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약만 하면 목돈을 손에 쥘 가능성이 커 인기를 끄는 대어급 IPO(기업공개)의 '중복청약 막차'는 크래프톤(글로벌 흥행게임 배틀그라운드 제작사)이 차지하게 됐습니다. 중복청약 가능 기준 시기인 6월 20일 이전(4월 24일 인터넷 보도)에 증권신고서를 제출(지난 16일)하면서 오는 7월 14~15일 일반 공모주 중복청약이 진행될 예정이에요.
특히 희망 공모가가 역대 최대인 45만8천~55만7천 원으로 정해지고 그만큼 '따상' 성공 시 얻는 수익도 커지면서 이번 청약에 기대를 품는 투자자가 많을 걸로 예상됩니다.
그런데 예상 공모가가 너무 높게 책정돼 '따상' 실패 가능성이 있다거나 외국계 금융사 배정 물량이 많아 공모주 1주조차 받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어요. 오늘은 마지막 대어급 공모주로 다가온 크래프톤의 중복청약 막차를 타야 할지, 막상 올라탔는데 정작 최근 SK아이이테크놀러지(SKIET) 때처럼 따상 실패하는 건 아닌지 짚어보려고 합니다.
그런데 크래프톤이 증권신고서 제출로 밝힌 희망 공모가 45만8천~55만7천 원이 너무 비싸게 책정됐다는 의견이 많아요. 아직 코스피 입성도 안 한 주식 가격이 최근 카카오의 액면분할 이전 주가인 50만 원 수준보다 높은 걸 보면 그런 말이 나올 만도 합니다.
물론 수치 상의 공모가가 높다고 무조건 고평가됐다고 하긴 어려워요. 다만 증권업계에선 이번 크래프톤 희망 공모가 결정에 바탕이 된 연간 지배주주 순이익이 과하게 매겨졌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또 PER(주가수익비율)도 적용 대상으로 삼은 기업이 적절치 않다는 의견도 있고요.
크래프톤이 희망 공모가 산정 과정에서 연간 지배주주 순이익을 지난 1분기 순이익 1천940억원에 단순히 4배를 곱한 7천760억원으로 계산했는데 여기에 오류가 있다는 거예요. 지난해 1분기 크래프톤이 2천838억 원의 지배주주 순이익을 내 기록을 세웠는데, 그 이후 점차 줄어 결국 2020년 연 지배주주 순이익이 5천563억 원에 그쳤던 전례가 있다는 이유입니다.
시가총액 산정에 기준이 되는 PER도 지난해 코스피에 입성한 게임 제작사 카카오게임즈, 펄어비스 등은 각각 업계 평균에 가까운 34.9배, 35.4배로 적용했는데, 크래프톤은 '유사 기업' 명목으로 해외 제작사인 월트디즈니(88.8배), 일렉트로닉아츠(133.4배) 등을 비교 기업으로 삼아 45.2배로 과하게 적용했다는 거예요.
최근 대어급 IPO에도 불구하고 따상 실패한 SKIET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우려도 있습니다. 국내 투자자가 일반 공모주 청약을 접수하려면 국내 증권사를 통해야만 하는데 이번 크래프톤은 전체 공모주 물량 중 55%가 외국 금융사에 배정됐어요.
그만큼 국내 투자자가 최소 1개 공모주를 받을 확률이 상대적으로 낮다는 얘기입니다. 최근 코스피에 입성한 SKIET 공모주 청약 당시 외국 금융사 물량이 44%였는데 그보다 높아요.
게다가 외국 증권사 비중이 클수록 최근 SKIET의 따상 실패 요인인 '상장 첫날 외국인 매도' 가능성도 커질 수 있다는 겁니다. 실제 지난 5월 11일 SKIET 상장 당시 첫 날부터 외국인 투자자들이 폭탄 매도에 나서면서 시초가 대비 26.43% 급락한 가격에 첫 날 장을 마감했죠.
코스피 시장에 처음 데뷔한다고 꼭 따상에 성공하는 건 아니라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합니다. 올해 코스피에 입성한 기업 중 현재 주가가 당초 공모가보다 오히려 떨어진 경우도 있어요.
일단 올해 들어 코스피 상장한 종목이 5개인데 이중 따상을 기록한 건 SK바이오사이언스가 유일합니다. SKIET와 솔루엠의 상장 당일 종가는 외려 시초가보다 각각 26%, 14% 낮았었어요. 프레스티지바이오파마의 상장 당일 종가는 공모가보다 10%나 낮았고요.
대어급 IPO 기업들이 따상을 기대할 만큼 기업가치가 높고 향후 유망한 건 사실이지만 최근 청약 열풍이 과열된 만큼 투자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습니다. 대어급 IPO라고 무조건 따상을 달성한다고 보장하기 어려워 적지 않은 투자 자금이 묶일 수 있고 오히려 공모가보다 가격이 떨어져 손실을 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점을 꼭 염두에 둬야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