혜진(가명)이는 손을 번쩍 들었다. 선생님이 "혜진이가 해볼래?"라고 물어보지 않아 혜진이는 섭섭했다. 그래서 용기 내 선생님을 찾아갔다. "선생님, 저도 하고 싶은데요"
겨울부터 아이들이 하나 둘 '시흥다어울림센터'에 모였다. 건물은 아직 허허벌판. 특히 1층 넓은 공간은 어떤 공간으로 사용할지 결정조차 못했을 때다. 센터의 선생님들이 아이들의 욕구조사와 부모 상담 등을 진행했지만, 구체적인 그림이 잘 그려지지 않았다. 보통의 아동센터로 기능하기로 했다면, 쉽게 북카페나 도서관, 놀이방 정도로 만들면 되겠지만, 아이들이 스스로 아동의 권리를 찾고 건강하게 성장하는 것을 목표로 삼은 이상 아이들이 원하는 공간을 구현하는 게 옳았다.
아이들이 구상한 모두의집. 나만의 집이면서 모든 친구가 함께 어울리는 공간으로 탄생했다./공지영기자 jyg@kyeongin.com
세번째 이야기 나 그리고 모두의 집
일단 아이들의 생각을 들어보기로 했다. 인근 시흥 군서초등학교 전체 학년을 대상으로 지역사회와 아동 공간의 필요성 등을 설문조사 했고 이 중에서 아이들을 모아 '공간 워크숍'을 진행했다.
혜진이는 공간 워크숍이 생소했지만, 꼭 참여하고 싶었다. "선생님이 다른 친구들에게 참여해보라고 말했다는 걸 들었어요. 그게 뭔가 하고 이야기를 들어보니 우리 동네에 새로 생긴 그것(센터)이여서 무작정 '내가 하고 싶다'고 선생님께 말씀드렸어요."
프로그램 참여한 20명 아이들, 종이상자 키트로 자유롭게 공간 구상
혜진이를 포함해 20명의 친구들이 모였다. 조금 안타까운 건, 좀처럼 코로나19 기세가 꺾이지 않으면서 직접 만나서 워크숍을 진행하진 못했다. 대신 아이들에게 1층 공간 건축을 맡은 전문가들이 구상한 '키트'를 나눠주었다. 또 줌을 통해 건축가들과 아이들이 만났다. 내 방을 가져본 경험이 없는 아이들에게 '공간'의 개념을 알려주는 것이 시작이었다. 가족이 다 함께 생활하는 것이 '집'이지만, 나만의 공간을 포함해 다양한 공간이 집 안에서 변주될 수 있다는 것을 가르쳤다.
공간개념을 어느 정도 익힌 후에 나눠 준 키트를 열었다. 키트에는 종이상자 여러 개가 들었다. 이것을 활용해 자유롭게 공간을 만들어보라고 주문했다. 머뭇대던 아이들이 조금씩 무언가를 만들기 시작했다. 혜진이는 상자를 폈다 접었다를 반복했다. 여러 개 박스를 접어서 상자끼리 끼우고 이어나갔다.무엇을 만들어야 할진 몰랐지만 친구들과 함께 놀고 싶은 공간을 만들고 싶었다. 그런 마음으로 잇고 보니 혜진이는 '벌집을 만들었다'고 표현했다.
아이들이 구상한 모두의집. 나만의 집이면서 모든 친구가 함께 어울리는 공간으로 탄생했다. /공지영기자 jyg@kyeongin.com
벌꿀집을 만들고 그 위에 그림을 그렸어요 내 방도 그리고 친구들과 함께 노는 것도 그리고… 왜냐면 저는 집에 친구를 초대하고 싶었거든요
공간워크숍을 통해 아이들이 만든 것을 한마디로 표현하면 '모두의 집'이다. 벌집을 만든 건 혜진이 뿐만 아니었다. 아이들 대부분 벌집처럼 상자를 잇는 모양을 만들었는데, 개별적이면서도 모두 함께 할 수 있어 하나의 공간이 탄생했다.
아이들 '개별적이면서 함께 하도록' 벌집 모양으로 상지 이어 만들어
워크숍을 진행한 건축가들은 아이들이 만든 공간을 들어 '모든 가능성이 열려있는 곳'이라고 표현했다. 오명진 선생님은 "아이들이 만든 공간을 모두 살펴보니, 개인공간만 만든 친구들이 없었다. 대부분 친구들이 집집마다 엮어져 있는 모양으로 만들어 모두 다 어우러지는 집을 만들었다"며 "건축가들이 이건 개인의 공간이면서 모두의 공간으로 가능성이 열려있는 변화의 공간이라고 분석했다"고 설명했다.
아이들이 구상한 모두의집. 나만의 집이면서 모든 친구가 함께 어울리는 공간으로 탄생했다. /공지영기자 jyg@kyeongin.com
가능성 열린 모두의 집 '나만의 공간이면서 우리의 공간' 탄생하다
그렇게 모두의 집이 탄생했다. 아이들이 그린 디자인대로 벌집처럼 구획된 모두의집은 어느 날은 혼자 책도 읽고 휴대폰 게임도 즐기는 나만의 공간이 되기도 했고, 또 어떤 날은 친구를 불러 함께 보드게임을 즐기는 즐거운 집이 되었다. 아이들은 이제 학교가 끝나고 당장 달려가고 싶은 집이 생겼다.
/공지영기자 jyg@kyeongin.com
* 일주일에 한번, 주말을 활용해 '리틀포레스트 인(in) 시흥'이 길고 긴 연재를 시작합니다. 아직은 작은 목소리지만, 우리들의 공감이 모여 큰 목소리로 성장하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