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인예술제 청년과 함께 꾸린 공연
지역서 활동 이어져야 예총도 지속
예술혼 펼칠 자리 만드는 것 내 역할
김은희 한국무용협회 군포지부장에게 군포시는 특별한 곳이다. 유년시절 무용을 처음 배운 곳도, 여러 감성을 몸으로 표현하고 만들어내는 법을 익힌 곳도, 창작의 고통을 뼈저리게 느낀 곳도, 지금까지 춤꾼의 길을 걷게 한 곳도, 가정을 꾸리고 아이를 낳은 곳도 모두 군포시다. 일찍이 무용단을 창단해 청년 시기 활발하게 활동했던 그는 비교적 어린 나이에 무용협회 지부장이 됐다. 자연스레, 분야는 달라도 지역에서 활동하는 많은 예술가들을 이전보다 많이 만나게 됐다.
지역마다 예술가들이 모인 한국예총(한국예술문화단체총연합회) 지부가 활성화돼있지만 군포시의 경우 다른 지역에선 보기 드문 청년예총(청년분과위원회)이 꾸려진 게 특징이다. 지역을 막론하고 원로 예술인들이 예총의 주축을 이루는 게 일반적이라 청년 예술인들의 활동이 상대적으로 활발하진 않은데 이를 깨기 위한 시도였다. 지역 내 여러 예술 분야 지부장 중 가장 젊은 김 지부장이 청년예총 활동의 선두에 선 것은 필연이었다.
“40대가 되면서 ‘끼인 세대’가 됐다. 청년 예술인으로서 지역에서 활동했었기에 젊은 예술인들 마음도 알 것 같고, 예총 활동을 하다 보니 원로 예술인들 마음도 이해하게 되더라”라며 웃은 김 지부장은 “뭔가 가교 역할을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청년 시기는 가장 창작력이 클 때라 마음껏 예술 혼을 펼쳐보여야 할 때인데 막상 무대를 가지는 게 쉽지 않다. 그런 측면에서 부족하지만 도움을 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지난 7일 군포청년예총은 군포시 예인예술제 개막 공연으로 첫 선을 보였다. 김 지부장이 총괄 연출을 맡은 가운데, 연일 청년 예술인들이 카카오톡 등으로 소통하며 살을 붙여갔다. 김 지부장은 “예전에는 총 30분 공연이라고 하면 무용 10분, 국악 10분, 서양음악 10분 이런 식으로 각자 알아서 했다. 그런데 그런 틀을 깨보고 싶었다. 디즈니 애니메이션 OST를 국악 버전으로 편곡하고 발레와 한국무용 등이 멜로디와 조화롭게 어우러질 수 있도록 했다. 각자 의견을 개진하며 공동으로 기획했다. 저마다 본업이 있는데도 아침 7시에 모여 연습할 정도로 3개월 가까이 열심히 준비했다”고 회고했다.
군포청년예총의 첫 활동은 청년 예술인들에게도, 군포예총에도, 김 지부장에도 여러 시사점을 안겨줬다. 그는 “공연 전후를 되짚어보면 지역 청년 예술인들도 청년예총 활동에 기대감이 있는 것 같다. 청년들은 예술 혼을 펼칠 장을 갖기도 어렵고 홍보하기도 힘든데, (청년예총이) 힘을 모아 함께 길을 열어주는 일을 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런 과정에서 훌륭한 예술인이 탄생할 수도 있는 것이다. 예총 입장에서도 지역 청년 예술인들의 활동이 꾸준히 이어지는 것은 지역 예총의 지속가능성을 의미하기도 한다. 청년예총에 많은 가능성과 역할이 있을 것 같다”고 설명했다.
야심차게 출발한 군포청년예총이 활발히 움직일 수 있도록 더 노력하겠다는 게 김 지부장의 각오다. 지속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하드웨어적으로도, 소프트웨어적으로도 시 차원의 지원이 더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높였다. 김 지부장은 “지역에 의외로 예술 활동에 몰입할 수 있는 공간이 적다는 아쉬움이 있다. 또 그 세대만이 뿜어내는 에너지 같은 것이 있는데, 청년 예술인들에겐 여러가지를 실험해볼 수 있는 무대가 절실하다. 첫 공연이 매우 좋았지만 청년들만의 예술 혼이 보다 자유롭게 담길 수 있는 실험 무대를 펼칠 기회가 더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라며 “청년 예술인들, 나아가 군포예총이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게끔 저도 더욱 정진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