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번째 키워드는 '항로'입니다. 항로는 선박이 이용하는 길입니다. 항공기가 이동하는 경로도 '항로'라고 표현합니다. 이번에는 선박을 중심으로, 항로 중에서도 '컨테이너 항로'를 살펴보겠습니다. 최근 수출입 기업들이 물건을 실을 선박을 구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전 세계적으로 선박 공급이 부족해졌고, 선박 수는 정해져 있는데 원하는 기업이 많다 보니 선박 운임은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습니다. 모두 컨테이너 항로 이야기입니다. 예를 들어 외국에서 온 의류, 전자제품, 과일, 가공식품 등 우리 생활과 밀접히 연관된 물건들은 컨테이너에 실려, 항로를 따라서 국내 항만에 와야 우리 손에 올 수 있습니다. 수출의 경우도 마찬가지고요.
컨테이너 항로는 컨테이너를 실은 짐들이 이동하는 경로입니다. 선박을 운용하는 선사들이 여러 항만을 정해진 코스, 정해진 시간에 운항합니다. 이 때문에 '정기 컨테이너 항로'라고 표현하기도 합니다. 기차와 고속버스 등이 정해진 시간에 출발하는 것과 비슷한 개념입니다. 국내 항만 중에는 부산항의 컨테이너 물동량이 가장 많고, 다음이 인천항입니다. 컨테이너 항로 수도 마찬가지입니다. 최근 인천항만공사는 2005년 36개였던 컨테이너 항로가 66개로 늘어났다고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선박들이 기항지에서 화물 내리고 추가로 긷는 과정 반복
인천항 기항하는 항로는 56개… 한중카페리 포함하면 66개
대형 화물선 안전하게 접안하기 위해선 충분한 수심 필요해
Q. 컨테이너 항로는 구체적으로 어떤 방식으로 운영되나요?
A. 예를 들어볼게요. 6월 24일 중국 선사 SITC는 'CVS'(China Korea Vietnam)라는 이름의 컨테이너 항로 운영을 시작했습니다. SITC는 이 항로에 선박 3척을 투입했습니다. 노선은 '인천→중국 다롄→톈진→칭다오→상하이→닝보→베트남 호찌민→퀴뇬→중국 샤먼'입니다. 샤먼에서 인천으로 돌아와 다시 코스를 시작합니다.
버스 노선처럼 3대의 선박이 정해진 코스를 순환하며 이동하는 겁니다. 인천에는 주 1회 기항하도록 설계됐습니다. 이 노선을 이용해 제품을 수출하고 싶은 기업은 기항 일정에 맞춰 준비하면 됩니다.
각 기항지에서 일부 화물을 내리고, 추가로 싣는 과정을 반복합니다. 예를 들어 인천에서 실은 짐을 대련에서 내릴 수도, 더 지나서 상하이에서 하역할 수도 있습니다. 컨테이너를 배에 실은 때는 어느 항만에 내릴지를 고려해 배치합니다. 뒤에 내리는 것을 선박 하단에 배치하는 식입니다.
다른 컨테이너 항로도 동일한 방식으로 운영됩니다. 기항지(항만)와 투입 선박의 수 등은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비슷한 과정입니다. 미국이나 유럽을 오가는 항로도 마찬가지 방식입니다.
Q. 인천항을 오가는 컨테이너 항로는 몇 개인가요? 주로 어디를 기항하나요?
A. 인천항을 기항하는 컨테이너 항로는 총 56개입니다. 인천과 중국을 오가는 한중카페리도 컨테이너를 싣고 다니기 때문에 이를 컨테이너 항로로 보면 66개가 됩니다. 한중카페리를 포함하면 인천항에는 1주일에 89척의 컨테이너선이 들어옵니다. 앞에서 설명한 CVS 항로처럼 주 1회 오는 항로도 있고 주 2~3회 들어오는 선박도 있습니다. 이들 항로에 투입되는 선박은 모두 192척입니다.
인천항은 세계 70개 항만과 컨테이너 항로로 연결돼 있습니다. 이 중 중국 내 항만이 25개로 가장 많습니다. 인천항 컨테이너 물동량도 60%가 중국을 오가는 화물입니다. 상하이, 칭다오, 닝보, 옌타이, 웨이하이 등입니다. 다음으로 많은 곳은 일본으로, 12개 항만과 연결돼 있습니다. 말레이시아와 필리핀은 각각 5개 항만을 오갑니다. 베트남, 대만 항만과는 4곳씩 연결돼 있습니다. 아시아를 제외하면 러시아(2개), 미국(2개), 아프리카(4개)를 오가는 항로가 있습니다.
Q. 연결된 항만 숫자가 교역량과도 비례하나요?
A. 그렇지 않습니다. 인천항과 연결된 항만이 많은 국가라고 해서 물동량도 많은 건 아닙니다. 중요한 것은 기항 횟수입니다. 인천과 가장 많은 교역이 이뤄지는 나라는 중국 다음으로 베트남입니다. 말레이시아와 필리핀이 연결이 더 많이 돼 있지만 물동량은 베트남이 더 많습니다. 이는 기항 횟수 차이 때문입니다.
인천항을 경유하는 모든 항로의 기항지(중복 포함)를 모두 나열하고 이를 국가별로 구분하면 중국이 가장 많습니다. 다음은 베트남이 됩니다. 중국 다음으로 베트남의 물동량이 많은 이유입니다.
Q. 우리나라는 미국·유럽 수출이 많은데 인천항은 왜 유럽과 연결된 항로가 없나요?
A. 인천의 지리적 상황에 영향을 받았다는 의견이 있습니다. 인천은 중국과 마주하고 있는 형상입니다. 미국이나 유럽을 가기 위해서는 남해까지 내려갔다가 대양(大洋)으로 나가야 하는데 비효율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이 때문에 미국·유럽을 오가는 항로는 부산항에 집중돼 있고, 중국과 동남아를 오가는 노선은 인천항이 활성화돼 있습니다.
A. 틀린 이야기는 아닙니다. 항만시설도 항로 개설에 영향을 미칩니다. 미국·유럽을 오가는 화물선은 점점 대형화되고 있습니다. 부산항엔 2만3천TEU급 선박까지도 오고 갑니다. 1TEU는 20피트 컨테이너 1대분입니다. 도로에서 볼 수 있는 트럭에 실린 컨테이너는 40피트가 많습니다. 2만TEU급 선박은 20피트짜리 컨테이너 1만개를 실을 수 있는 배입니다.Q. 인천항은 부산항보다 작은데, 대형 선박이 못 오는 건 아닌가요?
대형 화물선이 안전하게 항만에 접안하기 위해서는 충분한 수심이 필요합니다. 부산항은 최대 20m까지 수심을 확보하고 있지만, 인천항은 최대 16m에 불과합니다. 이 때문에 인천항은 1만2천TEU급 이상의 선박이 오가기 어렵습니다.
Q. 인천항은 앞으로도 유럽으로 가는 컨테이너선이 안 오는 건가요?
A. 그렇진 않습니다. 인천항도 유럽 항로 개설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습니다. 특히 수출입 기업들은 인천 등 수도권에 많습니다. 이들 기업이 유럽에 제품을 수출하려면 부산까지 짐을 옮겨야 하고, 수입 화물도 마찬가지로 육상 수송이 필요합니다. 이 과정은 비효율적입니다. 물류 비용과 시간이 많이 드는 데다, 도로 파손과 온실가스 발생 등 사회적 비용도 크다는 의견이 있습니다. 이 때문에 인천항에도 유럽 항로가 필요합니다.
항로 개설은 선사가 결정합니다. 선사는 선박 운용의 효율성, 물동량 규모 등을 토대로 기항지를 정합니다. 인천항만공사 등은 유럽·미국 항로를 유치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Q. 컨테이너에 싣지 못하는 화물은 어떻게 운송하나요?
A. 컨테이너를 이용하지 않고 운송하는 화물 종류도 많습니다. 대부분 원자재에 해당하는 것들입니다. 유류, 원목, 철광석, LNG 등입니다. 인천항은 곡물도 많은 양을 수입합니다. 컨테이너에 싣지 않는 화물을 '벌크 화물'이라고 부릅니다. 벌크 화물을 싣는 벌크선은 대부분 정기 항로가 아닌 단발성으로 운영됩니다.
예를 들어 유류를 가득 싣고 온 유조선은 인천 북항에 있는 부두로 오곤 합니다. 이 유류를 모두 하역하는 데 3~4일 걸립니다. 원유를 모두 내린 선박은 어떻게 할까요? 그냥 빈 배로 다시 산유국으로 갑니다. 이 때문에 원유 수송은 비정기적으로 합니다.
컨테이너선이 시내버스처럼 순환한다고 하면, 벌크선은 전세버스와 비슷합니다.
Q. 컨테이너에 싣지 않는 화물은 어떤 것들이 있나요.
A. 인천항에서 처리하는 '비컨테이너 화물' 중 대표적인 것은 원유, 항공유, LNG, 철재, 목재, 곡물, 중고차 등입니다. 이 중 중고차는 전국 수출량의 80% 이상이 인천항에서 처리됩니다. 항공유는 인천국제공항을 오가는 항공기에 쓰입니다. 인천공항 인근에는 항공유를 저장하는 저유소가 있습니다.
/정운기자 jw33@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