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말 기준 경기도내에서 구조·보호된 유실·유기동물은 2만7천181마리. 경기도에 따르면 이중 개가 2만356마리, 고양이가 6천312마리다. 2018년 2만87마리, 2019년 2만1천393마리에서 늘고 있는 추세다. 작년 유기현황을 보면 겨울철 보다는 더운 계절, 7월이 가장 많았다.
버려진 개들은 시군 유기동물보호소에서 구조될 경우 10일간 주인을 찾기 위한 공고(보호기간)가 나가고 소식이 없을 경우 '안락사' 대상이 된다.
동물일지라도 작은 생명들, 안락사 최소화와 올바른 반려동물 입양문화 확산을 위해 지난해 12월 개관한 곳이 바로 경기도반려동물입양센터(이하 센터)다. 지하철, 버스 등 교통이 편리하고 접근성이 높은 도심에 거점형 입양센터를 설치해 많은 경기도민들이 입양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게 목표다.

센터에 있는 댕댕이들은 유기견으로, 화성에 위치한 경기도도우미견나눔센터에서 건강검진, 예방접종, 중성화 수술과 기본 예절교육 등을 3주 정도 받은 아이들이다. 입양을 하려면 센터를 직접 방문하거나 네이버카페 홈페이지(https://cafe.naver.com/ggpetadoptioncenter)를 통해 입양서류를 작성하면 된다.
그리고 입양전 교육 수료증을 꼭 제출해야 하는데 현재 코로나19로 인해 온라인으로 진행한다. 이후 심사를 통해 입양 여부를 결정하고 보호자 소양교육 등을 진행한다. 바로 입양을 결정하거나 또는 입양을 전제로 2주 정도 임시보호를 거쳐 최종 입양 여부를 결정, 동물등록 서류를 작성하면 절차가 완료된다. 이후 6개월 정도 건강상담 및 행동교육 등을 지원받을 수 있다.
입양 희망 땐 직접 방문하거나 온라인 카페서 관련서류 접수
보호자 소양교육 등 필수… 입양 후에도 6개월간 상담 지원
이따금 특정 견종이나 어린 강아지를 요구하는 경우도 있는데 무엇보다 댕댕이 성격과 보호자·환경 등이 잘 맞는지를 판단해 결정한다고 한다. 예를 들어 힘이 약한 고령자나 어린 자녀들이 있는 가정인 경우 통제하기 힘든 덩치 큰 아이들보다는 중소형견이나 조용한 성격의 아이들을 추천하는 식이다. 이외에 댕댕이 한 마리에 신청자가 많을 경우 경기도민을 우선으로 하며 한 사람(가정)에 3마리까지 입양 가능하다.

입양 사연은 저마다 다르다. 한눈에 느낌이 '팍' 와서 입양하는 경우도 있고 몇 달 동안 센터 홈피를 지켜보다 결심할 때도 있다. 또는 '가장 입양이 안 되고 있는 아이'를 데려가겠다고 하는 사람도 있었다고.
의외로 사람을 피하거나 무서워해 걱정했던 아이들이 입양되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실제 기자가 만났던 소심남 '달곰이'도 그새 신청이 와 입양을 전제로 2주간의 임시보호(이하 임보)후 최종 입양됐다.
무지개 다리 건넌 반려견 자리를 대신해…
상처받은 아이들 보듬어 주기위해…
하나하나 사연들 달라
100번째 견생역전 '한솔이' 눈길
이외에 8월 한 달 동안(27일 기준) 루카, 달식이, 엔젤 등 8마리가 좋은 가족을 만나 새로운 견생을 살게 됐다.

8월 초 센터에서 만났던 수원 이목동에 사는 권혁용씨. 아내와 장성한 두 아들과 함께 발걸음한 권씨는 올해 1월 10년간 키우던 반려견이 무지개를 건넜다고 했다. 자녀들 권유로 갈 곳 없는 유기견을 키워보자는 말에 마음이 움직였단다. "생명인데 물건처럼 돈으로 산다는 것은 아닌 것 같았다"는 그는 사설 유기견센터도 많지만, 왠지 경기도에서 운영한다는 점에서 좀 더 신뢰가 갔다고.
자녀들이 비염이 있어 털이 많이 빠지지 않는 아이면 된다고 요청했고 푸들인 '고니'와 만나게 됐다. 3주 정도 과정을 거쳐 입양하는 날 권씨는 "처음에 다른 가정에서도 고니를 신청해 데려간다고 해서 그런 줄 알았다. 하지만 다시 인연이 돼 연락이 와 고민 없이 결정했다"며 "작은 아들이 대학에서 동물 관련 학과를 전공하다 보니 유기견에 관심이 많다. 이런 쪽에서 도움을 주는 경기도반려동물입양센터가 더 많이 알려지고 도내 곳곳에 더 많이 생기길 바란다"고 밝혔다.
3개월차 강아지가 얼마나 좋았는지 혼자서 버스를 타고 센터에 몇 번이나 찾아와 문 닫는 시간까지 '펑키'와 놀다간 중학교 1학년 손모군. 끈질긴 정성 끝에 결국 엄마와 함께 펑키를 입양했다.
코로나 시국에 집에 있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개를 키우고 싶은 마음이 커졌다는 손군은 "처음 봤을 때 너무 귀여워 계속 눈에 들어왔어요. 개를 키우는 건 처음이지만 동생으로 생각하고 제가 똥도 치우고 놀아줄 거예요"라며 차분하지만 힘주어 말했다. 다리가 길고 마른 펑키와 왠지 모르게 이미지가 닮았다. 펑키는 임신한 채 구조된 유기견 '마마'의 새끼 중 한 마리다. 이제는 '호두'라는 이름으로 새로운 삶을 시작하는 펑키. 축하해!
평일보다는 주말에 방문객들이 많다. 입양은 아니지만 상담을 위해 또는 댕댕이들과 친해지고 싶어 오는 경우도 있다.
안산에 거주하는 성모씨는 부모님과 함께 센터를 두번째 방문했다. 반려견 5마리를 키우다 석 달 전에 마지막 아이까지 하늘로 떠나보내고 이제 '상처받은 아이들'을 키워보자는 엄마 생각에 오게 됐다고. 홈피에서 '팬서'를 보고 이끌려 방문한 이들은 한참을 같이 놀다가 "좀 더 고민해봐야겠다"며 아쉬운 듯 돌아갔다.
또 다리가 짧은 '달식이'에게 관심을 보였던 엄마와 6살 아들, 상담 후 아이들을 둘러보고 가는 가족들, 입양 문의 전화들….
센터를 통해 그렇게 많은 이들이 '신중에 신중'을 기하며 버림받았던 댕댕이들과 평생을 함께 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이송기자 snowsong@kyeongin.com