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우정' 수원시-시엠립주, 희망 키운 교류협력

회관·우물 짓고 농업교육에 소득증대사업
초중고교 설립 한국어 어학연수과정 지원
'새빛컴퓨터실'도 문열어… 후원물품 전달
'행복캄'·지역상인 가세 주택개량 손 보태
의료단 19차례 봉사 주민 1만3천여명 진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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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시와 캄보디아 시엠립주가 올해 자매결연 20주년을 맞았다. 양측은 일회성이 아닌 지속적 우호협력관계를 유지, 지나온 20년보다 앞으로의 20년이 더 기대된다. 시엠립/황성규기자 homerun@kyeongin.com·수원시 제공

캄보디아 시엠립주(州) 내 톤레삽 호수 인근에 825가구, 3천500여 명(올해 1월 기준)이 모여 사는 '프놈끄라옴'이라는 작은 마을이 있다.

시엠립 내에서도 빈민 지역으로 꼽히는 동네지만, 지금으로부터 20년 전 수원시와 시엠립주가 자매결연을 체결한 것을 계기로 이곳에 '수원마을'이 조성되면서 차츰 변화가 일어났다.

단순히 생필품을 지원받는 수준을 넘어 거주 환경이 개선됐고 도로가 포장됐고 아이들이 다닐 수 있는 학교가 건립됐다. 무엇보다 주민들의 의식이 변하고 있다는 점이 가장 고무적이다. '상전벽해(桑田碧海)' 수준을 넘어선 놀라운 변화다.

■ 20년 동행… 자매결연의 좋은 예

시는 2004년 7월 시엠립주와 자매결연을 체결, 올해로 20년째 인연을 이어오고 있다. 시는 2007년 1월 현지에 수원마을을 조성하겠다는 계획을 수립했고 같은 해 6월 현지 프놈끄라옴 지역을 최종 대상지로 선정했다.

이후 시민단체 등과 함께 생필품을 지원하고 마을회관·우물·화장실·작업장 등 주민 공동기반시설을 구축하며 차츰 마을의 형태를 갖춰나갔다. 지속 가능한 생활을 목표로 농업 교육과 소득 증대 사업을 지원하는 한편, 의료봉사단도 파견했다. 무엇보다 미래세대를 위한 체계적인 교육에 방점을 찍고 초·중·고교를 설립, 준비된 변화를 주도하기 시작했다.

지난 21일 시엠립주정부 청사에서 시와 시엠립주간 자매결연 20주년을 기념하는 행사가 열렸다.

이 자리에 참석한 이재준 시장은 "2013년에 부시장으로 방문한 이후 11년 만에 시장 자격으로 다시 왔는데, 마을의 변화된 현장을 직접 눈으로 확인하니 감회가 새롭다"며 "행복캄을 비롯한 지역 시민단체의 꾸준한 후원과 시엠립주의 적극적인 지원 덕분에 수원마을이 성공적 모델로 자리잡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에 쁘락 소포안 시엠립주지사는 "수원시의 지속적이고 진심 어린 도움 덕분에 마을 주민들의 교육·보건·환경 등 많은 생활이 개선됐다. 너무 감사하다"며 "수원과의 협력 관계가 계속되길 바라고 시엠립주는 영원한 파트너로 함께하겠다"고 화답했다.

이날 기념식에서 양측은 장학사업에 관한 추가 협약을 체결했다. 수원마을 내 중·고교 졸업생 중 내년부터 오는 2028년까지 3년간 매년 2명의 우수학생을 선발, 6개월 간 수원 관내 대학에서 한국어 어학연수과정을 지원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이를 위해 시는 해당 학생들의 입학에 필요한 행정적 지원뿐 아니라 항공료와 학비, 기숙사비 등도 부담키로 했다. 이제는 단순 생계 지원을 넘어 교육과 진로 등 미래 인재를 양성하는 쪽으로 지원 범위를 확장한 셈이다.

이날 기념식에 앞서 수원마을 수원 중·고교 내에는 '새빛컴퓨터실'이 문을 열었다. 인터넷이 가능한 컴퓨터 30대와 스마트TV 등을 갖춘 공간이 교내에 마련됐다. 한국 드라마를 좋아한다는 현지 학생 나른(고1) 양은 "수원시에 늘 감사한 마음을 갖고 있고, 덕분에 한국에 대한 관심이 많아졌다"고 전했다.

다음날인 22일에는 수원마을 주민들을 위한 후원물품 전달식이 열렸다. 사단법인 행복캄, 수원시의회, 수원시보건의료단체, IBK기업은행 동수원지점, 시민봉사단 등이 6천600㎏ 상당의 쌀을 비롯해 태양광 패널, 도서, 그릇, 수건, 교복, 학용품, 태권도복, 리코더, 자전거 등을 전달했다.

캄보디아 시엠립
수원시와 캄보디아 시엠립주가 지난 21일 시엠립주정부 청사에서 자매결연 20주년 기념행사를 개최했다. (왼쪽부터)홍순목 행복캄 이사장, 김정렬 수원시의회 부의장, 이재준 수원시장, 쁘락 소포안 시엠립주지사, 리 사리 시엠립주부지사. 2024.9.21 /수원시 제공

■ 행복한 캄보디아를 꿈꾸는 이들


행복캄(행복한 캄보디아 모임)은 지난 2008년 12월 발족했다. 수원마을 조성 추진 이후 각계각층의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결성한 단체로, 회원들이 주축이 되어 수원마을에 20년 간 꾸준한 후원을 이어왔다.

기본적인 생필품 지원을 비롯해 2017년부터는 주택개량사업에도 팔을 걷어붙이며 올해까지 마을 내 30채 넘는 주택들을 탈바꿈시켰다. 무엇보다 회원들의 십시일반 자부담을 통해 오랜 기간 뜻을 실천해 왔다는 점이 주목된다. 행복캄 홍순목 이사장과 김미선 총괄이사는 이번 자매결연 20주년 기념식에서 캄보디아 국가 훈장을 받기도 했다.

홍순목 이사장은 "행복캄은 수원마을 주민들에게 남다른 애정을 갖고 이들의 삶을 개선할 수 있도록 지속적 후원에 앞장서고 있다"며 "수원시와 시엠립주가 함께 번영할 수 있도록 앞으로도 계속 힘을 보태겠다"고 말했다.

수원 관내 상인들도 가세했다. 최극렬 수원시상인연합회장을 비롯해 연합회 임원 20여명은 이번 시엠립 방문에 동참해 마을 내 학교 외벽과 책·걸상 도색 등 봉사활동에 뛰어들었다. 특히 새빛컴퓨터실을 개장하기까지 각종 시설을 지원하는 데도 크게 기여했다.

이 밖에 김봉식 수원문화원장과 김재옥 수원상공회의소 회장, 신현삼 수원시배구협회장, 우삼명 IBK기업은행 동수원지점장, 김용기 세기악기사 대표 등 19명의 시민봉사단도 대열에 합류, 마을 환경 개선에 일손을 보탰다. 행복캄과 수원시상인연합회, 시민봉사단 등 이번 방문 일정에만 60명 넘는 일반시민들이 한마음 한뜻으로 동참했다.

열악한 환경 속 건강을 위협받는 현지 주민들을 위한 수원 관내 민관 합동 의료봉사단의 활동도 눈길을 끈다. 이들은 2007년부터 총 19차례 현장 의료봉사를 진행했으며, 그동안 진료를 받은 주민만 1만3천여명에 달한다.

이번 일정에도 이세호 화홍병원장 등 6명의 의료대표단이 동행했고 오는 11월에도 수원시장안구보건소와 가톨릭대학교 성빈센트병원, 토마스의료재단 윌스기념병원, 수원시 의사회·치과의사회·한의사회·약사회·간호사회·안경사회, 경기도간호조무사회, 대한물리치료사협회 경기도회 등의 기관·단체에서 총 38명의 민관 의료봉사단이 마을을 방문해 주민들의 건강 상태를 체크할 계획이다.

■ 희망의 싹을 틔운 수원시


이 시장은 지난 2013년 수원시 제2부시장을 역임할 당시 수원형 마을르네상스 도입 관련, 현지 조사차 시엠립을 찾은 적이 있다. 그로부터 11년 만에 다시 방문한 이 시장은 그동안의 변화 양상을 보며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고 소회를 밝혔다.

이 시장은 "20년 전 자매결연 당시만 해도 이곳은 금세 무너질 듯한 판잣집과 오염된 물 등 교류보다는 공적개발원조(ODA)가 시급한 상태였고, 그래서 공동 우물과 화장실을 짓는 것부터 시작했다"며 "강산이 두 번 바뀌는 긴 시간 동안 프놈끄라옴 지역에 서서히 일어난 변화를 되돌아보니 대단함을 넘어 가슴이 뭉클해질 정도"라고 했다. 이어 "수원마을 성공의 열쇠는 현지 주민들이 쥐고 있었다. 주민들 스스로 변화하고자 했기 때문에 기적이 일어날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이 시장이 말하는 변화의 핵심은 이곳 주민들에게 희망이 생겼다는 점이다. 이 시장은 "이제 수원마을 주민들은 도움을 받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주민공동체를 기반으로 스스로 길을 헤쳐나가는 수준에 이르렀다"며 "대대로 주어진 일상에 익숙해진 이들에게 더 나은 삶의 희망이 싹텄고, 오늘이 절실해 내일을 생각할 수 없었던 아이들이 학교를 다니는 게 일상이 되고 그러면서 꿈을 키우기 시작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수원과 시엠립의 동행은 ODA 사상 유례없는 성공이자, 시공을 초월해 인류 보편의 가치를 실천한 도시 교류의 모범으로 남을 것"이라며 "프놈끄라옴을 수원의 45번째 마을이라 생각하고 앞으로도 온 힘을 다해 지원하겠다"고 힘줘 말했다.

시엠립/황성규기자 homerun@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