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로나19 이후 교육계의 뜨거운 감자는 단연 '돌봄'이다. 그간 초등돌봄교실 이라는 제도를 통해 학교가 도맡아 아이들의 돌봄을 책임져 왔는데, 그로 인한 내부의 갈등과 피로도가 심각해지면서 '과연 돌봄은 누가 책임져야 하는가'를 두고 이해당사사 간 치열한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학교는 '교육기관'임을 강조하며 사회가 다함께 돌봄을 맡아야 함을 주장하면서 학교에 고용된 돌봄전담사들과 갈등을 빚고 있고, 지자체는 이런 분위기를 관망하며 조금씩 돌봄문제 해결에 관여하고 있다. 이번주 취재후는 최근 학교복합화시설 시행령안으로 불거진 '돌봄문제'를 들여다보며 학교의 역할을 고민한다.
■ 학교복합화시설과 돌봄
교육부가 쏘아올린 작은 공이 경기도를 비롯한 전국 교육현장에 불을 지른 모양새다. 현재 교육부가 추진 중인 학교복합화시설 시행령안에 '어린이집'과 '다함께돌봄센터' 등 보건복지부 소관의 돌봄시설을 학교복합화시설로 규정하는 안이 담겼는데, 교육계 최대 화두인 '돌봄' 책임공방으로 번지고 있다.
교육부는 국무조정실 생활SOC추진단이 각 부처 의견조회를 통해 지침으로 정한 '13종 복합화 대상시설' 중 복합화시설의 설립근거가 없는 어린이집과 건강생활지원센터, 다함께돌봄센터에 대한 법적 근거를 만들기 위함일 뿐, 유아교육이나 돌봄문제 등과는 관련이 없다고 해명했지만 학교와 지자체, 교사와 돌봄전담사 등 초등돌봄을 둘러싸고 첨예한 대립이 계속되는 학교현장에 기름을 부은 꼴이 됐다.
생활SOC 복합화 사업은 여러 개의 생활SOC 관련 국고보조사업을 하나의 부지에 단일 혹은 연계 시설물로 건립하거나 리모델링하는 사업을 말한다. 그 중 가장 대표적인 것이 '학교복합화사업'이다. 쉽게 말해 학교시설에 체육센터, 수영장, 도서관 등 생활SOC를 복합적으로 설치·운영하는 형태인데, 이를 확장해 정부는 지역주민의 생애주기별 공공서비스를 학교시설 중심으로 제공하겠다는 게 골자다. 국무조정실은 각 정부부처의 의견을 수렴해 13종의 복합화 대상시설을 선정해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문제는 13종의 대상시설 중 국공립어린이집과 건강생활지원센터, 다함께돌봄센터의 경우 학교복합화시설에 설치할 법적 근거가 없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교육부가 이들 시설에 대한 설립근거를 담아 이번에 '학교복합시설 설치 및 운영·관리에 관한 법률 시행령안'을 제안했는데, 이게 '화근'이 된 것이다.
경기교원총연합회(경기교총) 등 교원단체들은 가뜩이나 돌봄문제로 교육현장이 시끄러운데, 교육부가 은근슬쩍 '돌봄'을 학교 영역 안으로 끌어들인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경기교총은 최근 성명을 내고 "도대체 교육기관인 학교시설에 왜 보육기관인 어린이집을 설치하려는 지 이해할 수 없으며 더욱이 어린이집은 학생과 지역주민이 함께 이용할 수 있는 학교복합시설에 들어가지도 않는데, 이를 설치하는 것은 부당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 로컬푸드복합센터까지? 학교 역할이 어디까지
속내는 이렇다. 학부모들의 돌봄 수요를 해결하고자 정치권이 초등돌봄교실을 학교에 처음 도입했을 때(2010년대 초반)도 관리책임에 대한 명확한 구분 없이 '은근슬쩍' 학교에 떠맡겼다는 것이다. 학교가 돌봄전담사를 고용해 돌봄교실에 배치하도록 했지만 지금은 돌봄전담사가 가입한 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의 영향력이 세지면서 돌봄교실에서 발생한 각종 민원을 학교가 전부 떠맡고 있다는 하소연이다.
익명을 요구한 도내 한 초등학교 교장은 "돌봄교실에서 발생한 문제를 학부모가 돌봄전담사에게 항의해봤자 별다른 피드백이 없으니 돌봄담당교사나 담임, 안되면 교감, 교장에 민원을 제기한다"며 "이 때문에 교사들이 돌봄을 기피하려는 경향이 강한데, 예전엔 승진가산점이라도 주면서 억지로 떠맡겼지만 지금은 가산 제도도 폐지돼 정말 울며 겨자먹기로 떠맡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런 경험 탓에 학교는 교육 이외 '새로운 역할'을 맡는 것을 극도로 꺼리는 분위기다. 학교복합화사업 역시 지역주민들이 자유롭게 체육센터, 수영장, 도서관 등을 학생과 공동으로 사용하겠다는 것인데 이미 사업이 시행 중인 지역마다 관리 책임을 누가 맡느냐를 두고 지자체와 학교가 실랑이를 벌여왔다.
더구나 국무조정실이 내놓은 가이드라인을 살펴보면 13종 복합화 대상시설에 '전통시장 주차장' '공립노인요양시설' '공동육아나눔터' '주거지주차장' '로컬푸드복합센터' 등도 가능하다고 적혀있다.
교육부 관계자도 "국무조정실에서 각 정부부처에 복합화시설이 가능한 생활SOC시설을 건의하라고 했고 이 중 총 13개를 확정해 발표한 것"이라며 "이 중 국공립어린이집과 다함께돌봄센터 등이 설립근거가 없어 이번에 법적 근거 마련을 위해 시행령을 추진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렇게 논란이 커지는 데도 지침이나 시행령 등에 학교복합화사업 대상을 정해두려는 배경에는 중대재해처벌법 통과 이후 학교복합화시설을 꺼리는 학교현장의 분위기도 작용했다. 개정된 중대재해처벌법에 학교 등 공공기관에서 중대재해가 발생했을 때 학교장이 책임지고 처벌받는 등의 규정이 포함돼 논란이 컸는데 교육 이외의 다른 시설까지 학교가 떠안게 되면 그만큼 교감, 교장 등 학교 관리자들의 부담이 커지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복합화시설을 신청하는 지자체가 추진의지를 가지고 학교복합화시설을 늘리고자 학교와 논의해도 합의를 이루기 쉽지 않다. 교육부 관계자는 "실제로 학교복합화시설 신청 건수가 지난해 줄어들었다. 복합화시설을 할 수 있는 여지를 만들어둬야 지자체들이 적극 나설 수 있다"며 "교육현장에서 항의가 많은데, 학교와 지자체가 협의를 통해 시설을 선정하는 안전장치가 있어 난립의 소지는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학교 현장의 반대가 많다는 의견을 잘 알고 있고 이를 반영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 학교복합화시설과 돌봄
교육부가 쏘아올린 작은 공이 경기도를 비롯한 전국 교육현장에 불을 지른 모양새다. 현재 교육부가 추진 중인 학교복합화시설 시행령안에 '어린이집'과 '다함께돌봄센터' 등 보건복지부 소관의 돌봄시설을 학교복합화시설로 규정하는 안이 담겼는데, 교육계 최대 화두인 '돌봄' 책임공방으로 번지고 있다.
교육부는 국무조정실 생활SOC추진단이 각 부처 의견조회를 통해 지침으로 정한 '13종 복합화 대상시설' 중 복합화시설의 설립근거가 없는 어린이집과 건강생활지원센터, 다함께돌봄센터에 대한 법적 근거를 만들기 위함일 뿐, 유아교육이나 돌봄문제 등과는 관련이 없다고 해명했지만 학교와 지자체, 교사와 돌봄전담사 등 초등돌봄을 둘러싸고 첨예한 대립이 계속되는 학교현장에 기름을 부은 꼴이 됐다.
생활SOC 복합화 사업은 여러 개의 생활SOC 관련 국고보조사업을 하나의 부지에 단일 혹은 연계 시설물로 건립하거나 리모델링하는 사업을 말한다. 그 중 가장 대표적인 것이 '학교복합화사업'이다. 쉽게 말해 학교시설에 체육센터, 수영장, 도서관 등 생활SOC를 복합적으로 설치·운영하는 형태인데, 이를 확장해 정부는 지역주민의 생애주기별 공공서비스를 학교시설 중심으로 제공하겠다는 게 골자다. 국무조정실은 각 정부부처의 의견을 수렴해 13종의 복합화 대상시설을 선정해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문제는 13종의 대상시설 중 국공립어린이집과 건강생활지원센터, 다함께돌봄센터의 경우 학교복합화시설에 설치할 법적 근거가 없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교육부가 이들 시설에 대한 설립근거를 담아 이번에 '학교복합시설 설치 및 운영·관리에 관한 법률 시행령안'을 제안했는데, 이게 '화근'이 된 것이다.
경기교원총연합회(경기교총) 등 교원단체들은 가뜩이나 돌봄문제로 교육현장이 시끄러운데, 교육부가 은근슬쩍 '돌봄'을 학교 영역 안으로 끌어들인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경기교총은 최근 성명을 내고 "도대체 교육기관인 학교시설에 왜 보육기관인 어린이집을 설치하려는 지 이해할 수 없으며 더욱이 어린이집은 학생과 지역주민이 함께 이용할 수 있는 학교복합시설에 들어가지도 않는데, 이를 설치하는 것은 부당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 로컬푸드복합센터까지? 학교 역할이 어디까지
속내는 이렇다. 학부모들의 돌봄 수요를 해결하고자 정치권이 초등돌봄교실을 학교에 처음 도입했을 때(2010년대 초반)도 관리책임에 대한 명확한 구분 없이 '은근슬쩍' 학교에 떠맡겼다는 것이다. 학교가 돌봄전담사를 고용해 돌봄교실에 배치하도록 했지만 지금은 돌봄전담사가 가입한 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의 영향력이 세지면서 돌봄교실에서 발생한 각종 민원을 학교가 전부 떠맡고 있다는 하소연이다.
익명을 요구한 도내 한 초등학교 교장은 "돌봄교실에서 발생한 문제를 학부모가 돌봄전담사에게 항의해봤자 별다른 피드백이 없으니 돌봄담당교사나 담임, 안되면 교감, 교장에 민원을 제기한다"며 "이 때문에 교사들이 돌봄을 기피하려는 경향이 강한데, 예전엔 승진가산점이라도 주면서 억지로 떠맡겼지만 지금은 가산 제도도 폐지돼 정말 울며 겨자먹기로 떠맡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런 경험 탓에 학교는 교육 이외 '새로운 역할'을 맡는 것을 극도로 꺼리는 분위기다. 학교복합화사업 역시 지역주민들이 자유롭게 체육센터, 수영장, 도서관 등을 학생과 공동으로 사용하겠다는 것인데 이미 사업이 시행 중인 지역마다 관리 책임을 누가 맡느냐를 두고 지자체와 학교가 실랑이를 벌여왔다.
더구나 국무조정실이 내놓은 가이드라인을 살펴보면 13종 복합화 대상시설에 '전통시장 주차장' '공립노인요양시설' '공동육아나눔터' '주거지주차장' '로컬푸드복합센터' 등도 가능하다고 적혀있다.
교육부 관계자도 "국무조정실에서 각 정부부처에 복합화시설이 가능한 생활SOC시설을 건의하라고 했고 이 중 총 13개를 확정해 발표한 것"이라며 "이 중 국공립어린이집과 다함께돌봄센터 등이 설립근거가 없어 이번에 법적 근거 마련을 위해 시행령을 추진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렇게 논란이 커지는 데도 지침이나 시행령 등에 학교복합화사업 대상을 정해두려는 배경에는 중대재해처벌법 통과 이후 학교복합화시설을 꺼리는 학교현장의 분위기도 작용했다. 개정된 중대재해처벌법에 학교 등 공공기관에서 중대재해가 발생했을 때 학교장이 책임지고 처벌받는 등의 규정이 포함돼 논란이 컸는데 교육 이외의 다른 시설까지 학교가 떠안게 되면 그만큼 교감, 교장 등 학교 관리자들의 부담이 커지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복합화시설을 신청하는 지자체가 추진의지를 가지고 학교복합화시설을 늘리고자 학교와 논의해도 합의를 이루기 쉽지 않다. 교육부 관계자는 "실제로 학교복합화시설 신청 건수가 지난해 줄어들었다. 복합화시설을 할 수 있는 여지를 만들어둬야 지자체들이 적극 나설 수 있다"며 "교육현장에서 항의가 많은데, 학교와 지자체가 협의를 통해 시설을 선정하는 안전장치가 있어 난립의 소지는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학교 현장의 반대가 많다는 의견을 잘 알고 있고 이를 반영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공지영기자 jyg@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