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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이나 펀드 등 '투자' 활동을 하는 사람이라면 요즘 여기저기 'ESG'란 단어를 매우 많이 접하셨을 겁니다. 환경(Environmental)·사회(Social)·지배구조(Governance)의 앞 자를 따 한 마디로 만든 단어인데요.

최근 국내 주요 민간 기업은 물론 공공기관도 누구라 할 것 없이 "ESG를 실천하겠다"거나 "ESG 경영을 선포한다"는 등 움직임이 급격히 늘어나고 있습니다. 사실 환경과 사회, 지배구조 등 분야 투자를 늘리거나 경영에 나선다고 해서 당장 이익이 증가하거나 매출을 늘릴 수 있는 것도 아닌데 말이에요.

그런데도 왜 이렇게 많은 기업과 공공기관들이 올해 들어 ESG에 집착하고 있는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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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태희 대한상의 상근부회장이 24일 서울 중구 상의회관에서 열린 '제3차 대한상의 ESG경영 포럼'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21.5.24 /대한상의 제공

■이젠 '영업이익' 말고 '친환경·사회책임'도 투자 기준

물론 정부가 ESG 관련 공시를 의무화한 점이 큰 이유입니다. 정부(금융위원회)는 지난 1월 '기업공시 제도 종합 개선방안'을 발표하면서 국내 모든 코스피 상장기업들이 ESG 관련 공시를 오는 2030년부터 의무 공시하도록 했습니다.

기업공시 제도는 상장 기업이 증권 발행과 유통 관련 모든 정보를 투자자에게 공개하는 걸 말하는데 기존의 매출과 주요 사업 등만 공시하도록 했던 기존과 달리 앞으로는 환경과 사회적 책임, 지배구조 등에 대해서도 의무적으로 투자자들에게 알리도록 한 거예요.

그동안 기업의 '영업이익'과 같은 '재무상태'를 중심으로 투자에 나섰다면 이젠 눈에 보이지 않는 기업의 장기적 미래와 사회적 가치 등을 ESG 공시를 통해 파악한 뒤 이를 투자 판단에 반영할 수 있게 된 겁니다.

이렇게 되면 기업들 입장에서도 영업이익을 높이기에만 몰두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 역할은 물론 장기적인 친환경 목표 등 수행을 위해서도 노력을 할 수밖에 없겠죠.

외국에서는 이미 20년 전부터 활발하게 운용되는 방식입니다. 영국은 지난 2000년 처음으로 ESG 평가 정보를 도입했고 유럽 주요 국가인 독일, 프랑스와 스웨덴, 벨기에, 캐나다 등도 벌써 ESG 정보 공시 의무 제도를 도입한 상태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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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G 개념. /한국기업지배구조원 제공

■내가 투자한 기업 'ESG 등급'은 얼마?

그러면 국내 어느 기업이 얼마나 ESG 경영을 잘 하고 있는지 확인하는 방법은 없는지 궁금하시죠? 한국기업지배구조원(http://www.cgs.kr/) 홈페이지의 'ESG 등급 확인' 서비스를 통해 가능합니다.

이 서비스를 활용하면 'ESG 평가'에 대한 기본 설명과 연간 'ESG 우수기업' 검색도 할 수 있어요. 물론 내가 투자하는 기업의 ESG 등급 확인도 할 수 있으며, 연간 차수별로 어느 주요 기업의 ESG 등급이 어떤 사건이나 이슈 등으로 높아지거나 낮아졌는지 알 수 있습니다.

예를 들면 최근 파주공장에서 유해 화학물질 누출 사고가 발생해 인명피해가 있었던 사건으로 LG디스플레이의 ESG 중 E(환경)과 S(사회적 책임) 부문이 각각 B+에서 B로, A+에서 A로 하향 조정되고, 검찰이 SK네트웍스 최신원 회장에 대해 횡령과 배임 혐의로 구속기소한 사건으로 SK네트웍스의 G(지배구조) 부문 등급이 A+에서 A로 강등되는 등 내용이 올해 2차 ESG 등급 조정 요약 자료에 담겨 있습니다.

매일 수많은 뉴스가 생산되고 기업과 관련한 이슈 등이 넘쳐나는 상황에서 ESG 등급 조정 요약 자료만 보더라도 주요 국내 기업들이 어떤 사건·사고 등으로 ESG 부문에서 부정적 영향을 받았는지 한눈에 파악할 수 있는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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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기업지배구조원이 지난 4월 발표한 '2021년 2차 ESG 등급 조정' 요약 자료 중 일부. 지난 3월 ESG 등급위원회를 통해 총 18기업의 ESG 등급이 하향 조정됐다. /한국기업지배구조원 제공

■아직 ESG 성숙도 낮은 한국 기업들

하지만 국내 기업들의 ESG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고 아직은 전 세계적 추세에 따라 실질적 방안을 내놓기보다 일부 규제에 대응하는 수준에 그친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한국 기업들의 ESG 성숙도가 아직 부족하다는 거죠.

자본시장연구원이 지난달 26일 자료를 냈는데 여기서 "한국 기업은 ESG 경영에 대한 이해와 실천이 다소 부족한 것으로 보인다"며 "한국의 주요 기업들은 ESG 경영의 정확한 개념을 알지 못하거나 ESG 경영을 규제 준수 의무나 비용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많다"고 했습니다.

ESG 경영의 중요성을 인식하더라도 주요 기업의 이사회와 최고경영자(CEO)는 회사의 자원을 어디에 얼마큼 배분해야 할지 모르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겁니다.

한 연구원은 "상당수 국내 기업들은 온실가스 절감, 52시간 근무제 준수, 감사위원 분리선출 제도 등 ESG 관련 규제 대응에만 급급한 경우가 많으며 기업의 평판위험 관리를 위해 형식적으로 ESG 위원회나 ESG 전담 부서를 만들고 경쟁회사의 ESG 대응 전략을 벤치마크 하는 데에만 집중하고 있다"고도 지적했어요.

이처럼 기업이 ESG 경영 전략을 실행하는데 있어 국내에선 아직 현실적 한계가 나타남에 따라 ESG 성과 연계 금융중개를 활성화하고 ESG 가치를 객관적으로 측정하고 평가할 수 있는 인프라 구축과 금융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습니다.

앞으로 눈으로 보이는 기업 실적이나 이익 등만 투자 기준으로 삼았던 투자자들도 이러한 여러 여건 변화와 각 기업의 ESG 경영 수준을 비롯한 상태를 충분히 고려해 투자에 나서야 할 것 같습니다.

/김준석기자 joonsk@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