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남복정1지구 통학길 모두 막혀
위례쪽 300m길 통로 유일한데
빗물 새고 바닥은 진흙탕 일쑤
정비공문 묵묵부답 서명운동 시작
'수차례 조치를 건의했으나 개선되지 않아 학생, 학부모 불만이 고조되고 있습니다. 안전한 학교 환경 조성 및 교육활동 보호를 위해 학교 앞 학생 등하교 안전통로를 정비해 주십시오'.
성남복정1 공공주택지구 내 복정고등학교가 사업시행자인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 지난달 22일 발송한 공문 내용 중 일부분이다.
성남시 수정구 복정동 144-1 일원 57만7천708㎡ 부지에 공공주택을 포함해 총 4천300호의 주택이 들어서는 '복정1지구'는 현재 3분의1 정도에 LH가 아파트를 짓고 있고 나머지는 부지를 조성 중인 상태다.
학생 580여 명이 다니는 복정고는 이런 복정1지구에서 유일하게 철거되지 않는 건물로 섬처럼 위치해 있다. 학교로 통하는 길은 다 폐쇄됐고 위례쪽 간이골지하차도에서 학교까지 300여 m의 임시통학로(안전통로)가 학생, 교직원 등이 오갈 수 있는 하나밖에 없는 통로다.
임시통학로는 공사 차량용으로 개설된 임시도로 한쪽편에 만들어졌고, 언뜻 보면 방치된 폐가가 연상될 정도다. 지붕의 경우 2m 정도 간격으로 설치된 얇은 철기둥 위에 낡은 플라스틱을 그냥 얹혀놓은 수준으로 비가 오면 빗물이 줄줄 새고 곳곳에 임시 처방한 테이프가 눈에 띈다.
통학로가 그냥 아스팔트 도로 위에 설치돼 있고 물이 빠져나가는 곳이 없어 비가 오면 바닥이 진흙탕이 되고, 2~3명이 겨우 지나다닐 정도로 좁아 비가 오면 학생들은 우산 쓰는 것을 포기하고 그냥 비를 맞고 다니기 일쑤다. 일부 구간 바닥에는 야자매트를 깔았는데 좁은데다 낡고 부식된 상태여서 제기능을 못하고 있다.
또 일부 구간에는 도로와 통학로 사이에 안전펜스가 아닌 가람막을 설치해놓았는데 오래되고 부식돼 흉물스러운 모습을 연출하고 있다. 가림막 부실로 인해 학생들이 우천 시 지나가는 차량들에 물벼락을 맞는 경우도 다반사로 발생하고 있다.
김윤지 학생회장은 안전문제도 제기했다. "공사 소음은 둘째치고 공사 차량이 빠르게 다녀 아찔할 때가 있다. 좁은 통학로에 자전거 타는 친구들은 이용할 수 없어 공사 차량을 피해가며 도로로 다녀야 해 사고 위험을 느낀다. 밤 9시 야간자율학습이 끝나고 퇴교할 때는 고장난 전등이 많아 공포체험을 하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배선해 학부모회장은 "아이들이 안전하지 못하다고 하고 등하교 때 기분이 우울하다고 한다. 학생들이 안전하게 통학하고 싶다는 건데 항의하면 땜질식 처분만 하고 LH에서는 신경도 쓰질 않는다. 매번 말하기도 이젠 지쳤다"고 분개했다.
복정고 측이 '흉물스러운 이미지가 학생들의 정서에도 좋지 않고 학교 이미지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는 내용까지 공문에 담아 정비해 달라고 요청한 배경이다.
하지만 LH는 학교 요청에 대해 답변을 하지 않았다. 학부모·학생·교직원들은 "더 이상 지켜보지 않겠다"며 지난 20일부터 서명운동을 시작, 집단행동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LH는 경인일보가 25일 질의서를 보내는 등 취재를 진행하자 학교를 찾아가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LH 관계자는 "시공사인 대림건설 측에 즉각 정비해 줄 것을 요구했고 다음달 둘째주까지 지붕까지 모두 개선하겠다"고 말했다.
성남/김순기기자 ksg2011@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