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부시 신곡동에 위치한 마을북카페 '나무' 전경 /마을북카페 '나무' 제공
의정부시 신곡동에 위치한 마을북카페 '나무'의 내부 모습. 2021.7.3 /마을북카페 '나무' 제공

주민 네트워크 구심점 역할 해와
지역 청년 그룹 '81.54' 공간실험
사진·소품 등 모아 '3층 빈집'展


2021070501000166600006624

 

 


지역마다 특별한 문화적 자산이 있다. 그리고 그 문화적 자산은 시민들로부터 만들어진다. 경기북부의 대표적인 문화도시 의정부시에선 시민들 스스로가 서로를 보듬고 성장하는 자발적인 움직임이 끊임없이 이어져 왔다.

잘 알려져 있지 않은 의정부 시민들의 지역 문화 활동과 그를 통한 공동체 회복 과정을 5회에 걸쳐 소개한다. → 편집자주

8년 전, 의정부시에 책 만드는 것을 좋아했던 엄마 셋이 모여 북카페 '나무'를 만들었다. 도서관 책 모임을 통해 만난 이 엄마들은 소음이 나더라도 다른 사람에게 불편을 주지 않을 수 있고, 편안하게 수다도 떨 수 있는 공간을 찾다 신곡동 오래된 주택가 동네의 한 허름한 건물 2층 빈 사무실을 임대하기에 이르렀다고 한다.

시작은 셋이었지만, 입소문이 나면서 근방의 주민들이 속속 모이기 시작했다. '나무'는 점점 마을 사람들의 사랑방이자 공동 육아방, 모임 장소로 애용됐고, 그렇게 지역사회 네트워크의 구심점이 됐다. 크고 작은 소모임이 여기서 열리고 마을극장 등 행사가 열리길 반복했다.

2013년 7월 문을 연 이후 매년 1천여명의 주민이 애용했던 '나무'는 그러나 곧 없어질 전망이다. '나무'가 있는 건물을 포함해 일대가 모두 '장암재개발3구역'에 포함되면서 곧 이주와 철거가 시작될 예정이기 때문이다.

개소식-35
3일 시작된 주민 레지던시 프로젝트 '3층 빈집'에서 마을북카페의 설립과 운영과정을 알 수 있는 전시가 열리고 있다. 주민 관람객이 '나무' 설립에 참여한 홍승희·송임숙·안은성씨가 직접 만든 가구와 책, 각종 수공예품, 수집품, 활동사진 등을 보고 있다. 2021.7.3 /마을북카페 '나무' 제공

'나무'의 사라짐을 아쉬워하는 주민들은 이제 그동안의 활동기록을 정리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의정부에서 나고 자란 청년들이 주축이 된 아카이빙 그룹 '81.54'가 팔을 걷고 나섰다.

의정부문화재단도 문화도시를 준비하면서 의정부 최초의 주민 커뮤니티였던 마을북카페 '나무'의 의미와 가치를 되새기기 위해 함께 활동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했다.

재단은 문화도시 기획거점 사업을 통해 이들의 아카이빙 작업과 새로운 공간을 모색할 수 있는 실험 등 주민 주도 사업을 지원해 자생적인 지역사회 커뮤니티 공간과 주민들의 활동이 소멸하지 않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이런 움직임의 하나로 지난 3일부터 '나무'가 위치한 건물 3층에선 특별한 전시가 시작됐다. '3층 빈집'이라는 이름을 붙인 공간에 북카페 '나무'의 시작과 운영과정을 담은 사진과 소품들을 전시한 것이다.

개소식-52
3일 시작된 주민 레지던시 프로젝트 '3층 빈집'에서 마을북카페의 설립과 운영과정을 알 수 있는 전시가 열리고 있다. 주민 관람객이 '나무' 설립에 참여한 홍승희·송임숙·안은성씨가 직접 만든 가구와 책, 각종 수공예품, 수집품, 활동사진 등을 보고 있다. 2021.7.3 /마을북카페 '나무' 제공

전시에선 설립에 참여한 홍승희·송임숙·안은성씨가 직접 만든 책, 각종 수공예품, 수집품, 활동사진 등을 만날 수 있다.

현재 북카페 '나무'의 대표를 맡고 있는 안은성씨는 "그동안 나무는 단순 북카페가 아닌 사람들의 관계와 삶이 녹아있는 마을 공동체의 공간으로서 역할을 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주민 모두 '나무'가 이대로 사라지기는 아깝다는 생각을 많이 하고 있다. 재개발 사업 이후 '나무'가 어떻게 될지는 아직 알 수 없지만 그동안의 시간이 충분히 의미있고 아름다웠음을 남기고 싶다"고 말했다.

의정부/김도란기자 doran@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