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도 체포해 조사… 증거는 거짓자백뿐

"중국 공안이 협박해 혐의를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승부 조작 혐의로 중국축구협회로부터 영구 제명 징계를 받아 선수 생활을 마감할 위기에 놓인 손준호(32·수원FC)가 11일 오후 수원종합운동장 체육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한 말이다.
손준호는 "중국 공안이 외교부를 통해 내 아내를 체포해 내가 있던 구치소에서 같이 조사할 수도 있다고 협박했다"면서 "'아이들은 무슨 죄가 있나. 엄마까지 이곳으로 오면 아이들은 어떻게 지내겠냐'며 빨리 혐의를 인정하라고 강요했다"고 울먹였다.
손준호는 기자회견이 시작되자 연신 눈물을 흘렸다. 그는 "중국 공안이 혐의를 인정하면 이르면 7~15일 뒤에 나갈 수 있다고 했다. 외국인이고, 외교문제도 있고, 보석도 가능하다고 회유했다"며 "무엇인지도 모르는 혐의였지만 빨리 가족 품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말에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고 억울해했다.
공안 조사 당시 음성 파일을 공개해 자기가 불법적으로 수사받은 과정을 밝히고 싶다는 손준호는 "내 결백을 밝히고 싶지만, 공안은 영상만 있을 뿐, 음성은 하나도 없었다"며 "그들에게 증거라는 건 초기 압박 수사를 통한 내 거짓 자백뿐"이라고 하소연했다.
전날 중국축구협회는 국제축구연맹(FIFA)에 징계 내용을 통보했다. FIFA가 징계위원회를 열어 검토한 뒤 각 회원국에 해당 선수의 징계 내용을 전달하면 손준호는 어느 국가에서도 축구선수로 뛸 수 없게 된다.
/신창윤기자 shincy21@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