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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임 경기관광공사 사장 후보로 내정된 맛 칼럼니스트 황교익(왼쪽)과 경기관광공사 전경. /연합뉴스·경인일보DB
맛 칼럼니스트 황교익씨가 신임 경기관광공사 사장 후보에 내정된 배경에 '사장 모집기준 완화'가 있다는 말이 온라인 등을 통해 퍼지고 있다.

직전 사장 공고엔 공사 직무 수행에 관련된 정량적인 경력을 세부기준으로 삼았던 반면, 이번 공고엔 정성적 기준을 적용했다는 내용이다.

이를 두고 황씨를 내정하기 위해 임의로 바꿨다는 주장이 온라인 커뮤니티·SNS를 중심으로 확산하고 있다.

정말 그런지 알아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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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공고와 2018년 공고의 차이

지난달 19일 경기관광공사 홈페이지엔 '2021년 경기관광공사 사장 공개모집 공고'가 올라왔다. 응모자격은 ▲관광 마케팅·개발 또는 공기업 분야에 풍부한 지식과 경험을 가진 분 ▲경영자로서의 자질과 품성을 갖춘 분 ▲추진력, 소통, 공익성을 조화시킬 능력을 갖춘 분 ▲대외적 교섭능력이 탁월하신 분 ▲변화·개혁지향의 사업능력을 갖춘 분 등 5가지 항목으로 제시됐다.

경기관광공사 사장의 임기는 3년이다. 3년 전인 2018년 1월과 8월 올라온 공고에선 올해 공고와 응모자격이 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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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왼쪽), 2018년(오른쪽) 경기관광공사 사장 모집공고문 속 응모자격. /경기관광공사

당시 공고내용엔 ▲공무원 또는 민간 근무경력 15년 이상으로서 관련분야 경력 8년 이상인 자 ▲박사학위소지자는 공무원 또는 민간 근무경력 12년 이상으로서 관련분야 경력 5년 이상인 자 ▲관련분야에서 5년 이상 근무한 자로서 정부산하기관 민간기업의 상임임원급 이상 또는 선임연구위원.부교수 이상의 경력이 3년 이상인 자 ▲공무원 2급 이상 또는 이에 상당하는 경력이 있는 자로서 관련 분야에서 3년 이상 근무한 자 ▲공무원 4급 이상 또는 이에 상당하는 직위에서 3년 이상 근무한 경력이 있는 자로서 관련분야에서 5년 이상 근무한 자 등 5가지가 포함됐다.

2018년과 2021년의 응모자격의 가장 큰 차이는 정량·정성 요건으로 나타난다. 2018년은 구체적인 기준을 제시하는 정량적 기준이었던 반면, 2021년은 품성·조화 등 정성적 평가가 필요한 기준이다. 또 다른 차이는 공무원 경력이 빠졌다는 점이다. 대신 민간경력 기준도 함께 빠졌다.



정치권에서도, 온라인에서도 '비판'

이 사실이 온라인을 중심으로 퍼지자 황씨를 사장으로 내정하기 위해 자격요건을 완화했다는 주장도 나온다. 보은성 인사를 하기 위한 목적이란 주장이다.

황씨는 한 라디오 방송에서 과거 이 지사의 욕설 논란에 대해 "이해한다"라는 취지로 발언했다고 곤욕을 치른 적이 있다고 밝혔었다. 지난달에는 이 지사가 황씨의 유튜브 방송에 출연하기도 했다.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측 대선 경선 캠프 김효은 대변인은 "전문성을 무시한 전형적인 사적 임용"이라며 "정치적으로 이재명 경기도지사에 대한 옹호 행보를 해왔는데 임명 배경에 '설마'를 붙이고 싶지는 않다"고 비판했다.


최재형 전 감사원장 측은 "욕설을 편들어주는 인사에게 보은 인사를 하려고 경기지사 사퇴를 거부한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했고,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도지사 임명권으로도 보은성 인사 남발하는 지사찬스 쓰는데 대통령이 되면 재명천하가 되는 것은 빤해 보인다"고 말했다.

온라인 공간에서도 정치인들의 발언 등을 공유하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한 네티즌은 "지사가 저 지경인데, 만일 대통령이 된 이후를 상상하면 답이 나온다"고 했고, 또 다른 네티즌은 "객관적 기준을 없애고 주관적으로 채용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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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희룡 전 제주도지사 페이스북. /원희룡 전 제주도지사 페이스북 캡처

2018년 경기도의회에선…

다만, 알려진 바와 달리 경기관광공사에서 특정인을 후보로 올리기 위해 올해부터 자격 완화를 한 것은 사실과 거리가 멀다.

2018년 더불어민주당 소속 도의원들의 연속 질의·발언 이후 공공기관 임원 자격기준이 완화된 까닭이다.

2018년 8월29일 경기도의회 330회 2차본회의에서는 도정질의 시간이 있었다.

당시 조성환 도의원(파주·민)은 이재명 도지사를 향해 "현재 (공공기관의) 채용 자격조건을 보면 전문성 확보라는 이유로 공무원 경력이나 학력 조건, 특히 석ㆍ박사 이상의 학력 등 지나치게 장벽을 형성하고 있는 느낌이 있다"며 "관피아 탄생의 비결이 이런 채용 자격요건에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으시는지요"라고 질의했다.

당시 이 지사는 "많이 공감한다"며 "경기도 산하기관 중에서 간부직원 임명조건이 거의 공무원 외에는 할 수 없게 돼 있어서 바꾸려 했는데, 노조원과 이견이 있었다"며 "민간전문가들이 각 영역에서 실력을 갖추고 일해 왔으면 그분들한테도 좀 넓게 문호를 열어주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최초 질의 이후 2개월이 지난 2018년 10월23일, 경기도의회 331회 2차 본회의에 앞서 5분 자유발언 시간에서도 비슷한 지적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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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수영 도의원 5분 자유발언 회의록. /경기도의회 제공

당시 경제과학기술위원회 소속이었던 황수영 도의원(수원·민)은 '경기도 내 공공기관의 채용 장벽'을 주제로 한 5분 자유발언을 했다.

황 의원은 "경기도 내 공공기관이 퇴직 공무원들의 재취업 수단으로 전락한 듯하여 심히 우려스럽다"며 "2010년도부터 2018년 6월까지 경기도 내 24개 공공기관의 본부장급 고위직 이상 150명 중 퇴직 공무원 출신이 86명 57%이며, 경기연구원, 경기도가족여성연구원, 경기평택항만공사 세 곳의 기관은 고위직 전원을 퇴직 공무원으로 채용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경기도시공사 고위직 간부 17명 중 14명 83%, 경기도일자리재단 4명 중 3명 75%, 경기도경제과학진흥원 21명 중 14명 67%에 이르고 있는 등 경기도 산하 공공기관이 퇴직 공무원의 재취업 수단으로 전락했다"며 "공공기관의 채용기준이 공무원에게 지나치게 유리하게 되어 있고 민간인들의 진입장벽을 지나치게 높였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대안도 함께 제시했다.

황 의원은 "민간영역의 다양한 경험과 생각을 받아들이기 위해 공공기관의 채용기준을 만들어야 한다"며 "민간인 채용기준을 완화하고, 진입장벽을 허물어 고위직부터 하위직까지 민간인에게 개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도의원 잇단 발언 이후 채용조건 대폭 완화

경기도는 산하 공공기관 임원 채용자격 기준을 전면 수정했다. 이른바 '열린채용'이다.

2019년 4월 경기도 출자ㆍ출연 기관의 운영에 관한 기본조례 일부 개정안이 시행되면서 본격화했다. 당시 개정안엔 '출자·출연기관의 장·이사장·이사·감사는 임원추천위원회의 추천을 받아 도지사가 임명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임원추천위원회는 도지사·도의회·공공기관 등에서 추천받은 이들이 포함되며 공공기관의 정관에 따라 추천받은 후보자를 심사하는 역할을 한다.

실제 2019년 산하 공공기관 임원 자격기준은 전과 달랐다. 의무 경력 기준은 모두 제외됐고, 소통능력이나 자문능력 등 정성적인 기준으로 변경됐다. 모두 개별 공공기관의 정관에 따라 자격기준을 달리한 셈이다.

2019년 12월 있었던 경기도가족여성연구원 비상임임원(이사장·선임직 이사) 공개모집에선 이사장의 자격요건이 '연구원의 최고의사결정기구인 이사회를 운영함에 있어 경영 비전에 대한 자문 능력이 있는 사람'으로 명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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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12월 11일 올라온 경기도여성가족연구원 비상임임원 공고문. /경기도여성가족연구원 제공

2020년 9월 올라온 경기교통공사 초대 임원 공개모집 공고에서도 사장의 직무수행요건은 '역량'이란 정성적 기준으로 제시됐다.

구체적으론 ▲대규모 조직의 경영경험 및 능력 ▲경영비전제시 및 실천역량 ▲최고경영자로서의 자질과 능력 ▲대중교통 등 교통관련 분야에 대한 전문성 및 비전 ▲공공성과 기업성을 조화시켜 나갈 수 있는 소양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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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9월29일 올라온 경기교통공사 임원 모집 공고문 속 사장 응모자격기준. /경기교통공사 제공


'열린채용'이후 이어진 낙하산인사 비판 목소리
기관장 자격 요건 완화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노조를 중심으로 '낙하산 인사'를 포석에 둔 개정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왔다.

다양한 인재가 일할 수 있도록 벽을 낮춘다는 취지지만, 산하기관 노조 등에선 계속 불거졌던 '낙하산 인사' 문제를 심화시킬 뿐이라며 비판의 목소리를 낸 것. 당시 공공기관노조에선 "요건 완화는 '관피아' 문제의 정답이 될 수 없으며 오히려 원칙 없이 규정을 완화하면 낙하산 인사가 심화될 수 있다"고 비판했다.

도 산하 공공기관의 인사 문제는 곳곳에서 문제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 바 있다.

최근 국민권익위원회로는 경기도일자리재단·경기도사회서비스원·경기교통공사·경기도시장상권진흥원에서 수상한 채용이 있었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기관 설립을 주도한 TF팀 기간제 직원이 정규직으로 그대로 갔다는 의혹이다.

경기도시장상권진흥원은 구체적인 정황도 묘사됐다. 경력사원 서류심사과정에서 연필로 추정되는 물질로 특정인물 지원서에 '성남', 'TF', '명지대' 등 표기를 해뒀다는 것이다.

경기도 의회 도정질의에서도 다뤄지기도 했다.

신정현 도의원(고양·민)은 지난 4월14일 경기도의회 351회 2차본회의 도정질의에서 '코나아이'와 '시장상권진흥원'을 언급하기도 했다. 신 의원은 "코나아이의 최고경영자에 가까운 사람이 2020년 바로 이 코나아이를 지휘감독 통제해야 할 경기도시장상권진흥원의 상임이사로 들어갔는데, 이해충돌 소지가 있다"며 "이 지사님을 비판했던 네티즌과 법적 소송까지 갔던 아주 열렬한 지지자이자 전 성남시 시장활성화재단에 있던 분도 코나아이의 상임이사가 됐는데, 누가 봐도 뭔가 있는 것 아닌가 라는 의혹이 생긴다"고 지적했다.

이어 신 의원은 "기관이 설립된다라는 정보를 사전에 알고 경과원을 중간에 기착지로 삼아 기간제노동자로 잠시 머물다 공공기관의 정규직 직원으로 간다라는 그 채용의 희망을 가지고, 이미 그런 계획을 가지고 들어간 게 아니냐는 의혹들이 사실이라면, 그 의혹이 사실이라면 개발이 예정된 부지를 알고 땅을 투기하는 것과 다를 바가 없는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김동필기자 phiil@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