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정장을 입은, 나이 지긋한 어른들이 하나둘 '모두의집'에 들어섰다. 괘씸한(?) 코로나 탓에 아이들이 많이 모이지 못했지만, 그래도 모두의집에 모인 아이들은 신이 났다.
어른들 앞에서 주눅든 채 잠자코 있는 것이 일상이었는데, 여기서만큼은 자신있게 웃고 떠들었다. 행사를 촬영하는 카메라가 보이면 친구와 머리를 맞대고 '브이(V)'를 그리기도 했고 마스크에 가렸지만 활짝 웃으며 하트를 그리기도 했다. 이 날 행사의 주인공은 아이들이었고 어른들은 모두의집에 초대 받은 '손님'이었으니까.
다섯번째이야기- 모두, 우리 아이입니다
지난 봄(4월 22일), 시흥 정왕동 큰솔공원에 위치한 '시흥다어울림아동센터'가 개소식을 열었다. 어른들의 딱딱한 말로 말하자면 개소식이지만, 사실 아이들 입장에서 정확히 표현하면 '집들이'였다. 이 날은 어른의 공간뿐이던 마을에 아이들이 마음껏 쉬고, 놀고, 웃을 수 있는 전용공간이 생긴 것을 축하하기 위해 어른들이 모인 셈이다.
다행히 다어울림아동센터는 정왕동 어른들 뿐 아니라 시흥 어른들의 관심도 높았다. 모두 아동센터의 출발을 내 일처럼 기뻐하며 아이들의 손을 잡았다. 코로나 상황이 심각해 함께 자리하지 못한 마을의 아이들과 주민들도 아쉬움을 달래기 위해 영상으로 센터의 출발을 축하했다.
행사가 무르익을 무렵 이윽고 아이들을 대표해 나영이가 마이크를 잡았다. 나영이는 정왕동을 '행복한 마을'이라고 소개했다.
"정왕동이 좋은 이유는 두가지인데요. 첫번째는 뭐가 많이 생겨서 좋아요. 다어울림아동센터가 생겼고요, 정왕시장 근처에 햄버거 가게랑 요즘에 유명한 음료수 가게도 생겼어요. 또 단골 분식집이 있는데 거기 아주머니가 제가 가면 '아이고~ 우리 딸들 왔어' 이렇게 이야기 해줘서 너무 좋아요."
가만히 들어보면, 아이가 느끼는 행복은 오히려 사소한 경험에서 싹을 틔운다. 떡볶이를 먹으러 갔다 정다운 환대를 듣는 경험, 집 근처에 제일 좋아하는 햄버거 가게가 생겨 마음만 먹으면 갈 수 있는 경험, 언제든 다어울림아동센터로 달려가 친구들과 마음 편히 뛰노는 경험. 별것 아닌 듯 보이는 경험들이 조금만 쌓여도 아이들은 금세 "아, 행복하다"고 소리내 말한다.
그렇게 생각하니, 센터 1층을 모두의집으로 다함께 구상했던 일도 행복을 말할 수 있는 경험이 됐을 것이다. 나아가 아이들은 센터 내 다른 공간들도 우리의 공간으로 만들어 나가는 경험을 할 것인데, 이 또한 얼마나 값진 경험이 될까.
모두, 우리 아이입니다
이날 초대받은 어른들도 마음에 희망 하나씩 품고 돌아갔다. 임병택 시흥시장은 '차일드 퍼스트(Child First)'를 말하며 아동도 똑같은 권리를 가진 시민임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아동친화정책 개발에 힘쓰겠다는 약속도 함께 했다. 마을아이들이 다니는 초등학교 선생님은 정왕동 아이들을 자랑했다. 다양한 문화를 가지고 태어난 이 곳 아이들은 언어능력도 높고 상상력도 아주 뛰어나기 때문에 마음껏 재능과 능력을 펼칠 수 있도록 마을 어른들이 함께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식이 끝날 무렵 모든 사람들은 한목소리로 외쳤다. "모두, 우리 아이입니다."
'산에 피고, 들에 피고, 길가에 피어도 모두 꽃'이라는 어느 노래 가사처럼 사는 곳이 달라도, 피부색이 달라도, 태어난 환경이 달라도 아이는 모두 우리의 아이다.
/공지영기자 jyg@kyeongin.com
* 일주일에 한번, 주말을 활용해 '리틀포레스트 인(in) 시흥'이 길고 긴 연재를 시작합니다. 아직은 작은 목소리지만, 우리들의 공감이 모여 큰 목소리로 성장하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