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가며
경기도·인천지역 '백년가게'를 소개합니다. 특별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기대하고 이 기사를 클릭했다면 조금은 실망하실 수도 있습니다. 이 이야기의 주인공은 우리 주변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평범한 사람들이기 때문입니다. 대신 보통의 사람들이 오랜 기간 일군 귀한 이야기를 전하겠습니다. 코로나19로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모든 소상공인들을 응원하는 마음을 담아 이 글을 씁니다.
*백년가게란? - 중소벤처기업부가 100년 이상 존속을 돕고자 지정한 30년 이상 업력(국민 추천은 20년 이상)의 소상공인 및 소·중소기업.
'빵알못(빵을 잘 알지 못하다)'인 저도 이름 정도는 들어본 빵집들이 있습니다. 대전의 '성심당', 군산의 '이성당', 안동의 '맘모스베이커리'처럼 유명한 빵집들은 가본 적 없지만 왠지 친숙하게 느껴질 정도입니다. 한국은 '서울공화국'이라고 불릴 만큼 각종 인프라가 서울에 집중되어 있는데, 다행스럽게도 빵집만큼은 예외인가 봅니다.
김포시 사우동에는 쉐프부랑제라는 빵집이 있습니다. 위에 언급한 빵집들 만큼 '전국구'는 아니지만 이 동네에서만큼은 최고를 자부하는 빵집입니다. 이야기의 주인공은 쉐프부랑제의 이병재 대표입니다.
#생계를 위해 배운 제빵 기술
전라북도 고창군이 고향인 이 대표는 16살 무렵 넉넉하지 못한 집안 형편 탓에 일자리를 찾아 상경했습니다. 서울의 한 빵 공장에서 일하던 고향 선배가 제빵 기술을 배워보라고 권유했던 것이죠. 이 대표는 을지로의 한 빵집에서 처음 일을 배웠다고 합니다. 그 당시는 새벽 5시에 일을 시작해 저녁 9시~10시까지 일하는 게 기본이었다고 하는 데요. 그렇게 일해 받는 월급은 1만2천원. 그래도 힘든 줄 몰랐다고 합니다.
"가방끈이 짧아서 기술을 익혀야 미래가 있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월급은 얼마 안되지만 숙식을 제공해줘서 일을 배울 수 있었죠. 워낙 힘든 일이다 보니까 적성에 안 맞았으면 계속 못 했을 거예요. 근데 늦게까지 일을 해도 힘이 든다고 못 느꼈어요. 일이 재밌었고, 무엇보다 젊었으니까."
이 대표의 이력은 꽤 화려합니다. 개인 빵집을 차리기 전에는 전국 유명 빵집에서 일을 했다고 합니다. 군산의 이성당에서 3년, 마산(현 창원)의 코아양과에서도 3년, 서울 세종호텔에서도 잠깐 일을 하다 서울 양재동에 개인 빵집을 차려 10년 넘게 운영했습니다. 지금의 빵집을 개업한 건 2002년 2월의 일입니다. 그쯤 이 대표는 몸이 좋지 않아 6개월가량 일을 쉬었다고 하는 데요. 사촌 동생의 집들이에 참석하려고 김포를 방문했는데, 이 장소가 왠지 모르게 마음에 들었다고 합니다.
"당시 김포 인구가 8만명 정도였어요. 도시 규모나 발전 가능성이 괜찮다는 생각이 들었죠. 지금 장소가 얼마나 마음에 들었던지, 다른 가게 부지를 보기 위해 차를 타고 성남에 가야 했는데 저도 모르게 김포로 가고 있더라고요. 그날 당장 계약했죠."
가게 상호인 쉐프부랑제는 프랑스어로 요리사를 뜻하는 셰프(chef)와 빵집 주인을 일컫는 불랑제(boulanger)를 더해 지었습니다. 이 대표는 '최고의 요리사'라는 뜻을 담았다고 합니다. 지금이야 셰프라는 단어가 흔히 쓰이지만 그의 기억으로는 20년 전 셰프가 들어간 상표는 8개밖에 없었다고 하네요. 미래를 내다본 작명이었던 셈입니다.
"가게 이름이 독특하다 보니까 사람들이 더 많이 기억해 주는 것 같아요. 김포에서 이름만큼 새로운 먹거리를 선보이려는 노력을 많이 했거든요. 지금도 주기적으로 빵 메뉴를 바꿔주고 있는데, 이렇게 하지 않으면 손님들도 금세 싫증을 느끼고 다시 찾지 않게 되는 거죠."
경기도·인천지역 '백년가게'를 소개합니다. 특별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기대하고 이 기사를 클릭했다면 조금은 실망하실 수도 있습니다. 이 이야기의 주인공은 우리 주변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평범한 사람들이기 때문입니다. 대신 보통의 사람들이 오랜 기간 일군 귀한 이야기를 전하겠습니다. 코로나19로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모든 소상공인들을 응원하는 마음을 담아 이 글을 씁니다.
*백년가게란? - 중소벤처기업부가 100년 이상 존속을 돕고자 지정한 30년 이상 업력(국민 추천은 20년 이상)의 소상공인 및 소·중소기업.
'빵알못(빵을 잘 알지 못하다)'인 저도 이름 정도는 들어본 빵집들이 있습니다. 대전의 '성심당', 군산의 '이성당', 안동의 '맘모스베이커리'처럼 유명한 빵집들은 가본 적 없지만 왠지 친숙하게 느껴질 정도입니다. 한국은 '서울공화국'이라고 불릴 만큼 각종 인프라가 서울에 집중되어 있는데, 다행스럽게도 빵집만큼은 예외인가 봅니다.
김포시 사우동에는 쉐프부랑제라는 빵집이 있습니다. 위에 언급한 빵집들 만큼 '전국구'는 아니지만 이 동네에서만큼은 최고를 자부하는 빵집입니다. 이야기의 주인공은 쉐프부랑제의 이병재 대표입니다.
#생계를 위해 배운 제빵 기술
전라북도 고창군이 고향인 이 대표는 16살 무렵 넉넉하지 못한 집안 형편 탓에 일자리를 찾아 상경했습니다. 서울의 한 빵 공장에서 일하던 고향 선배가 제빵 기술을 배워보라고 권유했던 것이죠. 이 대표는 을지로의 한 빵집에서 처음 일을 배웠다고 합니다. 그 당시는 새벽 5시에 일을 시작해 저녁 9시~10시까지 일하는 게 기본이었다고 하는 데요. 그렇게 일해 받는 월급은 1만2천원. 그래도 힘든 줄 몰랐다고 합니다.
"가방끈이 짧아서 기술을 익혀야 미래가 있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월급은 얼마 안되지만 숙식을 제공해줘서 일을 배울 수 있었죠. 워낙 힘든 일이다 보니까 적성에 안 맞았으면 계속 못 했을 거예요. 근데 늦게까지 일을 해도 힘이 든다고 못 느꼈어요. 일이 재밌었고, 무엇보다 젊었으니까."
이 대표의 이력은 꽤 화려합니다. 개인 빵집을 차리기 전에는 전국 유명 빵집에서 일을 했다고 합니다. 군산의 이성당에서 3년, 마산(현 창원)의 코아양과에서도 3년, 서울 세종호텔에서도 잠깐 일을 하다 서울 양재동에 개인 빵집을 차려 10년 넘게 운영했습니다. 지금의 빵집을 개업한 건 2002년 2월의 일입니다. 그쯤 이 대표는 몸이 좋지 않아 6개월가량 일을 쉬었다고 하는 데요. 사촌 동생의 집들이에 참석하려고 김포를 방문했는데, 이 장소가 왠지 모르게 마음에 들었다고 합니다.
"당시 김포 인구가 8만명 정도였어요. 도시 규모나 발전 가능성이 괜찮다는 생각이 들었죠. 지금 장소가 얼마나 마음에 들었던지, 다른 가게 부지를 보기 위해 차를 타고 성남에 가야 했는데 저도 모르게 김포로 가고 있더라고요. 그날 당장 계약했죠."
가게 상호인 쉐프부랑제는 프랑스어로 요리사를 뜻하는 셰프(chef)와 빵집 주인을 일컫는 불랑제(boulanger)를 더해 지었습니다. 이 대표는 '최고의 요리사'라는 뜻을 담았다고 합니다. 지금이야 셰프라는 단어가 흔히 쓰이지만 그의 기억으로는 20년 전 셰프가 들어간 상표는 8개밖에 없었다고 하네요. 미래를 내다본 작명이었던 셈입니다.
"가게 이름이 독특하다 보니까 사람들이 더 많이 기억해 주는 것 같아요. 김포에서 이름만큼 새로운 먹거리를 선보이려는 노력을 많이 했거든요. 지금도 주기적으로 빵 메뉴를 바꿔주고 있는데, 이렇게 하지 않으면 손님들도 금세 싫증을 느끼고 다시 찾지 않게 되는 거죠."
#대기업 프랜차이즈를 이긴 비결
보통은 대기업 프랜차이즈 빵집이 근처에 입점하는 걸 꺼리기 마련입니다. 그런데 이 대표는 거꾸로입니다. 그는 오히려 득이 될 수 있다 말합니다. 이 대표의 이런 자신감에는 물론 근거가 있습니다. 이미 경쟁을 해서 승리한 경험이 있는 것이죠.
원래 쉐프부랑제 근처에는 프랜차이즈 빵집 2곳과 일반 빵집 2곳이 있었다고 합니다. 지금 남아있는 건 쉐프부랑제 뿐입니다. 6개월 전에 또 다른 프랜차이즈 빵집이 가까운 거리에 들어왔는데도 '자신 있다'는 게 이 대표의 설명입니다.
"오히려 (프랜차이즈 빵집과) 같이 가는 게 저한테는 득이 될 수 있어요. 빵 맛을 비교했을 때, 소비자가 인정해주면 되는 거니까요. 아무리 내가 잘 만들어도 소비자가 맛이 없다고 느끼면 얼마 안 가 문을 닫을 수밖에 없죠."
보통은 대기업 프랜차이즈 빵집이 근처에 입점하는 걸 꺼리기 마련입니다. 그런데 이 대표는 거꾸로입니다. 그는 오히려 득이 될 수 있다 말합니다. 이 대표의 이런 자신감에는 물론 근거가 있습니다. 이미 경쟁을 해서 승리한 경험이 있는 것이죠.
원래 쉐프부랑제 근처에는 프랜차이즈 빵집 2곳과 일반 빵집 2곳이 있었다고 합니다. 지금 남아있는 건 쉐프부랑제 뿐입니다. 6개월 전에 또 다른 프랜차이즈 빵집이 가까운 거리에 들어왔는데도 '자신 있다'는 게 이 대표의 설명입니다.
"오히려 (프랜차이즈 빵집과) 같이 가는 게 저한테는 득이 될 수 있어요. 빵 맛을 비교했을 때, 소비자가 인정해주면 되는 거니까요. 아무리 내가 잘 만들어도 소비자가 맛이 없다고 느끼면 얼마 안 가 문을 닫을 수밖에 없죠."
이 대표의 자부심은 개업 때나 지금이나 한결같습니다. 그는 개업 초기 '고급화' 전략을 꺼내 들었습니다. 저렴한 가격에 많은 양 대신 가격은 조금 비싸도 고품질의 빵을 만들어 파는 전략으로 승부를 건 것이죠.
"빵에 들어가는 재료는 모두 유기농 등 최고급을 사용해요. 몇백 원 단가를 낮추려고 재료비를 아끼면 소비자들이 금세 알아차리거든요."
가맹사업을 하자는 제안도 여러 번 있었다고 합니다. 이 대표는 사업 제안을 전부 거절했다고 하는 데요. 이유는 단순합니다. 빵의 품질이 떨어질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죠. 그에게는 당장의 돈보다 중요한 가치가 있었을 겁니다.
올해 말이나 내년 초쯤에는 김포시 운양동에 3층짜리 '카페&베이커리'가 새로 문을 연다고 합니다. 16살 나이에 혈혈단신으로 상경해 제빵 기술을 익힌 소년이 예순이 넘은 나이가 돼 자기 명의의 건물을 지어 빵집을 차리게 된 것이죠. 지금은 두 아들도 이 대표 곁에서 대를 이을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내 건물을 지어 빵집을 하는 꿈을 이루니까 행복하죠. 빵집을 잊지 않고 찾아주는 단골손님들께 항상 감사한 마음을 가지고 있어요. 앞으로도 모든 고객분이 만족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서비스하겠습니다."
*김포 쉐프부랑제 주소: 김포시 사우동 875. 영업시간: 오전 7시~저녁 11시30분 (주말 영업 유동적). 전화번호: 031)998-1813. 대표가 직접 뽑은 인기 메뉴: 수제 단팥빵과 자체 쿠키 브랜드 '쿠마약키'.
/배재흥기자 jhb@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