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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편집국으로 한 통의 제보 전화가 왔습니다. 제보자는 경기도 신도시 신축 아파트 공인중개사였습니다. 내용인즉 "원하는 가격대로 매매를 진행하지 않았더니 허위 매물로 신고당했다. 억울하다"였습니다. 입주 2년이 지나지 않은 해당 단지는 속칭 '가격이 나오지 않은 단지'입니다.

부동산 가격 상승을 막기 위해 입주 후 2년 이내에 집을 팔면 중과세가 부과되기 때문에 거래가 거의 일어나지 않게 되고, 자연히 수요-공급에 따라 형성되는 '시세'가 없다는 뜻이죠. 다만 지난해에 7억 중반에 매매된 물건이 하나 있다고 했습니다.
시세보다 저렴하게 내 놓은 공인중개사, 입주민들 '허위매물' 신고
높은 가격으로 자녀에 매각하고 제3자에 책정된 시세로 판매하기도
일각서 '실거래가 공개 제도' 자체를 손보자는 이야기도 나와
주민-중개사 사이의 담합 등 더해져 부동산 시장 거품 점점 커져가


제보자인 공인중개사는 주변 단지 시세를 참고해 해당 매물 가격을 8억2천만원에 올렸습니다. 그러자 입주자들이 들고 일어났죠. 넉넉히 9억원에 팔릴 신도시 신축 아파트를 8천만원이나 싸게 내놓은 제보자를 질타하는 목소리가 이어졌지만, 제보자는 고집을 꺾지 않았습니다.

그러자 입주민 중 한 명이 부동산 허위매물이라는 신고를 해버린 것입니다. 제보자는 "가격을 낮춰 올렸다고 허위라고 하는 건 처음 있는 일"이라며 황당해 했습니다. 이 사례는 최근 부동산 가격 급등으로 나타나는 '시세 조종' 내지는 '담합'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사는 사람이 한 푼이라도 더 싸게 사려는 것도 파는 사람이 한 푼이라도 더 받으려는 것도 당연한 일입니다.

다만, 현재 부동산 시장 참여자들은 대체로 작금의 주택 가격이 실질 가치보다 부풀려져 있다는 데는 동의하는 것 같습니다. 경제부처의 수장 역시 공식 석상에서 아파트 가격 고점을 여러 차례 경고하기도 했습니다. 단순히 가격이 오른 것 뿐 아니라 수요와 공급으로 만들어지는 가격에 불순한 요소가 작용한다는 이야기도 들려옵니다.

바로 '실거래가 신고'의 맹점을 이용한 시세 조종이 바로 그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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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물 안내가 빼곡하게 붙어있는 인천 계양구의 부동산중개업소. 기사 내용과 관련 없음. /경인일보DB
'시세 조작' 실제로 일어난다
지난 22일 국토교통부가 실제로 적발해 낸 '시세조작' 사례를 공개했습니다. 방법은 이렇습니다. 공인중개사가 처제 소유 아파트를 시세보다 높은 가격으로 자녀들에게 매각하는 식으로 시세를 높인 뒤, 제3자에게 높게 책정된 시세로 판매한다.

또 중개하는 이가 직접 신고가 아파트를 허위 매수하고 제3자에게 신고가와 동일한 가격에 매각한다. 공개된 두 가지 사례에 공통적으로 등장하는 것이 '실거래가 신고'입니다. 공인중개사와 중개인 모두가 자녀를 통하거나 스스로 주택을 고가에 매입한 이후 실거래가를 거짓으로 신고·취소하는 방법을 사용했습니다.

실거래가 신고는 주택 중개거래가 일어나고 계약이 진행된 30일 이내에 국토부에 실거래가를 알리는 것을 말합니다. 국토부는 거래신고 이후 60일(잔금지급 기간)이 지나도록 소유권 이전등기를 하지 않거나 계약을 해제했는데 해제 신고를 하지 않거나 정상 거래 후 등기 신고를 하지 않은 3가지 경우를 실거래가 공개를 통한 시세 조작 의심사례로 봅니다.

지난해 2월 21일부터 연말까지 이 3가지 경우에 해당하는 거래가 2천420건으로 나타났습니다. 실거래가 시세 조작은 주민과 공인중개사가 결탁한 '담합'보다 효과는 낮을지 몰라도, 더 구체적이고 노골적인 방법으로 이뤄집니다. 상황이 이렇자 일각에선 '실거래가 공개' 제도 자체를 손보자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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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기 신도시 내 공동주택 중 최초로 리모델링 사업계획 승인을 받은 성남시 분당구 정자동 한솔마을주공5단지 아파트. 2021.7.6 /김금보기자 artomate@kyeongin.com
'실거래가 공개' 왜 바꾸지 못할까

실거래가가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는 우리가 부동산을 고르는 과정을 생각해보면 이해가 쉽습니다.

'부동산 어플이나 포털의 부동산 홈페이지에 접속하고→관심 있는 동네의 관심 있는 단지를 클릭해본 뒤에→부동산이 올린 시세와 최근 거래된 금액, 바로 국토부 실거래가를 비교해본다'. 이게 바로 현재 부동산 정보를 취득하는 루틴입니다. 애플리케이션과 포털의 영향으로 '발품을 팔아야 싸고 좋은 집을 구할 수 있다'는 부동산 업계의 금언은 옛 말이 된 지 오래입니다. 요즘은 누가 어플을 오래 들여다보고, 얼마나 검색을 많이 하느냐에 따라 부동산 정보 취득의 수준이 달라지고, 그때 선택의 기준이 되는 게 바로 '실거래가'입니다.

실제 거래가 그 가격에 이뤄졌으니 당연히 시세보다 신뢰도가 높은 정보라고 인식하게 된다는 것이죠. 이 실거래가 공개에 맹점이 있으니, 이미 알려진대로 일정 기간 내에 취소가 가능하다는 점입니다. 말 그대로 '신고'일 뿐이어서 부득이한 사유가 있어 거래를 취소하거나 정보를 잘못 신고했을 경우엔 수정과 삭제가 가능합니다. 

이 맹점을 이용한 시세 조작을 방어하기 위해 대안으로 제시되는 방법이 있습니다.

현재 계약 후 30일 이내로 돼 있는 부동산 거래 신고 기간을 (일주일 내지는 15일로)축소하고, 거래금액 공개는 등기 신청일로 바꾸자는 주장입니다. 등기 신청일로 바꾸게 되면 실제 거래가 완료됐다는 것이 증빙되는 셈이니 허위 조작을 원천적으로 막을 수 있습니다.


다만, 또 다른 문제도 예상됩니다. 계약 이후 신속히 신고하고 등기일에 거래 정보를 공개하면 지금보다 거래가 정보가 노출되는 물리적 시간이 늦어질 수 밖에 없습니다. 계약 이후 잔금을 처리하는 데 시일이 소요되기 때문이죠. 거기에 등기 시한까지 고려하면 적어도 계약 이후 두 달 정도의 시차가 벌어지게 됩니다.

거래 정보가 시차를 두고 부동산 시장에 공개되면 그 사이 더 비싼 가격에 주택을 거래하는 선의의 피해자가 생길 수 있습니다. 거래 가격 자체가 부동산 시장 참여자의 판단 기준인데, 그 정보 노출이 늦어짐으로써 잘못된 판단이 내려질 개연성이 있다는 것이죠.

부동산 애플리케이션, 포털의 부동산 정보 확대는 '실거래가'를 부동산 시장 참여자가 가진 가장 중요한 판단 잣대로 만들어버렸습니다. 거기에 적발이 어려운 주민-중개사 사이의 '담합'과 일부의 시세 조작, 그리고 실거래가의 맹점까지 더해져 부동산 시장의 거품은 점점 커져가고 있습니다.

/신지영기자 sjy@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