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들에게 자유롭게 쓸 수 있는 100만원을 주고 각자 지역을 위한 문화활동을 벌이도록 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지난 5월 의정부문화재단은 특별한 실험을 했다. 시민들의 신청을 받아 '평소 동네에서 해보고 싶었던 일', '나의 도시를 재미있게 만드는 활동'을 할 수 있도록 전문가 멘토링과 실행비용을 지원한 것이다. 이름하여 '100만원 실험실'.
첫 시도였지만 지원이 쏟아졌다. 5일 동안 선발 인원의 두 배가 넘는 78명이 지원서를 냈다. 그렇게 재단은 59명의 시민 실험지기들이 기획자가 되는 48개팀을 구성했다.
59명 선발 자유 기획 비용 지원
참가자들, 새 이웃 '웰컴패키지'
세대간 화합 영상 등 제작성과
시민들이 각자 아이디어를 내 추진한 프로젝트들은 하나하나 모두 개성이 넘쳤다.
한 참가자는 비상시 쓸 수 있는 꽃다발을 지역 곳곳에 비치하는 실험극을 시도했으며, 또 다른 참가자는 반려동물을 위한 콘서트를 열었다. 의정부를 대표하는 시민 노래를 만들어 버스킹 공연도 하고, 기후위기를 생각하는 온라인 챌린지를 시작한 참가자도 있었다.
시각디자이너 성민희씨는 1년 이내 의정부에 새로 이사 온 이웃에게 '의정부 웰컴 패키지'를 전달하는 활동을 했다.
김윤하·이옥임·이순주·황승찬씨 팀은 '몸으로 전하는 사랑'이라는 제목의 미디어 작품을 완성했다. 영상은 집안에서 게임만 하던 손자를 지켜보던 할머니가 춤을 제안하고, 둘이 함께 추는 춤을 통해 화합한다는 내용으로 코로나19로 바뀐 일상과 세대 간 소통에 대한 물음을 던진다.
7월까지 3개월간의 실험이 끝나고 재단이 성과를 정리하자, 48개 사업을 위해 317명의 시민이 스태프로 실행을 보조했으며 이를 통해 2천500명의 시민이 관객 등으로 참여해 함께 문화를 즐긴 것으로 집계됐다.
한 참가자는 지난 7일 열린 성과공유회에서 "100만원 실험실은 우리에게 용기를 얻을 수 있는 도전이었다. 이런 생각, 이런 방식도 가능하구나 하는 지지를 얻으며 자신감을 얻을 수 있었다"고 소감을 전했다.
'100만원 실험실' 프로젝트의 성과는 그동안 잘 드러나지 않았던 시민들의 문화적 욕구와 열망을 확인하는 동시에 적극적으로 지역사회 문화활동에 나서 줄 시민 활동가를 다수 확보했다는 데 있다.
이 프로젝트의 사업 모델을 설계해 재단에 제안한 시민 기획자 이한솔씨는 "이제 문화정책의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 과거엔 관 주도 사업이 많았다면, 이제는 시민 스스로 지역 문화를 만들고 향유하는 시대가 됐다"며 "100만원 실험실에 참여한 시민 참가자 한 명 한 명은 앞으로 의정부 문화를 만들어갈 토대이자 자양분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 앞으로의 문화도시 사업도 도시와 시민을 이어주는 연결고리로서 역할을 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의정부/김도란기자 doran@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