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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7일 경기 지역 시민단체들이 더불어민주당 경기도당에서 차별금지법 제정 촉구를 위한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는 모습. /다산인권센터 제공

경인일보는 지난해 10월 통큰 기사 '컬러 콤플렉스'를 통해 한국 사회가 갖고 있는 차별과 편견(2020년 10월 26일자 1면=컬러콤플렉스·혐오, 대한민국을 물들이다)을 연속 보도했다.

종북 논란, 북한 이탈주민, 성 소수자, 이주 노동자 등 우리 사회에서 겪고 있는 차별과 편견에 대한 목소리를 담았고, 차별과 편견을 넘기 위한 법적 장치로 '차별금지법' 제정의 필요성도 함께 지적했다.

경인일보 보도 이후 차별과 혐오에 따른 사회적 갈등을 해소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커지고 있지만, 법적·제도적 개선은 여전히 난제로 남아 있다.

지난해 6월 발의된 차별금지법은 소관 위원회인 법제사업위원회에 여전히 계류돼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07년 이후 8번째 도전을 맞고 있는 차별금지법안은 발의된 지 11개월이 흘렀지만 검토 조차 되고 있지 못하고 못한 실정이다.

21대 국회에 발의된 차별금지법(정의당 장혜영 의원이 대표 발의)은 성별, 장애, 나이, 언어, 출신 국가, 출신 민족, 인종, 국적, 피부색, 출신 지역, 용모, 혼인 여부, 임신 또는 출산, 종교, 사상 또는 정치적 의견, 성적 지향, 성별 정체성, 고용 형태, 사회적 신분 등에서 합리적 이유가 없는 차별을 금지하고 있다. 차별에 대한 경우를 구체화하고 국가인권위원회 권고 조치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이행강제금 부과 등 차별 행위 시정에 강제성을 부여한 것이 특징이다.

국회의 요지부동 속에 차별금지법이 전철을 밟게 될 위기에 놓이면서, 최근 동아제약 채용 과정에서 불거진 면접 성차별 사건 등을 계기로 차별 금지법 제정 촉구 목소리가 경기도를 비롯한 전국 각지에서 더욱 커졌다.

지난 3월 동아제약 채용면접 과정에서 여성 응시생이 '여자라서 군대를 가지 않았으니 남자보다 월급을 적게 받는 것을 어떻게 생각 하나', '군대에 갈 생각이 있나'등 성차별적 질문을 받았던 것이 알려졌고, 차별금지법제정연대는 지난 24일 '차별 금지법 제정을 위한 10만 행동(국회 국민동의청원)'을 시작했다.

국회 청원은 동아제약 채용 성차별 사건 당사자로부터 시작돼 29일 오전 기준 5만2천여명이 서명이 동참했다. 국회는 청원서 공개 이후 30일 내에 10만 명의 동의를 얻어 접수 요건을 충족하면 상임위에 해당 청원을 회부해야 한다.

경기도에서도 차별금지법 제정 촉구 운동이 활발하게 전개 중이다. 지난 27일 오전 11시 더불어 민주당 경기도당에서는 다산인권센터, 경기정의평화기독교 행동, 용인수지장애인자립생활센터, 민주노총 경기본부 등 각 분야 단체들이 공동으로 기자회견을 열고 차별금지법 제정을 촉구했다.

이들은 기자회견에서 평등이라는 "가치를 일상에서 구체적으로 발현하기 위해 필요한 제도들이 일부 세력의 반대로 너무 나도 쉽게 뒷걸음질 치고 있다"며 "이는 최근 들어 더욱 심각해진 여성혐오, 인종혐오, 난민혐오, 장애인혐오, 성소수자 혐오 등과 같은 사회적 문제로 드러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경기도 인권단체로 구성돼 있는 '차별과 혐오 없는 평등한 경기도 만들기 도민 행동'은 지난 26일부터 오후 7시에 수원역 로데오 거리 입구에서 매주 수요일마다 차별금지법 필요성과 시민들이 10만 동의 청원에 참여할 수 있도록 안내하고 홍보하는 활동을 시작했다. 캠페인은 젊은 층을 중심으로 호응을 얻어가고 있다.

다산인권센터 관계자는 "최근 차별금지법 제정 움직임은 지난 2007년부터 차별금지법이 여러 이유로 좌초되면서도 법 제정을 위해 꾸준히 노력해온 결과"라며 "시민들이 '이 문제가 차별의 문제'라는 인식을 확산되는 등 시민들이 몸으로 느끼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원근기자 lwg33@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