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평·가평·연천, 운행 환경 열악
병원 다니는 어르신들 불편 호소
경영난 운수업계는 감회 불가피
양평군 단월면 명성1리. '별빛마을'이란 별칭으로 알려진 이곳엔 약 150가구가 거주한다. 대부분 주민이 65세 이상인 이곳의 시간은 버스에 맞춰져 있다.
생필품 구매와 병원을 가기 위해선 오전 7시50분께 양평읍으로 나가는 버스를 놓치면 안된다. 최소 3시간을 기다려야하기 때문이다.
옆 마을인 명성2리 등 약 500가구가 3~4시간에 한 번씩 정차하는 버스에 매여 산다. 집으로 돌아오는 버스시간도 오후 4시·7시 두번인 까닭에 외출은 큰 숙제다.
명성1리 주민 김명천(가명)씨는 "버스를 눈앞에서 놓쳐 5시간 기다린 적도 있다. 주민 대다수가 운전면허가 없는 할머니들이 많다. 그래서 운전면허가 있는 노인의 경우 80세가 넘어도 반납을 주저한다"며 "외부로 외출이 어려워지니 점점 갇히는 기분이 든다"고 토로했다.
가평군 북면 적목리에 거주하는 우영훈(가명)씨도 비슷한 처지다. 그는 "여든 넘은 어머니께서 주기적으로 병원을 다니시고 마을 대부분 어르신들 사정이 비슷해 차를 얻어타지 않으면 외출하는데만 한세월이 걸린다"며 "큰 병원이라도 가려면 춘천으로, 적어도 가평읍까지는 나가야 하는데 하루 4번 남짓 다니는 버스로는 일상생활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경기도 내 군 단위 지자체들의 버스 경영이 악화됨에 따라 농어촌 등 벽지 주민들의 '발'이 사라질 위기다.
전철 등 타 교통수단 이용으로 인한 수익성 하락과 지자체의 노선별 손실지원금이 운송원가를 채워주지 못해 적자가 누적되는 것이 주 원인이다. 현 상황이 지속될 경우 농어촌 버스의 감축 및 폐업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양평군에 따르면 지역 내 총 162개 버스노선 중 145개(90%)의 노선이 1일 운행횟수 5회 미만이며, 이 중 72개(44%) 노선은 하루에 1회만 운행하는 등 양평지역 평균 버스 배차간격은 529분에 달한다.
도내에서 가장 인구가 적은 연천군도 버스 운행 상황이 열악하기만 하다. 89개 노선 중 74개(83%)의 노선이 1일 5회 미만, 이 중 32개(35%) 노선이 하루 한 번만 운행된다.
가평군은 46개 노선 중 14개(30%) 노선이 1일 5회 이하로 운행한다. 가평군은 2020년 기존 69개 노선, 하루 377회 운행 버스 체계를 지·간선제로 개편해 노선 수를 46개로 감축하고 총 운행횟수를 422회로 늘렸다. 그러나 2021년 경영난으로 인해 버스 운행횟수 50% 감축까지 논의된 바 있다.
현재 군 단위 지자체들은 버스에 대한 교통수단 분담률이 하락하며 경영상 어려움이 심화돼 농어촌 버스의 증차는 현실적으로 어려운 실정이다.
양평 금강고속 관계자는 "매년 누적적자가 발생돼 한계점을 넘어서고 있는 실정으로 비수익 노선에 대한 감회, 노선조정 등은 필연적이다. 어려움이 가중된다면 결국 농어촌버스 폐업 수순에 이르지 않을까 판단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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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태복기자 jkb@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