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아동은 본인과 부모, 후견인의 인종, 피부색, 성별, 언어, 종교, 정치적 의견, 출신, 재산, 장애여부, 태생, 신분 등 관계없이 동등한 권리를 누려야 한다'
'아동에게 영향을 미치는 모든 것을 결정할 땐 아동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고려한다'
'아동은 특별히 생존과 발달을 위해 다양한 보호와 지원을 받아야 한다'
'아동은 자신의 잠재능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도록 적절한 사회활동에 참여할 기회를 갖고 자신의 생활에 영향을 주는 일에 대해 의견을 말할 수 있어야 하며, 그 의견을 존중받아야 한다'
누구나 '머리'로는 동의하는 당연한 원칙. 하지만 힘들어서, 귀찮아서, 무관심해서 '가슴'으로 잊고 사는 원칙.
UN아동권리협약은 역사상 가장 많은 국가가 비준한 인권협약이다. UN은 무엇때문에 이 당연한 원칙을 많은 국가에 지키도록 노력할까.
지금부터 들려주는 이야기는 시흥 정왕동 큰솔공원에 어느 날 갑자기 등장한 놀이터에 관한 것이다. 또한 마을 한 귀퉁이에 뿌리내린 어린 나무들이 성장하며 이루는 '작은 숲'에 관한 이야기다.
시흥시 정왕동 큰솔공원 한 귀퉁이에 낡고 초라했던 놀이터가 어느 날 근사한 놀이터로 변했다. /공지영기자 jyg@kyeongin.com
첫번째 이야기 : 여기서 놀려면 돈을 내야 하나요
두번은 빙글빙글 돌아야 땅에 발을 딛을 수 있는 미끄럼틀, 아슬아슬 나무판자를 엮은 줄타기, 귀여운 동물 모형들이 앉아있는 벤치, 다양한 나라의 국기들이 펄럭이고 여러 국가를 상징하는 나무 건축물이 재현된 놀이터.
찬바람이 쌩쌩 불던 지난 겨울, 큰솔공원 한 귀퉁이에 한동안 어른들이 분주히 오가며 한참을 뚝딱뚝딱 거렸다. 그네 하나, 시소 하나 있던 것이 전부였던 놀이터였다. 도대체 어른들이 무엇을 만드는지 궁금했지만, 큰 기대는 없었다. 어차피 공원은 어른들의 것이었으니까. 자욱한 담배 연기, 어른들만의 놀이(?)가 점령했던 공원은 아이들의 것이 아니었다.
시흥시 정왕동 큰솔공원 한 귀퉁이에 작고 초라했던 놀이터가 어느 날 근사한 놀이터로 변했다. /공지영기자 jyg@kyeongin.com
그렇게 어른들의 뚝딱임이 끝나고 모습을 드러낸 놀이터는 예전 모습이 아니었다. 달라진 모습에 놀라서 입이 떡 벌어졌지만, 섣불리 들어가지 못하고 주춤했다. 아이들은 쭈볏거리며 놀이터 어른들에게 물었다. "저..혹시..여기서 놀려면 돈을 내야 하나요?"
마음껏 놀아도 된다는 말에 아이들은 함박웃음이다. 놀이터 가는 일이 신났다. 이제 공원에 아이들의 공간이 생겼다. 새로 생긴 놀이터에서 무엇이 제일 좋으냐 물으니 한 아이가 대답했다. "미끄럼틀이요. 미끄럼틀이 없었는데 너무 신나요."
시흥 정왕동은 국토교통부 최저주거기준 미달 지역이다. 쉽게 말해 주거빈곤심각지역으로 매년 꼽히는 곳이다. 이 중에서도 아동주거 빈곤율 69.4%(2019년 기준). 외국인가정이 많지만, 외국인보다 형편이 못한 내국인 가정도 많이 사는 곳이다.
그렇다고 해서 '다른' 아이들이 사는 것은 아니다. 모든 아이들이 그렇듯, 어디서 툭 튀어나올지 모르는 자동차 걱정 안하고 동네를 맘껏 뛰고 싶고, 담배 연기 안 나는 공원 놀이터에서 신나게 놀고 싶다. 동일한 욕구가 있는 만큼 동등하게 놀 권리가 주어져야 한다. 사는 곳이 다르다고 해서 권리가 달라지지 않는다고 세계의 어른들이 약속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