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의집'에 들어가려고 신발을 벗어 신발장에 두었다. 작은 신발들이 칸마다 가지런히 놓여있는 신발장을 보니 마음이 한결 푸근해진다. 집 안에 들어서니 웃음소리가 여기저기서 터져 나왔다. 술래잡기라도 하는지 정신없이 집 안 곳곳을 뛰는 아이들 틈새로, 복도에 설치된 나무 미끄럼틀을 타고 내려와 "안녕하세요" 라고 인사하는 아이를 보며 나도 모르게 웃음이 새어나왔다.
다른 구석으로 눈길을 돌리니 세모난 지붕이 설치된 열린(?) 방에 삼삼오오 둘러앉아 보드게임을 하며 깔깔깔 웃고 있는 아이들도 보였다. 어떤 아이는 빈백쇼파에 눕다시피 편히 앉아 휴대폰 게임을 하기도 했고 복층 구조로 지어진 윗방에 엎드려 책을 보는 아이도 있었다. 시끄럽고 정신없었지만, 그 소란이 무척 반가웠다. 아이는 아이다울 때 가장 예쁘다.
시흥다어울림센터 1층 '모두의집'에서 아이들이 옹기종기 모여 앉아 즐겁게 대화를 하고 있다. /공지영기자 jyg@kyeongin.com
네번째 이야기 무거운 마음
무엇이 제일 좋으냐고 윤아(가명)에게 물었다. 보드게임에 눈을 떼지 못하면서도 윤아는 "친구랑 집에서 놀 수 있어 너무 좋아요" 라고 말했다. 함께 보드게임을 하는 친구들은 윤아의 초대로 '모두의집'에 오게 됐다고 말했다.
코로나 터지고는 학교 운동장에서도 놀면 안된다고 해서 그냥 동네를 돌아 다녔어요
"그럼 (시흥)다어울림센터 있기 전엔 학교 끝나면 어디서 놀았어?" 조심스럽게 물었다. "학교 끝나면 학교 운동장에서 놀다가, 돈 있는 날은 PC방 가서 놀기도 하고..."윤아는 말을 흐렸다. 그러면서 "근데 코로나 터지고는 학교 운동장에서도 놀면 안된다고 해서 그냥 동네를 돌아 다녔어요"라고 말했다.
미안했다. 아이들에게 마음 편히 놀 수 있는 공간도 만들어주지 못하는 어른이라니..
달리 할 말이 없어 "점심은 먹었어?"라고 물었는데, 돌아온 답에 또 당황했다. "아니요. 오늘은 학교 오전수업만 하는 날이라 못 먹었어요."
시계를 보니 오후 4시가 넘은 시간이었다. 놀라서 "배 안고파?"라고 묻자 윤아는 "음.. 배고픈데 저녁에 엄마 올 때까지 기다리면 돼요" 라고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시흥다어울림센터 1층 '모두의집'에서 아이들이 평일 방과후, 친구들과 어울려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공지영기자 jyg@kyeongin.com
옆에서 가만히 이야기를 함께 듣던 시흥다어울림센터 관계자는 "요즘 코로나 때문에 학교 단축수업을 많이 하다보니, 점심을 잘 못 먹는 친구들이 있는 편"이라며 "다른 것보다 결식 문제가 심각해서 우선적으로 간식 프로그램을 진행하려 서둘러 준비하고 있다"고 조용히 속삭였다.
다시 정신없이 게임에 빠져든 윤아를 물끄러미 바라보는데, 지난번에 이야기를 나눴던 혜진(가명)이 목소리가 저기서 들렸다. 센터 선생님에게 하는 말이었다.
토요일에도 여기서 놀고 싶어요
"토요일에 왜 안 열어요? 토요일도 열었으면 좋겠는데..." 혜진이 말이 끝나자 여기저기 다른 친구들도 말을 보탰다. "토요일에도 여기서 놀고 싶어요."
모두의집 안에서 아이들이 밝게 웃고 있어 한시름을 놓았는데, 다시 마음이 묵직해졌다. 취재를 마치고 센터 밖을 나서는데 맞은편 슈퍼마켓이 눈에 들어왔다. 진열대 위 빵을 하나둘 집었다. 집다보니 품 안에 빵이 가득했다. 목도 마를 것 같아 사과주스도 한아름 집어 계산대로 가져갔다. 하얀 봉투에 담아 다시 센터로 들어갔다. 센터 선생님 손에 쥐어주고는 후다닥 달려 나왔다. '1만6천200원'이 결제됐다고 알람이 왔다. 미안한 마음에 얼굴이 붉어졌다.
/공지영기자 jyg@kyeongin.com
* 일주일에 한번, 주말을 활용해 '리틀포레스트 인(in) 시흥'이 길고 긴 연재를 시작합니다. 아직은 작은 목소리지만, 우리들의 공감이 모여 큰 목소리로 성장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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