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혼산' 3년 '프로 자취생' 배달 앱 VIP 당당
잠자기·출근전… 일주일에 3번 보리차 끓여

코로나19 여파로 일회용품 사용이 크게 늘고 있다. 일회용품 대부분이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지고, 해양쓰레기 대부분이 플라스틱이란 걸 이젠 누구나 다 안다. 일상에서 플라스틱을 포함한 쓰레기 배출량을 '제로(0)'에 가깝게 최소화하자는 '제로 웨이스트(Zero Waste)' 운동이 주목받고 있다.
다회용기에 음식을 포장하고 텀블러와 장바구니를 사용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할 수 있는데, 플라스틱과 비닐 쓰레기를 줄이는 게 제로 웨이스트의 핵심이다. 우리가 당장 실천할 수 있는 해양쓰레기 줄이기 운동이기도 하다.
기자는 지난 12일부터 18일까지 일주일간 제로 웨이스트 운동에 동참해봤다.
#첫걸음, 생활 쓰레기 돌아보기
기자는 혼자 산 지 3년 이상 된 나름 '프로 자취생'이다. 방을 청소할 땐 물티슈를 애용했고 페트병 생수를 사서 마셨다. 음식 배달 애플리케이션에서 매달 10회 이상 주문하면 받을 수 있는 'VIP' 등급을 달성했다. 집 밖을 나가기 귀찮을 땐 커피와 디저트까지 배달 앱으로 주문했다.

그때그때 분리 배출해서 쓰레기양을 체감할 일이 없었다. 제로 웨이스트 동참 전 1주일 동안 나온 생활 쓰레기를 모아봤다.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어림잡아 한 평(3.3㎡) 면적. 방 한쪽이 쓰레기로 가득 찼다. 2ℓ 페트병 4개, 500㎖ 페트병 5개, 일회용 플라스틱 컵 6개, 큼직한 플라스틱 음식 용기 2개, 국과 반찬, 치킨 무를 담았던 작은 플라스틱 용기, 후기 이벤트로 받은 페트병 콜라와 비닐봉지들, 마트에서 산 과일 포장재와 스티로폼 2개, 택배 상자와 아이스팩·스티로폼…….
'이렇게 많았나?' 펼쳐놓은 쓰레기를 보고 있자니 헛웃음이 났다. 페트병과 일회용 컵만이라도 줄여보자는 심정으로 제로 웨이스트 생활을 시작했다.
#텀블러 챙기고 물 끓여 마시기
제로 웨이스트 첫날, 기본이라고 할 수 있는 '텀블러'(물통)부터 챙겼다.
텀블러 첫 개시는 회사 인근 카페에서였다. 두근대는 마음으로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주문하고 처음으로 텀블러를 내밀었다. 1차 관문에 성공한 느낌이었다.
다른 카페에서도 텀블러를 사용해봤다.
스타벅스 등 국내 주요 커피전문점은 말할 것도 없었고, 일부 개인 카페에서도 마음 편히 텀블러를 내밀 수 있었다. 텀블러 할인도 받았다. 200원, 300원 정도 되는 적은 금액이지만 기분은 남달랐다.
페트병을 줄이기 위해 수돗물을 먹기로 했다. 다만 맹물을 먹을 용기가 나지 않아 보리차를 끓여 유리병에 담았다.
식은 보리차를 냉장고에 넣어뒀다 꺼내 마시니 수돗물의 비린 맛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구수하고 시원한 맛이 매력이다. 보리차는 1주일에 3번 끓였다.
생수 페트병이 그만큼 줄었다. 출근 준비하면서 끓이거나 자기 전에 끓여 놓으니 번거롭지 않고 좋았다.
첫 다회용기 용기 백배 뼈 해장국까지 '넓혀'
방한쪽 가득 채운 쓰레기양 6분의 1로 줄어
#다회용기 포장 "해볼 만 하다!"
다회용기 포장을 시도하며 "멋있다"는 말을 들었다. 한 번도 아니고 두 번이나 말이다. 제로 웨이스트를 시작하며 가장 큰 걱정은 '거절'이었다. 음식점에 다회용기를 내미는 것부터 말 그대로 '용기(勇氣)'가 필요했다.
시작은 다회용기 포장이 비교적 쉽다는 분식점이었다. 가방에서 주섬주섬 다회용기를 꺼내 들자, 음식점 직원 반응이 걱정만큼 어색하진 않았다.
자신감을 얻어 이후엔 닭강정과 뼈 해장국까지 범위를 넓혔다. 거절당할 가능성을 최대한 줄이려면 철두철미해야 한다. 가져간 통이 음식의 양과 맞지 않으면 난감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이를 방지하고자 반찬과 밥을 담을 용기까지 꼼꼼히 준비했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닭강정 가게 직원은 "다회용기에 포장하는 고객은 처음 봤다. 너무 멋있다"고 응원했다. 뼈 해장국집 주인은 "손님들에게 포장해주면서 쓰레기가 많이 나온다는 생각에 마음이 불편했다"며 "이렇게 용기를 챙겨와 주니 멋있다"고 말했다.
일부 음식점은 마음이 예쁘다며 정량보다 더 많은 양을 담아줬다. 정형화된 플라스틱 포장으로는 느낄 수 없는 인심이 가득했다.

#포장재 없는 과일 찾아 삼만리
하루는 제철 과일을 사기 위해 집 앞 마트에 갔다. 과일이 전부 스티로폼과 랩으로 포장돼있었다.
마트 주변이 1인 가구 손님이 많은 오피스텔 밀집지역이라 그런 것 같았다. 인근의 다른 마트를 가봐도 포장재 없는 과일을 찾기 힘들었다.
결국 30분을 걸어 석바위 전통시장으로 갔다.
시장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맨몸의 과일들이 자태를 뽐내고 있었다. 포장재 없는 과일은 요리조리 살펴보며 고르는 맛도 있다.
과일을 구매하려 하자 시장 상인이 검정 비닐 봉투에 손을 뻗었다.
괜찮다고 사양하며 집에서 챙긴 장바구니를 꺼내 복숭아 4개(1천원), 참외 3개(1천원)를 담았다. 마트보다 저렴한 가격은 덤이었다.

#안 만들 순 없지만, 줄였다
일주일 동안의 제로 웨이스트 기간에도 쓰레기는 생겼다. 업무차 방문한 곳에서 종이컵에 탄 커피나 생수를 권할 때 상대방의 호의를 거절하기가 어려웠다.
주말에 방문한 카페에서는 일회용 컵에 담아달라는 말을 하지 않았는데도 일회용 컵에 음료가 나왔다.
음식점에 다회용기를 챙겨가도 이미 작은 플라스틱 소스 통은 있었고, 프렌차이즈 매장에서는 치킨 무를 플라스틱에 포장한 채로 제공했다.
그러나 일주일 전 방 한쪽을 가득 채울 정도였던 쓰레기양이 6분의 1 정도로 줄었다.
2ℓ 페트병과 플라스틱 빨대, 비닐, 배달 음식 용기는 단 한 개도 나오지 않았다.
제로 웨이스트 체험이 끝난 지금도 보리차를 끓여 먹고, 외출할 때 텀블러를 챙긴다. 조금 불편했지만, 해볼 만 했다.
/기획취재팀
※기획취재팀
글 : 박경호 차장, 김태양 기자, 유진주·한달수·변민철 수습기자
사진 : 조재현기자
편집 : 김동철차장, 장주석기자
그래픽 : 박성현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