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문조차 없는 한적한 농촌 마을
주민사용 쉼터·등굣길과도 겹쳐
광주시, 건축허가 중단 항소 이어가
“젊은 여성들과 학생들이 있는 이곳에, 그것도 마을 입구에 출소자 갱생보호시설이라니 그것 만큼은 절대 안 됩니다.”
최근 찾은 광주시 곤지암읍 수양4리 마을. 전형적인 농촌 전원 마을이 도로마다 ‘갱생보호시설(이하 갱생시설) 건립 추진 반대’ 현수막(9월4일자 8면 보도)으로 뒤덮였다.
경춘국도변 버스정류장에서 내려 마을 입구부터 출소자 갱생시설이 들어서는 부지까지 거리는 약 90m, 주민들이 거주하는 주거지까지는 약 100m 거리다.
CCTV가 없는 것은 물론 집집마다 대문조차 없는 수양4리 주민들은 갱생시설이 들어서면, 갈림길이 나오기 전까지 같은 도로를 사용해야 한다.
마을에서 만난 수양4리 이수익(71) 반장은 “91가구 177명의 주민 중 여성 71명, 7~20세 학생 15명이 살고 있다. 학생들이 아침저녁으로 매일 이용하는 마을 입구 버스정류장에서 출소자 갱생시설까지 100m도 안 된다. 도로도 함께 사용해야 한다. 학부모와 여성이 어떻게 안심하고 살 수 있는가”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마을 입구에서 약 90m 도로 옆에는 주민들이 무궁화동산 쉼터를 만들어 놓았다. 이곳에는 주민들이 이용할 수 있도록 운동기구가 설치돼 있으며 약 3㎞의 무궁화 산책길도 조성돼 있다.
이 반장은 “주민들이 운동을 위해 이용하는 무궁화동산이 바로 갱생시설 입구 주변에 있다. 산책길 코스 또한 무궁화동산과 연계해 마을 중앙을 지나가기 때문에 갱생시설이 들어서면 그들과 함께 사용할 수도 있다. 불안해서 어떻게 사느냐”며 격앙된 모습을 보였다.
주민 김영순(87)씨는 “갱생시설 건립을 추진하고 있는 부지는 가옥 2채로 한 곳은 가정집이었고, 다른 한 곳은 20년 넘게 마을에서 식당을 운영한 집이었다”며 “식당 주인에게 왜 집을 팔았느냐고 묻자 ‘건축회사 설계사무실이 들어온다고 해서 팔았다’고 해서 동네 사람들은 다 건축회사 설계사무실이 들어오는 줄 알았다”고 말했다.
이어 “건축회사 설계사무실이 아닌 갱생시설이 들어온다는 사실을 알고 주민들이 식당 주인에게 재차 물으려 했으나 연락이 되지 않는다”고 전했다.
수양4리 우상열 이장은 “이곳 수양4리는 중앙도로 길을 따라 형성된 마을로 대문 조차 만들지 않고 살고 있는 조용한 마을이다. 그런데 이곳에 갱생시설이 들어선다면 주민들의 행복권을 완전히 무시하는 처사다. 주민들이 두려움에 떨고 있다. 주민들의 안전을 무시하고 일방적으로 갱생시설 건립을 몰아 부치면 주민들을 무시하는 것 밖에 안 된다”고 강조했다.
한편 한국법무보호복지공단은 2016년 1차 설립 추진 무산 이후 2022년 1월7일 다시 광주시 곤지암 읍 수양리 283번지, 283-2번지 2필지를 매수하고, 2016년 당초 계획의 2배로 규모를 확대해 지하 1층, 지상 3층, 연면적 1천368.61㎡인 갱생시설을 신축하겠다고 또 건축허가를 신청했다.
시는 인근 주민들에게 위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이유 건축허가 신청을 반려 처분했고 이에 공단은 반려처분취소 소송을 제기, 지난 7월 승소했다. 시는 지난 2일 항소한 상태다. 또한 지난 3일 시의회는 갱생시설 건립 중단 촉구 결의안을 의원 전원 일치로 채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