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해양쓰레기 문제의 근본적인 대책은 '수거'가 아닌 '발생원 잡기'라는 데에 정부와 지자체, 환경단체, 전문가 모두가 공감하고 있다. 육상기인, 해상기인, 해외기인 등 발생원별 대책은 각각 달리 접근해야 한다.
지난해 말 해양폐기물관리법이 처음 시행되고, 정부는 올해 5월 관계 부처 합동으로 '제1차 해양폐기물 및 해양오염퇴적물 관리 기본계획(2021~2030)'을 수립해 해양쓰레기 대책을 체계화하고 있다.
'환경특별시'를 내세우는 인천시도 올해 5월 '인천시 해양쓰레기 저감 종합계획(2021~2025)'을 마련해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하지만 정책적으로 미흡한 부분이나 사회적 인식 개선 등 앞으로 풀어내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다. 정부와 지자체가 의지를 보이고 있는 만큼 해양쓰레기 문제는 이제부터가 시작이라는 데 이견이 없다.
정부의 '제1차 해양폐기물 및 해양오염퇴적물 관리 기본계획'을 보면, 우리나라에서 발생하는 해양쓰레기 14만5천t 가운데 약 65%가 육상에서 유입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인천·경기 앞바다로 들어오는 육상기인 쓰레기는 '한강과 연결된 지류~한강 본류~한강 하구(강화도 일대)'를 거친다.
전문가들은 이 과정에서 정확한 하천 쓰레기 발생원을 파악하는 것이 육상기인 해양쓰레기를 줄이는 대책이 될 수 있다고 본다. 그러나 아직 하천 쓰레기 발생원을 구체적으로 추정할 수 있는 연구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한강 낀 수도권 처리사업비용 인천시만 절반 부담 '20년째 그대로'
한강 상류·지류에서부터 쓰레기 유입 차단 하수관로 정비 목소리
우승범 인하대 해양과학과 교수는 "정부가 드론, 인공위성 등을 활용한 과학적 연구를 통해 쓰레기 발생원을 찾는 계획을 하루빨리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강을 낀 서울시·경기도·인천시는 한강수계 쓰레기 처리사업 비용을 분담하고 있다. 인천시와 인천 기초자치단체가 이 사업을 수행하며 한강 하구인 강화도에 부유 쓰레기 차단막을 설치하거나 해양 쓰레기 수거작업을 진행한다.
문제는 발생원 파악 연구가 부족해 한강을 낀 수도권 3개 시도 간 사업비 분담 비율이 20년째 그대로라는 것이다.
올해 한강수계 쓰레기 처리사업비는 약 75억원으로 이 가운데 국비와 한강수계기금을 제외한 24억원 중 인천시가 50%, 경기도가 27%, 서울시가 23%를 분담한다. 한강 하구에서 쓰레기를 받아내는 인천시만 절반을 부담하고 있다. 이는 2001년 수도권 3개 시도가 진행한 연구용역을 근거로 산출했다.
→ 그래픽 참조
인천시 관계자는 "인천시 자체 연구용역에서는 인천의 분담 비율을 7~8% 줄여야 한다는 결과가 있었지만, 타 시도에서 인정하지 않아 분담 비율 조정이 무산된 적이 있다"고 말했다.
반면 경기도 관계자는 "매년 강수량이 변하기 때문에 육상에서 떠내려가는 쓰레기도 매년 달라 인천시 연구 결과에 객관성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육상기인 해양쓰레기를 줄이기 위해선 지금처럼 바다에 차단막을 설치하는 게 아니라 한강 상류와 지류에서부터 막아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지난 10일 찾은 한강의 지류인 인천 계양구 굴포천 귤현보 인근에는 각종 생활 쓰레기가 떠다니고 있었다. 인천녹색연합 플로깅크루(자원봉사자) 8명이 이날 치운 쓰레기는 50ℓ짜리 자루 3개 분량인데, 많게는 하루에 20개를 채울 때도 있다.
이윤정 해양수산개발원 연구원은 "해양으로 유입되는 쓰레기를 막으려면 지류의 하수관로를 정비해야 하는데, 현재 하수관로 정비 예산이 거의 없다"며 "미국은 전역의 하수관로를 정비해 미세한 쓰레기조차 지류로 유입되지 못하게 설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어선 한 척에 실을 수 있는 적정 어구량은 법령으로 정해져 있지만, 어구 사용 실태를 파악하는 체계는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실정이다. 불법 어구 사용이 해양쓰레기로 이어지는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정부 차원에서 어구를 종합적으로 관리해야 한다는 지적이 꾸준히 나온다.
2018년 해양수산부 산하 해양환경공단이 파악한 '해양폐기물 발생량'을 보면, 해상에서 유실되거나 버려지는 폐어구는 3만8천105t 규모로 전체 해양쓰레기의 26.2%를 차지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양식장 등에서 나오는 폐스티로폼 부표 6천462t을 합하면 그 비중은 30.6%까지 늘어난다.
과다 사용 막을 전자식별장치 부착 추진중… 어민 인식 개선도 필요
해수부가 추산한 '연간 어구 사용 현황'에 따르면 해마다 사용되는 어구는 약 13만t으로 추정되는데, 이 가운데 유실된 폐어구는 3만6천600t으로 전체 사용량의 28%에 이른다. 연근해 어업에서 쓰이는 어구의 적정 사용량 5만1천400t 중 3분의 2가 넘는 규모가 유실되는 셈이다. 이마저도 2014년을 기준으로 한 통계다.
정부 등 관련 기관이 어구의 적정 사용량을 제대로 관리·집계하지 않으면서 과다하게 사용하는 불법 어구가 만연하는 상황이고, 바다에서 쓰다 유실되거나 몰래 버려지는 폐어구 규모는 그야말로 '깜깜이'다.
꽃게어장인 연평도는 폐어구 쓰레기 문제가 심각한 대표적인 지역이다.
2019~2021년 봄 조업철(4~6월) 연평도의 연평균 꽃게 어획량은 약 19만㎏이다. 꽃게를 잡을 때 쓰는 일회용 그물이 바다에 마구 버려지고 있다. 폐어구가 연평도를 비롯한 섬이나 해변으로 밀려 들어가면 인력으로는 치우기 어려운 골칫덩이가 된다. 폐스티로폼 부표도 무분별하게 버려지긴 마찬가지다.
폐어구 등 해상기인 쓰레기는 어구 관리부터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현재 국회에는 더불어민주당 김영진(경기 수원병) 국회의원이 올해 2월 대표 발의한 '수산업법 전부개정법률안'이 계류 중이다. 이 법안은 어구 실태조사, 어구 과다 사용 방지(어구 판매량·장소·방법 제한), 어구 실명제 도입 등 폐어구 문제 해결 방안을 추진할 근거를 담고 있다.
이와 유사한 법안이 2016년에도 국회에 발의됐으나, 어민들 반대로 무산된 바 있다. 해수부도 전자어구 관리 시스템을 도입해 어구 위치와 사용 어선 관련 정보를 점검하는 방안을 계획하고 있다.
해수부 관계자는 "어구에 전자식별장치를 부착하면 위치를 쉽게 파악할 수 있어 기존 어구실명제를 보완할 수 있다"며 "관련 제도의 법적 근거를 마련하기 위한 수산업법 개정안을 올해 하반기 중 발의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어민들의 인식 개선도 필수적이다. 환경단체 관계자는 "어민들은 바다의 어느 지점에 어구를 버리는지 다 알기 때문에 폐어구 문제는 어민들 협조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주희 인천녹색연합 사무처장은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수산업법 전부개정안을 처리해 어구 관리를 체계화해야 한다"며 "어민들 입장에서는 규제가 되면 생업에 영향을 받는 만큼, 이들의 어려움을 해소하면서 법안을 마련하기 위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우리나라 해양쓰레기는 주로 육상기인과 해상기인으로 발생하지만, 다른 나라의 바다에서 떠밀려 오는 해외기인도 무시할 수 없다. 해양환경공단의 '국가 해안 쓰레기 모니터링' 결과를 보면, 2018~2020년 우리나라 연안에서 발견된 해외기인 쓰레기는 1천238개다.
국내에서 외국 쓰레기가 가장 많이 확인되는 지역은 백령도다. 같은 기간 백령도 해안에서 발견된 해외기인 쓰레기는 334개로 전체 발견량의 26.9%다. 백령도 내에서 해안 쓰레기 전체 480개 중 해외기인 비중은 70%에 달한다. 해외기인 쓰레기 가운데는 중국 쓰레기가 94.9%로 대부분을 차지한다.
중국에서 온 해양쓰레기 문제는 국가 간 긴밀한 협력 체계를 구축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해수부는 올해 4월 한국과 중국 외교부가 주관한 '한·중 해양사무협력대화'에서 중국 정부에 "해양 쓰레기 문제가 심각하기 때문에 이를 해결하기 위해 관련 정보를 공유해야 한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또 해수부는 국제기구인 '황해광역해양생태계'(YSLME)와 '동아시아해양환경관리협력기구'(PEMSEA) 등을 통해서도 중국을 향해 해양쓰레기 모니터링 사업 추진을 제안하고 있다.
해수부 관계자는 "해양 관련 여러 국제기구를 통해 해외기인 해양 쓰레기 공동 조사·연구 등을 제안하고 의견을 나누고 있지만, 국가 간 목소리를 모아야 한다는 점에서 어려움이 있다"며 "최근 국제사회에서 해양쓰레기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는 만큼 우리나라와 바다를 공유하는 국가들과 함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정책과 시스템을 마련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인천시는 중국, 북한 등 서해 연안 국가들이 참여하는 '황해 해양쓰레기 국제포럼' 구성을 추진하고 있다. 서해 연안 국가 간 해양쓰레기 조사·연구를 공유하고 토론하는 협력 체계를 인천시가 주도해 구축하겠다는 구상이다.
박남춘 인천시장은 중국, 일본, 북한 등에 국제포럼 구성을 제안하면서 "세계 시민으로서 수행해야 할 당연한 역할과 책임에 이웃나라 도시들이 함께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기획취재팀
※기획취재팀글 : 박경호 차장, 김태양 기자, 유진주·한달수·변민철 수습기자사진 : 조재현기자편집 : 김동철차장, 장주석기자그래픽 : 박성현, 성옥희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