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자원회수시설로 반입 폐기물 '샘플링 검사' 발표 강도 높은 검사 통해 소각용 11.1% 감량 성과 수원시, 올해까지 44개 에코스테이션 설치 주민 "집 앞에 냄새나는 쓰레기 없어 애용"
입력 2021-05-22 15:35수정 2024-10-17 13:32
지면 아이콘지면ⓘ2021-05-22 0면
김동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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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초 지동의 한 골목에 투기된 쓰레기. /김동필 기자 phiil@kyeongin.com
3개월째에 돌입한 수원 '쓰레기와의 전쟁'은 현재 진행형이다.
지난 2월 16일 수원시는 자원회수시설로 반입되는 생활폐기물을 대상으로 샘플링(표본) 검사를 진행하겠다고 발표했다. 반입 기준에 미달한 쓰레기를 배출한 동은 연속 경고 이후 최대 1개월까지 '생활쓰레기 반입 정지' 처분을 내리겠다며 '쓰레기와의 전쟁'을 선언한 것이다.
2주 정도 지났음에도 수원시 골목은 무단 투기하거나 반입조건을 위반한 쓰레기로 넘쳤다. "이런 건 처음 봤다"며 주민들이 혀를 찰 정도로 실제로 살펴본 수원의 골목은 심각했다. 경인일보는 골목을 돌아다니며 실태를 점검하고, 샘플링 검사 모습을 취재하는 등 연속보도하며 시민에게 경각심을 줬다.
시는 지난 3월 29일까지 강도 높은 샘플링 검사를 지속했다. 그 결과 11.1%의 소각용 생활쓰레기를 감량하는 성과를 거뒀다. 샘플링 시행 전 한 주에 455.9t(2월 15~21일)이던 반입 소각용 쓰레기는 사업 시행 5주 차(3월 22~28일)에 405.2t으로 줄어든 것. 시는 "44개 동 공직자, 통장·단체원과 같은 자원봉사자, 환경관리원이 함께 노력한 성과"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5일 오전 수원시 영통구 자원회수시설 반입장에서 주민감시원들이 반입된 쓰레기들을 샘플링하고 있다. 2021.3.5 /김도우기자 pizza@kyeongin.com
수원시의 쓰레기와의 전쟁은 끝나지 않았다. 쓰레기 배출 문화를 확립하기 위한 이번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함이다.
시가 '주택가'를 위해 선택한 건 '에코스테이션'이다. 지난달 19일 원천동 일대 쓰레기 무단 투기 현장을 점검한 염태영 수원시장이 직접 "마땅한 분리수거장이 없어 무단 투기를 한 주민도 있는 것 같다"며 "원룸·단독주택 밀집 지역에 에코스테이션을 설치하는 것을 검토하라"고 지시한 데 따른 조처다.
에코스테이션이란 재활용쓰레기 7종 분리 배출할 수 있는 임시 집하장으로, 아파트 단지 내에 위치한 쓰레기 분리시설을 주택화한 시설이다. 수원시가 올해 이 시설을 처음으로 도입한 건 아니다. 시는 지난 2008년 1월 세류동 등 단독주택가 4곳에 해당 시설을 처음 설치했다. 이 정책은 도입 이후 일부 효과를 거뒀다. 경기도가 해당 시설 도입 2개월이 지난 2008년 3월 주민 60명을 대상으로 만족도를 조사한 결과 51.6%가 만족한다고 대답하기도 했다. 이런 성과를 바탕으로 에코스테이션은 양평·김포 등으로 확산했다.
하지만 이 시설에 모두가 만족한 건 아니다. 에코스테이션이 설치된 지역에 쓰레기 무단투기나, 원거리 투기, 이로 인한 용량 부족 등 여러 문제가 생긴 것. 도입하면서 감시용 CCTV를 설치하긴 했지만, 모든 걸 단속하기엔 역부족이었다. 결국, 지역 주민들의 반발로 철거된 시설도 있다. 수원시청 인근 인계동 골목에 있던 게 대표적이다.
이번에 도입한 에코스테이션엔 '에코 매니저'도 함께 포함했다. 에코 매니저는 현장에 상주하는 관리인으로, 시설을 청결히 관리하고 생활폐기물과 재활용품을 분리하는 작업을 맡는다. 쓰레기를 버리러 온 주민에게 '올바른' 분리배출법도 함께 안내한다.
정자2동에 설치된 에코스테이션. /김동필 기자 phiil@kyeongin.com
2018년 정자2동에 처음 도입한 에코스테이션이 모델이 됐다. 정자2동형 에코스테이션이라 불린 해당 시설은 주민이 직접 관리하는 체계를 목표로 에코 매니저를 처음으로 채용했다.
당시 '신중년 일자리사업'과 접목한 것. 여기에 더해 주변 청소년의 봉사활동인 '에코가이드'와도 함께 연계해 집중 관리에 나섰다. 이처럼 다양한 주민참여 방안을 함께 활용한 정자2동형 에코스테이션은 지역에 잘 적응해 오늘날에 이른다. 주민 최복상(78·여)씨는 "조금 거리가 있긴 해도 집 앞에 냄새나는 쓰레기가 없다는 게 좋은 것 같다"며 "애용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시는 지난달 지동시장과 지동행정복지센터 인근에 에코스테이션 2곳을 신설했다. 본격 운영은 지난 3일부터다. 철제 테두리와 나무로 마감한 에코스테이션은 개폐형으로 만들어졌다. 플라스틱이라 이름 붙여진 문을 열면 플라스틱을 배출할 수 있는 공간이 있는 방식이다. 한쪽엔 음식물 쓰레기를 버릴 수 있도록 별도 공간도 조성해뒀다.
지동에 새로 설치된 에코스테이션에 한 주민이 쓰레기를 분리배출하고 있다. /김동필 기자 phiil@kyeongin.com
운영 시작 3주차에 접어든 22일 찾은 에코스테이션은 매우 깨끗한 모습이었다. 그간 지동 골목에 가득했던 무단투기 쓰레기도 상당 부분 사라져있는 것도 눈에 띄었다.
투명플라스틱과 일반플라스틱 등을 구분해둔 점도 눈길이 갔다. 두 플라스틱은 재활용 방식이 달라 매번 재활용분리시설에서 분리해왔다. 상주한다던 에코 매니저는 주말이라 자리에 없었다. 대신 24시간 이 시설을 감시하는 CCTV가 반겼다.
지동에 설치된 에코스테이션. /김동필 기자 phiil@kyeongin.com
양쪽을 다 비춰주는 CCTV는 주변을 지나면 "쓰레기 무단투기를 감시하는 카메라"라며 경고했다. 이곳에 쓰레기를 버리러 온 주민 김지은(41·여)씨는 "골목마다 쓰레기 더미로 말이 아니었는데, 이것(에코스테이션)이 설치되면서 좀 줄어들었다"며 "5분 거리에 거주하는데, 조금 걸어야 하긴 해도 집 앞에 무단투기하고 이웃 주민과 큰 소리 낼 일이 없어 편하다"고 말했다.
시는 이 같은 에코스테이션을 올해 안에 44곳까지 늘릴 방침이다. 에코 매니저 채용으로 지역 특화 일자리도 만들고, 쓰레기 문제도 일부 해결하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는 평가도 나온다. 그럼에도 아직 갈 길은 멀었다. 여전히 일부 골목을 중심으로 무단투기한 쓰레기가 많은 까닭이다.
시 관계자는 "무엇보다 중요한 게 시민 인식 변화"라면서 "생활폐기물 감량 정책을 계속 추진하고, 무단 투기를 단속할 인력과 CCTV도 늘릴 예정"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