한 도시재생사업을 더욱 확대하고 활성화하기 위해 해당 지역 주민과 전문가 등 외부의견을 수렴하고 내부 행정절차를 거쳐 전략계획을 재정비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양주/최재훈기자 cjh@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