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지영의인사이트]지구를 망치는 비트코인? 테슬라의 모순, '탄소배출권'
이번 주 연일 회자된 경제 기사의 한 대목을 읽고 시작하겠습니다. "테슬라는 1분기 탄소배출권을 팔아 5천500억원을 벌었고, 비트코인으로 1천억원이 넘는 시세차익을 거뒀다" 이 문장에서 어떤 단어가 눈에 들어오시나요? 열에 아홉은 '비트코인'에 시선이 꽂혔을 겁니다. 비트코인 전도사를 자처하던 일론 머스크가 비트코인을 팔아 차익을 거두다니. 테슬라는 유동성 입증 차원이었다고 해명을 내놨습니다. 오늘 말하고 싶은 건, 비트코인이 아닙니다. 바로 '탄소배출권' 이야기 입니다. 정확히는 비트코인과 탄소 배출의 이율배반, 그리고 그 중심에 선 테슬라입니다.
이번 주 연일 회자된 경제 기사의 한 대목을 읽고 시작하겠습니다. "테슬라는 1분기 탄소배출권을 팔아 5천500억원을 벌었고, 비트코인으로 1천억원이 넘는 시세차익을 거뒀다" 이 문장에서 어떤 단어가 눈에 들어오시나요? 열에 아홉은 '비트코인'에 시선이 꽂혔을 겁니다. 비트코인 전도사를 자처하던 일론 머스크가 비트코인을 팔아 차익을 거두다니. 테슬라는 유동성 입증 차원이었다고 해명을 내놨습니다. 오늘 말하고 싶은 건, 비트코인이 아닙니다. 바로 '탄소배출권' 이야기 입니다. 정확히는 비트코인과 탄소 배출의 이율배반, 그리고 그 중심에 선 테슬라입니다.
■비트코인과 탄소배출의 이율배반?
다시 한 번 기사 한 대목을 읽어야겠습니다. 중국의 CC밸류(Carbon Chain Value)라는 매체에 게재된 내용입니다. 이 매체는 스스로를 "2017년에 설립 된 블록체인 및 금융 기술 산업에 초점을 맞춘 국내(중국) 최고의 콘텐츠 정보 서비스 플랫폼"이라고 소개합니다.
CC밸류는 네이쳐에 게재된 중국 칭화대학교 등의 연구를 인용해 다음과 같이 썼습니다. "칭화학자는 비트코인 채굴은 2024년까지 3천억 kWh의 전기와 1억3천만t의 탄소 배출을 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3천억 kWh(킬로와트시)는 어느 정도일까요. 현대차의 전기차 아이오닉5의 배터리 용량이 72kWh입니다. 지난해 12월 인구 85만(당시)의 화성시 전체가 사용한 전력량은 17억3천400만kWh 가량. 화성시에는 삼성 반도체 공장과 같은 대형 사업장이 있어 경기도에서도 산업용 전력도 굉장히 많이 소모하는 지역으로 꼽힙니다.
대략 비트코인이 2024년까지 소모할 전력량은 화성시가 한 달에 소비하는 전력량의 170배가 넘는 셈인데, 더 큰 문제는 '탄소 배출량'입니다. 탄소라고 부르지만 법상 규제 항목은 '온실가스'입니다. 삼성전자가 지난해 내뿜은 온실가스 총량은 1천360만t. 비트코인은 대략 삼성전자 전체 사업장이 내뿜는 온실가스의 10배 가량을 2024년까지 뿜어낼 예정이라는 것입니다.

2천100만개로 제한된 비트코인은 '채굴'이라는 방식으로 세상에 모습을 드러냅니다. 열심히 파야 찾을 수 있다는 점에서 금광 채굴과 본질이 같습니다. 광부들이 곡괭이와 삽 대신 전기를 소모하는 채굴기계를 이용한다는 것만 다릅니다. 중국은 세계에서 가장 비트코인 채굴을 많이 하는 지역으로 꼽힙니다. 칭화대 등 연구진에 따르면 비트코인을 채굴하기 위해 더 높은 컴퓨팅 파워를 투입하게 되고, 그럴수록 더 많은 탄소를 배출합니다.
연구진의 시뮬레이션에 따르면 중국에서 비트코인 채굴에 소모되는 전력은 2024년 정점에 달하는 데 그 수준은 이탈리아·사우디아라비아와 맞먹고, 배출하는 탄소는 2016년 기준을 적용해 비트코인을 국가로 간주했을 때 전 세계 국가 중 12위에 오를 정도입니다.
이런 설명이 의미하는 것이 무엇일까요? 탄소배출권으로 수익을 거두고 있는 전기차 업체 테슬라는 비트코인에 많은 자산을 투자했습니다. 수익은 탄소 배출 저감의 성과로 거두고, 투자는 탄소 배출원에 하는 셈입니다. 탄소의 아이러니? 테슬라의 이율배반? 무엇이라고 부르든 그들은 모순된 행동을 하고 있습니다.
■코로나19로 역전된 한국 탄소 가격(부제-'탄소배출권'이 뭐야?)
한국도 탄소 배출을 적극적으로 제어하는 국가입니다. 교토의정서에 따라 정부가 사업장에 연간 배출할 수 있는 온실가스 총량을 정해주고, 총량을 넘는 온실가스를 배출하면 이를 사업장 사이의 거래를 통해 사올 수 있도록 하고 있죠.
쉽게 예를 들어 A라는 사업장에 100의 탄소를 배출할 수 있게 정해뒀는데, 110을 배출했다면 B사업장에서 배출하지 않은 10의 탄소 배출권을 사와야 하는 것입니다. 한국환경공단은 이를 두고 "온실가스 감축 여력이 높은 사업장은 보다 많이 감축하여 정부가 할당한 배출권 중 초과감축량을 시장에 판매할 수 있고, 감축 여력이 낮은 사업장은 직접적인 감축을 하는 대신 배출권을 살 수 있어 비용절감이 가능합니다"라고 설명합니다.
배출가스가 없는 전기차를 생산하는 '테슬라'가 탄소로 돈을 벌 수 있었던 것도 바로 이런 '배출권' 거래 덕택이었습니다. 한국은 2015년부터 3년 주기로 배출권거래제를 강화해 왔습니다. 1기(2015년~2017년)는 상대적으로 유연하게 제도를 운영해 왔고, 2기(2018년~2020년)부터는 실제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도록 유도했고, 올해부터인 3기(2021년~2025년)는 적극적으로 감축을 시행하는 동시에 제3자도 배출권 거래제에 동참하도록 유도한다는 계획이죠.
'제3자'라는 말에서 짐작하셨듯, 온실가스 배출권도 여러 경제 주체가 거래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잘 아는 '한국거래소'에서 실제로 거래되고 있습니다. 매일 변동되는 주식 시세와 마찬가지로 배출권도 매일 시세가 바뀝니다. 최근 시세는 어떨까요.

테슬라가 탄소배출권 거래로 돈을 많이 벌었다니 한국 상황도 비슷하리라 짐작하셨겠지만 현실은 반대입니다. 가장 최근 거래일인 28일 기준으로 t당 시세는 1만8천300원(KAU20 기준)으로 전 거래일 대비 800원(-4.19%)이 떨어졌습니다. 거래대금은 14억7천만원 가량이었습니다.
시계를 1년 전으로 되돌려보겠습니다. 2020년 4월 29일 KAU20 종가는 4만500원. 1년이 지나 절반 이하로 가격이 떨어진 셈입니다. 바로 코로나19로 탄소를 많이 배출하는 중후장대 산업의 가동 수요가 줄어든 탓입니다. 온실가스 배출권 가격도 주식과 마찬가지로 수요에 따라 출렁입니다. 더 강한 규제가 적용되는 3기가 시작되는 올해.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본격화되며 산업이 활기를 되찾는다면 다시 가격이 높아질 가능성이 큰 셈입니다.
보이지 않으나 우리 삶에 큰 영향을 미치는 온실가스처럼, 보이지 않는 '탄소배출권'은 소리 소문 없이 우리 경제의 한 축이 됐습니다.
/신지영기자 sjy@kyeongin.com
※사회부·정치부를 거쳐 경제부에 온 잡학천식(雜學淺識)한 기자의 세상 읽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