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책꿈마루 1주년 특별 기획전 참여

첫 해외 전시, 아이들과 워크숍도 진행

“친숙한 재료로 예술 가능하다는 점 느꼈으면”

군포 그림책꿈마루를 찾은 세키구치 코타로 작가가 자신의 작품 ‘Big mermaid’ 앞에서 촬영하고 있다. 2024.9.7 군포/강기정기자 kanggj@kyeongin.com
군포 그림책꿈마루를 찾은 세키구치 코타로 작가가 자신의 작품 ‘Big mermaid’ 앞에서 촬영하고 있다. 2024.9.7 군포/강기정기자 kanggj@kyeongin.com

일본의 조각가 세키구치 코타로는 신문지와 테이프를 이용해 작품을 만든다. ‘이게 정말 신문지로 만든 건가’ 싶을 정도로 아주 크고 섬세한 작품들을 만들기도 한다. 미술대학에 입학한 후 조각을 할 때 필요한 설비며 재료가 모두 무겁고 비싸, 초등학생 때 방학 숙제로 신문지를 이용해 공룡을 만들었던 일을 떠올려 신문지를 활용하게 됐다는 게 작가의 설명이다.

그렇게 만든 작품 중 하나가 2013년 만든 ‘빅 머메이드’다. 마찬가지로 신문지와 테이프를 이용해 넓고 큰 바다와 혼연일체인, 밝고 건강한 인어공주를 만들어냈다.

해당 작품에 대해 세키구치 작가는 “동화 속 인어공주는 15세다. 어린 나이에 물거품이 돼 사라진다는 게 너무 슬픈 얘기라 절대 사라지지 않을 것 같은, 긍정적이며 건강한 웃음을 가진 인어공주를 만들고 싶었다. 그래서 ‘리틀 머메이드’가 아닌 ‘빅 머메이드’를 만들었다”며 “현실 속 아이들은 기후 변화와 전쟁 등 각종 어려움에 놓여있다. 아이들의 미래가 밝고 즐겁길 바라는 희망을 담은 작품”이라고 말했다.

‘빅 머메이드’로 첫 해외 전시를 한국의 군포 그림책꿈마루에서 하게 된 세키구치 작가는 지난 7~8일 군포 아이들과도 만났다. 전국 유일 그림책 복합문화공간인 그림책꿈마루는 개관 1주년을 기념해 인어공주 특별 기획전을 진행하면서 세키구치 작가가 직접 진행하는 워크숍도 마련했다. 신문지와 테이프로 ‘빅 머메이드’의 바닷속 친구를 만드는 작업이었다. 아이들은 물론, 어른들도 1시간 가량 불가사리며 문어 등을 열심히 만들어 그림책꿈마루에 전시 중인 인어공주 옆에 매달았다.

두 명의 아이들과 함께 온 한 참가자는 “아이들이 어린데도 어렵지 않게 잘 따라해 금세 바닷속 생물을 만들었다. 신문지를 이용해 만든다는 게 매우 새로운 체험이었다. 특히 일본에서 직접 작가님이 와서 진행한다는 점이 남달랐다”고 소감을 밝혔다.

군포 그림책꿈마루에서 신문지와 테이프를 이용한 워크숍을 진행한 세키구치 코타로 작가가 워크숍 이후 인터뷰하고 있다. 2024.9.7 군포/강기정기자 kanggj@kyeongin.com
군포 그림책꿈마루에서 신문지와 테이프를 이용한 워크숍을 진행한 세키구치 코타로 작가가 워크숍 이후 인터뷰하고 있다. 2024.9.7 군포/강기정기자 kanggj@kyeongin.com

지난 7일 워크숍을 진행한 후 만난 세키구치 작가도 “신문지와 테이프는 일본에선 일상에서 접할 수 있는 재료이지만 한국은 어떤지 잘 몰라서 과연 참가자들이 곧바로 어려움 없이 사용할 수 있는지 걱정했다. 또 (신문지와 테이프로 작품을 만든다는 일이 참가자들 입장에선) 평소엔 해보지 않은 일이니 처음엔 주저하기도 했지만 금세 곧잘 해서 안심했다”며 “신문지와 테이프는 일상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친근한 재료다. 그런 친숙한 물건으로도 예술을 할 수 있다는 점을 느꼈으면 했다. 그러면 예술도 보다 친근하게 느낄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 인어공주 역시 모티브나 이야기가 사람의 감정을 흔들기에 매우 풍부한 이야기인데, 그런 인어공주의 세계도 참가자들이 느꼈으면 좋겠다는 마음도 있었다”고 했다.

군포 그림책꿈마루에서 세키구치 코타로 작가가 신문지와 테이프를 활용해 바닷속 생물을 만드는 워크숍을 진행하고 있다./그림책꿈마루 제공
군포 그림책꿈마루에서 세키구치 코타로 작가가 신문지와 테이프를 활용해 바닷속 생물을 만드는 워크숍을 진행하고 있다./그림책꿈마루 제공

예술을 친근하게 느끼게 한다는 점에서 그림책 역시 매우 중요하다는 게 세키구치 작가의 생각이다. 그는 조각가이면서 특수학교의 교사이고, 아이의 아버지이기도 하다. 그래서 그림책을 많이 접하고 좋아한다고 했다. 미술대학 재학 시절엔 그림책을 만드는 동아리에서 활동하기도 했다.

세키구치 작가에게 그림책의 매력을 묻자 “그림책은 접근하기가 쉬우면서도 진정한 예술을 담고 있다. 어린이들에게 자연스럽게 진정한 예술을 접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감성적으로 풍부한 어른으로 성장하게끔 하는, 굉장히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그림책꿈마루의 이번 인어공주 전시에 대해선 “같은 이야기, 같은 장면을 담은 여러 시대, 여러 나라, 여러 작가의 그림을 볼 수 있던 것은 처음이어서 흥미 있었다. 아마 이 전시에서만 볼 수 있는 것 같다”고 평했다.

특별 기획전의 일환으로 첫 해외 전시에 나선 점에 관해 세키구치 작가는 “처음으로 하는 해외 전시여서 꽤 긴장했는데 일본에서 전시했을 때와 관람객들이 반응이 비슷한 점을 보고 안심했다”며 “제 작품들은 크기 때문에 운송하려면 비용 등이 많이 든다. 이 때문에 일본에선 전시를 전국 각지에서 해왔지만, 아직 이번 전시 외에 해외 전시나 워크숍 등을 계획하고 있는 건 없다. 이번 전시는 한국이 바로 옆 나라라 어떻게든 운송해서 할 수 있게 됐는데, 말이 통하지 않아 불안한 부분도 있었지만 많은 도움을 토대로 할 수 있게 됐다. 매우 감사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