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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험은 아이들의 세계를 만든다. 보고, 듣고, 먹고, 놀고, 모든 경험이 아이들의 현재를 만들고 미래를 그린다. 그래서 우리 어른들은 최선을 다해야 한다. 아이들 경험의 대부분은 우리 어른들에 의해 형성되기 때문이다.
두번째 이야기 : 경험은 아이들의 세계를 만든다
이 공간에 무엇이 있었으면 좋겠어?
어떤게 제일 하고 싶어?


지난해 가을, 덜렁 건물만 있던 시흥다어울림센터에 발령받은 오명진 선생님이 처음 한 일은 아이들을 만나는 일이었다. 그때는 다어울림센터라는 이름도 짓지 못했을 때다.

막연히 다문화가정이 많은 시흥, 그 중에서도 정왕동에서 다문화 아동을 위한 '무엇'이 돼보자는 계획 정도만 가지고 있을 때다.


다문화가정이 많은 타 지역처럼 다문화 지원기관은 꽤 있었지만, 다문화 아동만을 집중해 지원하는 곳은 없었고, 그래서 그 갈증을 해소해보고자 하는 목적이 컸다.

작년 시흥다어울림센터 발령받은 오명진 선생님, 다문화 아동만을 지원 하는 곳 '갈증' 해소 목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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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가을, 시흥다어울림센터 설립 초기 텅 빈 1층 공간의 모습. 아이들이 함께 머리를 맞댄 텅빈 1층은 어떻게 '모두의 집'으로 바뀌었을까요. /시흥다어울림센터 제공


일단 오 선생님은 지역아동센터와 인근 학교의 도움을 받아 아이들을 만났다.


건물 안에 어떤 것을 구성할 지 구체적으로 정하지 않은 상태였는데, 아이들의 욕구를 살펴보고 반영해보자는 의도에서다. 


생각보다 아이들은 '무엇이 필요한지'를 구체적으로 말하지 못했다. 우물쭈물하며 어렵게 꺼낸 말 대부분 이 "그냥 편하게 놀고 싶어요" "쉴 수 있는 곳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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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가을, 시흥다어울림센터 설립 초기 텅 빈 1층 공간의 모습. 아이들이 함께 머리를 맞댄 텅빈 1층은 어떻게 '모두의 집'으로 바뀌었을까요. /시흥다어울림센터 제공


마음이 안타까웠다. 한번, 두번, 세번.. 자주 만나면서 아이들의 속사정을 들어보았다. 


조금씩 속을 꺼내보인 아이들 중에는 잠 잘 곳이 마땅치 않아 베란다나 욕실에서 자기도 했고, 집에 가도 편하게 있을 데가 없어 거리를 배회한다고도 말했다. 하지만 아이들은 그것이 특별히 불편하다고 말하진 않았다. 


대부분 그 곳에서 나고 자란 아이들이라 편하게 쉴 수 있는 내 방, 편한 공간을 가져본 적이 없어서다.

오 선생님은 "아이들이 이것저것 많은 것을 경험했다면 여러가지 욕구를 말했을 텐데, 자기가 경험한 한도 내에서 말하다보니 불편한 상황이어도 그것이 불편하다는 걸 잘 모른다"며 "아이들 놀기 불안하다는 부모들의 호소와 달리, 저학년 아이들은 오히려 동네가 안전하다고 말해서 안타깝기도 했다"고 씁쓸해했다.


늘 그렇게 살아왔기 때문이라고 해도 모든 아이들은 편하게 쉴 공간이 필요하고 안전하고 즐겁게 놀 공간이 필요하다. 그리고 이 지역 아이들 역시 '집이 결코 편한 곳은 아니'라고 말했다. 속 이야기를 할 수록 아이들은 점점 "집에 친구를 초대하고 싶은데 그럴 수 없어서 좀 그래요" "힘들 때 편하게 누워서 쉬고 싶은데 그럴 수가 없어요"라고 공간에 대한 마음을 내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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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가을, 시흥다어울림센터 설립 초기 텅 빈 1층 공간의 모습. 아이들이 함께 머리를 맞댄 텅빈 1층은 어떻게 '모두의 집'으로 바뀌었을까요. /시흥다어울림센터 제공

초록우산어린이재단·시흥시 초기 디자인 접고 직접 꾸며 친구 초대할 수 있는 공간 선물하기로
초록우산어린이재단과 시흥시는 초기에 구상하던 센터 디자인을 과감히 접었다. 북카페, 도서관보다 아이들이 원하는 것을 만들어보자고 결심했다. 한번도 내방을 가져보지 못한 아이들에게, 집에 친구를 초대하고 싶지만 초대하지 못했던 아이들에게, 직접 꾸미고 친구도 초대할 수 있는 '공간'을 선물하기로 했다.

이왕 이렇게 된 김에 아이들이 공간도 직접 만들어보기로 했다. 아이들이 머리를 맞대고 센터의 1층 공간을 구성하고 채워나가는 작업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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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흥다어울림센터 제공/클립아트코리아
 

결과는 흥미로웠다. 잔뜩 욕심을 부려 나만의 공간을 만들 줄 알았는데, 작업에 참여한 아이들 하나같이 '모두의 집'을 그려나가고 있었다.


/공지영기자 jyg@kyeongin.com



* 일주일에 한번, 주말을 활용해 '리틀포레스트 인(in) 시흥'이 길고 긴 연재를 시작합니다. 아직은 작은 목소리지만, 우리들의 공감이 모여 큰 목소리로 성장하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