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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화성 오산동 동탄여울 공원에서 GTX-A 철도차량 실물모형 전시회가 열렸다. 2021.4.20 /남국성기자 nam@kyeongin.com

'김부선'

교통에 관심이 있는 경기도민·인천시민이시라면 요즘 기사에서 유독 이 단어를 많이 발견하셨을 것 같습니다. '말죽거리 잔혹사'의 그 인물이 아니라 바로 김포·부천의 노선을 아울러 이르는 말 '김부선'입니다.

경기도와 인천시가 지난달 GTX-D 노선을 김포와 부천 구간만 신설하도록 의견을 냈음에도 반영되지 않아 만들어진 말입니다. 경기도는 김포-강남-하남 노선, 인천시는 인천국제공항과 김포를 양 기점으로 하는 'Y자 노선'을 제안했으나 모두 받아들여지지 않았죠.

이를 두고 인천, 김포시민의 반발이 만만치 않습니다. 국토부장관의 청문회까지 번진 김부선 논란은 GTX에 쏠린 수도권 주민들의 관심을 방증합니다. 오늘은 김부선 논란 뒤에 숨어 있는 GTX의 문제들을 한 번 짚어볼까 합니다. '탑승'과 '요금' 문제입니다.

■GTX, 탑승이 왜 문제야?

GTX. 말은 많이 들어보셨을텐데, GTX가 어떤 의미인지 아는 분은 많지 않은 것 같습니다. Great Train Express. 직역하면 '엄청 빠른 열차'이고, 백과사전은 '수도권 광역 급행철도'라고 설명합니다. 좀 더 풀어보면 백과사전에선 '수도권 주요 지점을 연결하는 대심도 광역급행철도'라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KTX와 비슷한 발음을 가졌기 때문에 '굉장히 빠르겠구나'라는 짐작은 가능한데 선뜻 이해되지 않는 단어가 하나 있습니다. 바로 '대심도'. 대심도란 지하 40m 이하의 깊은 지하 공간을 말합니다. 40m면 아파트 14층 가량의 높이입니다. 지하로 그만큼 파고 들어가 터널을 뚫고, 레일을 깔았다는 뜻입니다. 왜 그랬을까요. 구불거리는 구간 없이 최대한 직선으로 노선을 뽑아야 엄청 빠른 속도로 열차를 운행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수도권 철도의 속도는 대개 39.5㎞/h이지만 GTX는 최대 200㎞/h로 달립니다. 고속열차를 도입하고, 직선구간으로 만든 덕택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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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GTX 공사가 진행 중인 동탄 대심도. /경인일보 DB

이 열차가 대심도에서 달림으로써 소음 문제도 해결할 수 있습니다. 속도와 소음은 대심도로 해결했지만, 또 다른 문제가 떠올랐습니다. 바로 '탑승'입니다. GTX에 타길 원하는 승객은 40m 깊이 대심도까지 다다라야 열차에 탑승할 수 있습니다. 이해하기 쉽게 이미 지어진 지하철 역을 기준으로 설명해드리겠습니다.

8호선 산성역은 깊이 53.91m에 지어졌습니다. 지하 3층에 위치해 있는데 에스컬레이터로 3분 34초, 엘리베이터로 5분 2초(대기시간 포함)이 걸립니다. 7호선 숭실대역. 이곳도 깊기로 유명하죠. 45.91m에 지어졌습니다. 에스컬레이터 4분 44초, 엘리베이터로 3분 36초가 소요됩니다.

5호선 신금호역(42.12m)·여의나루역(40.85m)·6호선 버티고개역(40.87m) 역시 깊은 역들로 엘리베이터 기준 최대 7분7초(버티고개역)가 걸리는 곳도 있습니다. 5분 가량 내려가는게 무슨 문제냐고 생각하실 수 있겠지만, GTX의 특성이 결합되면 큰 문제가 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첫째로 GTX는 역 사이의 평균 간격이 7.2㎞로 서울도시철도 평균 역간간격(1.1㎞)보다 6배 이상 넓습니다. 역 거리가 멀어지면 버스나 개인 이동수단을 통해 접근하기가 어려워집니다. 이 때문에 GTX 역마다 대규모 주차장이 설치될 예정이죠.

둘째로 SRT 등과 혼용해 운영하는 노선은 배차 간격이 넓어질 수 밖에 없습니다. 무슨 얘기냐면 GTX-A노선은 SRT 수서~동탄 구간 레일을 공유하기 때문에 출퇴근 배차시간이 6분 이상으로 예상됩니다. 출퇴근 시간에 5분 이상 배차 간격이 생기는데다가 승강장까지 이동하는 시간도 길어지면 제 때 탑승하지 못해서 플랫폼에 기다리는 사람들이 많아질 우려가 있는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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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RT 운행 모습. GTX-A노선은 SRT와 일부 구간의 레일을 공유하기 때문에 배차간격이 넓어질 수 밖에 없다. /경인일보DB

■GTX 요금, 얼마일까?

GTX는 일부 구간(GTX-A)이 민자사업으로 진행됩니다. 민간이 짓기 때문에 요금도 자연히 올라갑니다. 분당선(재정사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비싼 신분당선(민자사업) 요금을 보면 쉽게 이해하실 수 있으실겁니다. GTX-A노선은 BTO(수익형 사업)으로 진행되는데, 이 방식은 소유권은 정부가 운영권은 민간이 가지는 방식을 말합니다. 운영을 통해 사업비를 회수해야 하기 때문에 요금이 비싸질 개연성이 높습니다.

지난 2018년 민간투자사업심의를 통과한 GTX-A는 사업자 신한은행 컨소시엄이 파주~삼성 구간 43.6㎞ 기준 3천900원을 요금으로 제시했습니다. 이 요금은 광역철도나 버스에 비해 2배 가량 높은 수준이죠. 지하철이나 광역버스가 같은 구간(파주~삼성)을 1시간 30분 정도에 이동하는데 비해 GTX-A를 이용하면 20분으로 4분의 1 이상 소요 시간이 줄게 됩니다. 시간을 버는 대신 높은 요금을 지불해야 하는 셈입니다.

이 예상 요금 역시 과거의 것이어서 개통시점에는 더 비싸게 요금이 책정될 겁니다. 지금도 물가는 오르고 있으니까요. 최종 운임은 개통 6개월 전에 확정될 걸로 보입니다. 앞서 GTX 역 사이의 거리가 멀다는 설명을 드렸는데, 빗발치는 역 신설 요구에 정차역이 늘어나면 또 다시 운임이 상승하게 됩니다. 최소 금액이 3천900원인 것이고 향후에는 더 높은 운임으로 확정되는 것이 불 보듯 뻔합니다.

이런 예상 문제를 종합해보면 GTX가 생기더라도 얼마나 쾌적하고 신속하게 탑승할 수 있게 할 것인지, 그리고 얼마나 합리적으로 요금을 책정할 것인지가 향후 과제인 것입니다. 일각에선 교통 취약계층 위주로 이용하게 한 엘리베이터를 GTX역에서는 일반인도 이용할 수 있도록 더 많이 만들고, 정기권을 도입해 정기 이용자에게 할인 혜택을 제공하자고 주장하기도 합니다.

GTX가 개통하기 전, 우리 지역에도 GTX를 놓아 달라고 하는 시점에 벌써부터 탑승·요금 고민이 섣부르다고 생각하실지 모르겠습니다. GTX-A노선은 2023년 연말 완성됩니다. 2024년에는 탑승이 가능하다는 얘기죠. 멀다면 멀고, 가깝다면 가까운 시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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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문수 전 경기도지사. /연합뉴스

개통을 얘기하니, '김부선' 말고 다른 이름이 떠오릅니다. 바로 '김문수'라는 이름입니다. 2009년 4월 15일자 경인일보 1면에는 다음과 같은 기사가 실렸습니다.

"경기도가 인천시와 서울시까지 아우르는 수도권 광역급행철도(이하 GTX)의 구체적인 건설 계획안을 14일 공표했다. 국내에서 시도된 적이 없는 GTX는 김문수 경기도지사가 누차 주창했던 '대수도론'과도 맞물리며 사회·정치적으로 대변혁을 예고하고 있다"

여러분에게 김문수라는 정치인은 어떻게 기억되고 있나요. 제32대·33대 경기도지사 김문수는 흐릿하고, 태극기 부대 김문수·꼴통 보수 정치인 김문수의 이미지가 선명하실지 모르겠습니다. 2009년 내놓은 GTX 공약은 4대 강과 같은 거대 토목 사업으로 치부돼 당시 야당, 현 더불어민주당으로부터 많은 공격을 받았습니다.

강산도 변한다는 10년의 세월이 흘렀고, 집권세력이 된 민주당의 국회의원들은 적극적으로 GTX 노선 확장을 외치고 있죠. 격세지감입니다. 김문수의 GTX는 경기도지사가 내놓은 공약이 수도권 일대를 뒤바꿔 놓은 가장 극적인 사례로 기록될지 모르겠습니다.

/신지영기자 sjy@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