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연의 소신 큰 공감… 2년여 뒤 대선 좋은 경쟁자 될것"
'노무현' 키워드로 정치 동반자 손 잡았지만 "캠프 합류까진 아냐"
민정수석·행안부장관 등 행보… 아직 이루지 못한 '도지사 꿈' 밝혀
민주당 여러 목소리 듣길 당부… 문 前 대통령 수사는 정치보복 비판
"김동연 경기도지사는 2년여 대선을 앞두고 민주당에서 선의의 경쟁을 할 좋은 후보자라고 본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민정수석, 문재인 전 대통령의 '3철'인 전해철이 김동연 경기도지사를 선택했다. 김 지사가 임기 후반기 들어 친노·친문 인사를 기용하면서 더불어민주당 입장에서 입지가 부족한 김 지사가 친노·친문 세력에 손을 내미는 것이라는 분석이 다수였는데, 지난달 26일 있었던 전해철 전 의원의 '영입'은 그 화룡점정이었다.
전해철 경기도정자문위원장은 당시 위촉식 후 기자들과 만나 "김 지사를 정치적으로 함께 하거나 후원하는 역할임을 전혀 부인하고 싶지 않다"고 밝힌 바 있다. 2년여 뒤 있을 대선과정에서 김 지사를 돕겠다는 의미다. 그 '도움'의 의미를 확인하고 선택의 배경을 듣고 싶었다. 인터뷰는 지난 6일 안산의 법무법인 해마루 사무실에서 진행됐다.
■ 전해철과 김동연… 그리고 노무현
전해철 위원장은 '선택의 이유'를 묻자, "중장기 의제에 대해 힘이 되고 싶다"며 '정치개혁'을 꼽았다. 그는 "김 지사는 (새로운물결 대선후보로 정치에 등장할 때) 정치개혁 의제를 강하게 던지며 출발했다. 중요한 것은 그런 소신이 지금도 전혀 바뀌지 않았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지사는 22년 대선에서 당시 이재명 후보와 단일화하며 분권형 대통령제·책임총리·실질적 삼권분립을 포함하는 개헌, 연동형비례대표제 등을 주장한 바 있다.
전 위원장 역시 21대 국회의원 시절 '초당적 정치개혁 의원모임'을 발족한 다선의원 중 한명으로서 선거제 개혁을 주도한 바 있다. 득표율이 의석에 제대로 반영되도록 연동형 비례대표제에 찬성의사를 밝혀 왔고, 전원위원회에서는 지역구도 타파를 위해 권역별 비례대표제만큼은 시행하자고 주장했다.
21대 후반기, 500인 토론, 국회의원 전원위원회 등을 거치며 어느때보다 선거제도에 대해 심도있는 논의가 진행됐지만 결과는 위성정당이었다. 거대 양당은 정치개혁을 외쳤으나, 의석수 이해득실을 따지고는 결국 뒷걸음질쳤다. 전 위원장은 당시 상황을 상기했다. 이어 "정치개혁이 옳다면서도 이해관계가 있을 때에는 늘 타협하고 뒷전으로 물러나 개혁이 이뤄지지 않는다"고 질타했다.
이어 "김 지사는 지금까지 정치를 시작할 때, 도지사 할 때도 그 부분에 대한 입장이 일관돼 좋다"며 "민주당의 좋은 자산이다. 그런 김 지사가 도정을 잘해야 하고, 잘하길 기대한다"고 했다.
김 지사는 지난달 말 노무현 재단 초청 특별대담을 갖고 '노무현 전 대통령과 케미가 제일 잘 맞았다' '노 전 대통령은 경제의 가치와 철학을 세운 분'이라며 스스로를 노무현 정신의 적자로 내세웠다. 이 기획도 전 위원장과 사전 논의가 된 것인지 궁금했다. 전 위원장은 고개를 가로젓고, '비전2030전략보고서' 제작에 김 지사가 실질적인 역할을 했다는 데 깊은 감화를 느낀 듯 그를 추어올렸다.
"비전2030전략보고서는 참여정부가 2030년의 미래에 대비하기 위해 중장기 계획을 담은 문서다. 아직도 그 보고서의 수치를 인용할 정도로 가치가 높다"고 소개했다.
이어 "이 문서를 만드는데 실질적 역할을 한 이가 김 지사다. 참여정부 당시에는 몰랐으나 뒤에 김 지사가 이를 주도적으로 만들었다는 것을 확인해 알았다"면서 "(김 지사는) 참여정부에 기여했다. 애정도 있다. 노무현 재단의 요청에도 적극적이고 실질적인 역할을 해주고 있어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전 위원장은 김 지사의 도정에도 후한 점수를 줬다. 특히 의제설정에 깊이 공감하는 듯 했다.
얼마전에 있던 기후위기 행사에 대해 "아주 좋은 행사"라며 "비전 2030에서 현재 해야 하는 일로 지목된 '탄소중립 로드맵', 그 세부 계획이 미흡한데 가장 큰 광역자치단체인 경기도가 선도적 실천적 모습을 보여줬다. 이러한 주요 의제에 대해서 힘을 보태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경기북부특별자치도 설치도 공감도가 높은 영역이다. 전 위원장은 6년 전 경기도지사 경선 후보로서 이재명 후보와 경쟁할 당시, 경기북도에 UN기구를 유치하고 평화특구로 만들겠다는 비전을 공약으로 내세운 바 있다.
전 위원장은 "경기남부와 북부가 서로 여건이 너무 다르다. 남부는 경제산업적으로 유리한 반면 북부는 환경보호·군사보호로 규제가 많다. 둘이 한데 묶여 시너지가 나지 않는다. 북도의 소외를 경기도 전체가 해결하기는 어렵다"고 분도(分都)에 힘을 실었다. 이어 "이 문제를 2년째 김 지사가 일관되게 추진하고 있어서 긍정적이고, 도와드리고 함께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지지 의사를 표명했다.
두 정치인이 '노무현'을 키워드로 손을 잡았다. 전 위원장의 '새로운 정치적 동반자'는 정치적 운명공동체로 묶인 문재인 전 대통령과 전해철 위원장과는 또 다른 관계다.
전 위원장은 "문재인 전 대통령이 나섰던 두 번의 대선에서 모든 것을 바치고 했다"면서 "지금 개인적으로 김 지사의 대선 행보를 함께 하거나 캠프에 합류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맞손의 강도를 가늠했다. 그러면서 "지금 해야 할 일은 윤 정부의 실정을 강하게 문제제기하고 궁극적으로는 정권교체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좋은 경쟁자인 김 지사를 위해 필요한 역할을 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 못다 이룬 '도지사' 꿈
민정수석, 행정안전부장관, 3선 국회의원 등을 거쳤지만 그는 보다 적극적인 행보에 나설 뜻을 감추지 않았다. 최연소 청와대 민정수석으로 비교적 어린 나이에 권력의 심장부에서 정치를 시작한 그는 아직도 더 가야 할 목표가 있는 듯 했다. 22대 총선에서 고배를 마신 것도, 경기도지사 도전의 여정도 그에겐 아쉬움과 함께 새로운 도전의 과제를 안고 있었다.
전 위원장은 '경기도지사에 출마하시냐'는 질문에 “아직 이루지 못한 경기도지사의 ‘꿈’이 있다”고 답했다. 2018년 경기도지사 경선에서 고배를 마셨지만, 여전히 경기도 광역자치단체에서 도정을 펼치고 싶다고 했다.
안산에 해마루의 분사무소를 만들고 노무현 변호사를 영입해 해마루가 '법무법인'이 되면서, 그는 안산에서 5번의 선거를 치렀다고 했다. 십수년 의정활동을 하면서 광역자치단체의 역할에 관심을 기울이게 됐고, 그 배경에서 도지사에 출마했다고 설명했다.
물론 그는 "정치 상황을 보고 많은 것을 고려해야 한다"는 조건을 달았고, "도정자문위원장과 경기지사 도전이 연결되는 것은 아니"라고도 선을 그었다.
민주당에 대해서도 물었다. 특히 전당대회에서 이재명 대표가 85.4%의 득표율을 얻은 데 대한 의견을 구했다. 전 위원장은 다양한 의견 전개와 외연확장이 민주당에 필요하다고 꼽고, 이런 노력 없이는 "민주당이 한계에 봉착한다"고 우려했다.
그는 "김경수, 김부겸, 김동연 등이 목소리를 내고 제 역할을 해야 한다. 다양한 의견으로 공존해 민주적 방향성을 갖지 못하는 것을 미연에 방지해야 한다. 그 지점에서 김동연 지사가 중요한 역할을 하길 바란다"고 했다.
마지막으로 문재인의 남자, 전해철 위원장에게 검찰의 문 전 대통령 피의자 적시 및 수사에 대한 견해를 물었다.
그는 지금까지의 웃음과 여유를 뒤로한 채 몸을 앞으로 기울여 매우 단호한 어조로 검찰을 강하게 비판했다.
전 위원장은 "문 전 대통령에 대한 정치 보복이다. 김건희 여사에 대한 수사나 윤석열정부에 좋지 않은 여론을 덮기 위한 의도"라고 직격했다.
이어 "윤 대통령이 여러 특검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하는 것은 수사받지 않겠다는 의지 표명인데, 또 한편으로는 전직 대통령을 표적으로 수사하는 것은 합당치 않다. 옳지 않다"고 비판했다.
전 위원장은 "법률적으로 보더라도 문 전 대통령이 기소될 수 없다"며 "검찰은 왜 국민이 검찰의 직접수사권을 제한하려 하는지, 그 여론이 왜 높은지에 대해 생각해야 한다. 윤석열 대통령이 수사기소 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표명해야 한다"고 거듭 힘줘 말했다.
글/권순정기자 sj@kyeongin.com, 사진/이지훈기자 jhlee@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