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숲의 이야기를 시작하고 이제 봄을 지났다. 물론 현실은 문만 열고 나가면 말도 안되는 뙤약볕이지만, 작은 숲은 막 여름으로 들어섰다.
한겨울 바람이 쌩쌩 불던 때의 첫 만남에서 봄을 지날 때까지 '시흥다어울림아동센터'는 아주 천천히 변하고 있다. 이런 류의 복지센터에 대해 우리가 봐왔던 보통의 속도라면 건물 안이 한번에 후다닥 채워지고 "어린이 여러분 어서 오세요" 하고 사업도 후딱 시작했을테다.
여섯번째 이야기 : 콩 심은데 콩 나고 팥 심은데 팥 난다
천천히 가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 아이가 성장하는 속도에 발 맞추기 위해서다. 아이의 시간이 천천히 흐르는 만큼, 다어울림아동센터의 시간도 천천히 흐른다. 아이 스스로 마땅히 누려야 하는 것들을 고민하고 결정해서 요구할 줄 알고, 그 과정을 통해 어른들과 아동의 권리를 함께 성취해나가는 것. 적어도 센터 울타리에서 그런 값진 경험을 이곳 아이들이 해봐야 한다는 것이다. 눈에 보이는 성과가 더디더라도, 조금 멀리 돌아가더라도, 다어울림아동센터는 아이들에게 '아동의 권리의식'을 선물하고 싶다.
'나는 안전하게 살 수 있는 집이 있어요' '나를 보살펴주는 어른이 있어요''나는 충분히 놀 수 있어요' '나는 내 의견을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어요''나는 내 사생활을 보호받고 있어요''나는 어디서든 체벌, 학대, 폭력이나 따돌림으로부터 보호받을 수 있어요' '나의 의견은 어른들에게 존중받아요' '나는 외모, 성적, 집안형편, 피부색, 종교, 성별, 장애, 성적지향 등으로 인해 차별받지 않아요'
'나는 안전하게 살 수 있는 집이 있어요' '나를 보살펴주는 어른이 있어요''나는 충분히 놀 수 있어요' '나는 내 의견을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어요''나는 내 사생활을 보호받고 있어요''나는 어디서든 체벌, 학대, 폭력이나 따돌림으로부터 보호받을 수 있어요' '나의 의견은 어른들에게 존중받아요' '나는 외모, 성적, 집안형편, 피부색, 종교, 성별, 장애, 성적지향 등으로 인해 차별받지 않아요'
초록우산어린이재단이 아이들에게 '아동권리 만족 수준'을 묻기 위해 던진 질문이다.
감염병의 창궐 이후 전대미문의 사회가 된 지금, 아이들에게 이 질문을 하려니, 입을 떼지 못하겠다. 너무 당연한 권리인데, 과연 우리 아이들이 얼마나 '나는 잘 누리고 있어요' 라고 대답할지 솔직히 자신이 없다.
단순히 코로나19가 길어져서만은 아닐 것이다. 코로나 시대 이전부터 아주 오랫동안 누적돼온 어른들의 무디고 무딘 인식이 팬데믹과 함께 민낯을 드러내는 것 같다.
문제 하나 내보자. 국가행사에 참여한 합창단원 아동들이 얇은 단복만 입은 채 영하의 날씨에 1시간 30분간 노출됐다면, 이에 대한 당신의 생각은 어떨까. 유엔아동권리협약에 따르면 어떠한 상황이든, 아동에게 영향을 주는 결정을 할 때 아동의 이익을 최우선 고려해야 한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이 문제에 대해 '국가 행사라 할지라도 아동은 성인보다 추위에 취약하고 그로 인해 적지 않은 신체적 고통을 느꼈을 것이다. 관계기관이 추모 공연 전후 합창단원 아동들이 추위로부터 보호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지 않고, 개인 방한복을 입을 수 있도록 하는 등의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은 아동이익의 최우선 고려원칙을 소홀히 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우리는 우리 사회의 가장 약한 사람의 권리가 온전히 실현될 때 모든 사람의 권리가 보장될 수 있다는 세상의 이치를 잊고 산다.
서툴고, 번거롭고, 시끄럽다고 해서 공간조차 내주지 않는 엄혹한 어른들의 세계에서, '어린 네가 뭘 알아' 라며 아이의 의견과 마음을 들어주지 않는 냉정한 사회에서, 아동은 배운 대로 그런 어른으로 자랄 것이다.
만약에 우리가 아동학대의 적정한 형량을 정할 때 아동의 권리를 최우선 하는 원칙에 입각한다면, 누구도 아동의 생명에 대한 권리를 결정할 권한이 없음을 인정하고 어른들이 아동의 생존과 발달을 최대한 보장한다면, 아이가 이해할 수 있는 방법으로 사전에 정보를 전달받고 충분히 고민한 뒤 자유롭게 의견을 표현하고 스스로 결정하며, 왜 반영되지 못했는지 피드백을 받을 수 있다면, 아동은 누구라도 존중하는 어른으로 성장할 것이다.
그래서 옛말이 그른 것이 하나 없다. 콩 심은 데 콩 나고 팥 심은 데 팥 난다. 오늘 이렇게 구구절절 '아동의 권리'를 쏟아 낸 이유다.
/공지영기자 jyg@kyeongin.com
* 일주일에 한번, 주말을 활용해 '리틀포레스트 인(in) 시흥'이 길고 긴 연재를 시작합니다. 아직은 작은 목소리지만, 우리들의 공감이 모여 큰 목소리로 성장하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