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CUS 경기] K-water, 한강유역 13곳 내년 '인공지능' 변신
에너지·설비시스템 등 자율적 감시 조절
아프리카 정상들, 화성정수장 기술 확인
자국 물 문제 해결 위한 협력 등 요청도
수도권 2천500만 주민들에게 깨끗한 수돗물을 공급하는 한강유역 광역정수장들이 첨단 '인공지능(AI) 정수장'으로 거듭난다.
2022년 세계 최초로 스마트 기술을 적용한 'AI정수장'으로 변신에 성공한 화성정수장을 시작으로, 내년까지 경기도 내 10곳의 광역정수장을 포함한 한강유역 총 13곳의 광역정수장이 첨단 AI정수장으로 변신해 본격 운영에 들어간다.
■ 첨단 AI정수장 시대 활짝
'AI정수장'은 한국수자원공사(K-water)가 세계 최초로 개발한 첨단 디지털 물관리 기술을 적용한 정수장이다. 사람이 분석하고 판단해 운영하는 정수장에서 벗어나 빅데이터와 AI기술이 정수장의 시스템을 자율적으로 감시하고 조절한다.
스마트 에너지관리 시스템(EMS), 설비 예지보전 시스템(PMS), 지능형 영상감시 시스템 등 차세대 기술들이 융합돼 시스템의 안정과 효율을 높이고, 고품질 수돗물을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미래형 정수장이다.
정부가 수립한 '제1차 한강유역물관리종합계획'의 이행계획에는 국가수도기본계획으로 '수돗물 생산·공급 전 과정 스마트 관리체계 구축' 과제가 포함됐다.
이를 토대로 한강유역 13개 전체 광역정수장에 대한 AI정수장 구축 계획이 수립돼 추진중이다. 고양, 일산, 파주, 덕소, 와부, 성남, 수지, 시흥, 반월, 화성 등 경기도내 10개 광역정수장과 충주(충북), 송전, 황지(강원) 정수장이 AI정수장 구축 대상이다.
이중 화성정수장은 시범사업을 통해 이미 AI정수장으로 운영되고 있다. 나머지 12곳은 올해까지 AI기술 도입 작업을 마치고,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AI정수장 시대를 활짝 연다.
■ 복잡한 수돗물 생산과정 '혁신'
수도권은 인구 만큼이나 매일 엄청난 양의 수돗물을 필요로 한다. 경기·서울·인천 대부분 지역에 수돗물을 공급하는 국내 최대의 수도시설은 한국수자원공사에서 관리하는 '수도권 광역상수도'다. 이곳에서는 하루 평균 약 509만㎥의 수돗물을 공급하는데, 우리나라 전체 수돗물 공급 실적의 약 54.5%에 해당하는 양이다.
수도권 광역상수도의 수돗물 공급 첫 단계는 취수원인 한강에서 원수를 취수하는 과정에서 시작된다. 팔당취수장을 비롯한 한강의 취수원에서 끌어들인 원수는 관로와 가압장 등으로 이뤄진 복잡하고 방대한 관망을 통해 정수장으로 보내진다(도수과정).
복잡한 취·도수 과정은 한국수자원공사의 '한강 통합수도운영센터'가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는다. 전체 공급량에 대한 조절과 통제기능이 없는 각 정수장들을 통합적으로 관리해 원수 공급과 수돗물 생산을 조정·분배하는 중요한 역할이다.
정수장에 안정적으로 원수가 공급되면 수돗물 생산이 시작되는데, 원재료가 되는 원수의 수질에 따라 신속하고 정확한 대처가 매우 중요하다. 특히, 급변하는 기후위기로 인해 수질 변동성이 커지면서 조류 발생이나 고탁도 원수 유입 등 이상수질 발생도 빈번해지고 있다.
이때 정수장들은 정수처리공정을 신속하게 변경해 대처해야 하는데, AI가 시스템을 실시간으로 감시하고 조절하는 AI정수장은 이 같은 대처를 빠르고 정확하게 함으로써 고품질 수돗물 생산을 가능하게 한다.
■ 전 세계가 주목하는 AI정수장
화성·평택 일대에 생활용수와 공업용수를 공급하는 화성정수장이 세계 최초로 AI정수장으로 재탄생한 것은 물관리 기술의 혁신이었다. 전 세계의 주목을 받은 화성 AI정수장은 전 세계 물관리 시설 최초로 '글로벌 등대'로 선정되며 가치를 인정받기도 했다.
화성 AI정수장의 기술과 가능성은 지난 6월5일 아프리카 정상들의 방문에서 확인할 수 있다.
정상회담을 위해 방한한 중앙아프리카공화국, 마다가스카르 공화국, 모리셔스 공화국의 대통령 일행이 화성 AI정수장을 찾아 시설과 운영시스템 등을 살피고 돌아갔다. 아프리카 정상들은 이상기후로 인해 안정적인 물 공급과 먹는 물 품질관리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자국의 물 문제 해결에 AI정수장이 대안이 될 것으로 기대하면서 한국수자원공사에 협력을 간곡히 요청하기도 했다.
이처럼 대한민국의 첨단 AI정수장은 깨끗하고 안정적인 물관리의 중심으로 전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특히, 가장 많은 인구가 밀집한 경기도의 광역정수장들은 'AI정수장 시대'의 가장 선두에서 혁신을 이끌어가는 주인공이 될 전망이다.
■ [인터뷰] 한국수자원공사 한강유역본부 오승환 본부장 "인적 오류 줄여 고품질·고효율 수돗물 생산"
수도권 광역상수도 공급계통 AI 도입
'설명가능' 인공지능 XAI 자체 개발도
"기존의 정수장은 주로 사람의 경험과 지식에 의존해 수동으로 운영합니다. 일부 자동화시스템이 도입된 곳도 있으나 주요 의사결정과 설비조작은 여전히 사람에 의해 이뤄지는데, 여기서 사람에 의한 오류와 설비운영의 효율성 문제가 발생합니다."
한국수자원공사 한강유역본부는 우리나라 물 관리와 공급의 절반 이상을 담당하는 막중한 역할을 맡고 있다. 그만큼 우수한 기술과 시설을 운영하면서 고품질·고효율의 수돗물 생산체계를 유지해야 한다.
오승환 한강유역본부장이 'AI정수장'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오 본부장은 "AI정수장은 인공지능이 실시간으로 데이터를 분석해 자동으로 정수처리공정을 최적화한다. 운영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인적 오류를 크게 줄이고 설비운영의 효율성을 극대화해 안정적이고 효율적인 정수장 운영을 가능하게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한강유역 13개 광역정수장에 AI정수장을 구축하는 사업 뿐만 아니라, 복잡하고 방대한 수도권 광역상수도 공급계통에도 AI기술을 전면 도입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오 본부장은 "수도권 최대 취수원인 팔당취수장과 공급시설인 판교가압장에 AI기술이 적용되면, 수도권 용수공급계통의 안정적 운영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수돗물 공급 전 과정에 AI기술을 활용한 스마트 관리체계를 구축하는 세계 최초의 사례로서, 다시 한 번 초격차 물관리 기술을 세계에 과시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AI기술이 도입되면 운영 효율성은 향상되지만, AI가 내리는 결정의 근거를 알 수 없다는 점이 불안요소가 될 수 있다. 이에 대한 대책으로 한강유역본부는 설명가능한 인공지능인 XAI(eXplainable AI)기술을 자체적으로 개발해 도입할 계획"이라고 AI 기술의 '빈틈'에 대응하는 기술도 소개했다.
마지막으로 오 본부장은 "효율적이고 안정적인 수돗물 공급은 궁극적으로 국민의 '물 복지'를 향상시키는 것"이라며 "한강유역본부가 신뢰할 수 있는 물 공급의 중심 역할을 앞에서 이끌어 가겠다"고 밝혔다.
/이석철·박상일기자 metro@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