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5명. 지난해 경기도에서 산업재해 사고로 사망한 노동자의 숫자다. 2020년 산재 사고 사망자는 모두 882명. 이들 4명 중 1명이 경기도에서 목숨을 잃었다. 이렇게 많은 수의 노동자가 경기도에서 비극적인 죽음을 맞았지만, 정작 경기도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처지다. 경기도엔 사업장을 근로 감독할 '권한'이 없다.
권한은 전적으로 중앙정부에 있다. 근로기준법은 '근로조건의 기준을 확보하기 위하여 고용노동부와 그 소속 기관에 근로감독관을 둔다'라고 규정한다. 이 지점에서 경기도는 권한 '공유'를 주장하고 있다. 근로 감독 권한을 중앙정부가 독점한 현재 시스템으론 반복되는 산재 사고를 막을 수 없다는 것이다.
산업안전 근로감독관 625명 불과
1명당 4350곳… 감독진행 1% 안돼
이재명 지사 "과감히 업무 나눠야"
경기도는 사업장 감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문제점을 지적한다. 지난 7월1일 기준 근로감독관 총원은 2천421명. 이 중 산재 예방 업무 등을 담당하는 산업안전 근로감독관은 625명이다. 전국 사업장 수는 271만9천308개소로, 감독관 1명이 맡아야 할 사업장 수는 4천350개소나 된다.
이처럼 제한된 인력으론 모든 사업장을 관리할 수 없는 탓에 실제 감독이 이뤄진 사업장은 극소수다.
지난해 산업안전 감독이 진행된 사업장은 모두 2만478개소로, 전체 사업장의 1%에도 채 못 미친다. 이와 관련해 이재명 지사는 지난 4월 평택항에서 청년 노동자 이선호씨가 사고로 사망하자, "인력과 여력이 충분치 않아 근로감독에 어려움이 있다면 과감하게 업무를 나누고 공유하면 된다"는 의견을 피력하기도 했다.
■ ILO 협약 위반 여부
고용노동부는 그러나 경기도의 권한 공유 주장에 '불가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안경덕 고용노동부 장관은 지난 5월 국회 인사청문회 당시 "근로감독권 공유와 관련된 부분에 대해서는 쉽지 않을 것 같다"고 밝힌 바 있다.
노동부는 경기도의 이런 주장이 국제노동기구(ILO) 협약을 위반할 소지가 있다고 지적한다. 한국은 지난 1992년 ILO 제81호 '근로감독 협약'을 비준했다. 해당 협약 제4조는 '근로감독관은 회원국의 행정 관행에 반하지 아니하는 한 중앙기관의 감독 및 관리하에 두어야 한다'고 한정했다. 근로 감독 업무의 통일성을 보장하려는 취지다.
고용부 'ILO 협약' 들어 불가 입장
道, 중앙 감독하 '공유' 가능 주장
ILO 협약은 국내법과 같은 효력을 갖고 있기 때문에 노동부와 경기도 양측 모두 '중앙기관의 감독 및 관리하에 두어야 한다'는 대원칙에 이견은 없다. 다만, 경기도는 협약 내용처럼 중앙정부 감독 아래 지자체가 근로 감독 권한을 행사하는 건 문제 될 게 없다는 생각이다.
동 협약 제5조는 중앙정부가 '그 밖의 정부 기관 및 공공·민간 기관 간의 효과적 협력'을 해야 한다고 규정하며 그 가능성을 열어뒀기 때문이다. 경기도가 이양 대신 '공유'라는 키워드를 사용하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 그래프 참조·3면('지자체 권한 공유' 노동계까지 반대… 법 개정도 '지지부진')에 계속
/배재흥·손성배기자 jhb@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